'식샤를 합시다' 공식 포스터

▲ '식샤를 합시다' 공식 포스터 ⓒ CJ E&M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의 내용이 나날이 어두워지고 있는 추세다. 현대물, 시대물을 통틀어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로맨틱 코미디나 정통멜로 등이 장악했던 때에 비한다면 보다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긴 하다.

그러나 강한 몰입을 요구하는 작품들에 시청자들은 조금 숨이 차기도 한다. 장르의 특성상 매우 어두운 분위기, 극적인 장면들과 자극적인 설정만도 가끔은 견디기 어렵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일일이 짚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마치 휴식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드라마가 있었다. 이제 막 마지막 방송을 끝낸 tvN <식샤를 합시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 드라마는 제목 그대로 '먹는 일'이 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것이 전한 즐거움과 행복한 느낌은 상상 이상이었다.

'먹방' 트렌드에 충실, 소통 부재의 시대에 소통을 말하다

 tvN <식샤를 합시다>가 13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tvN <식샤를 합시다>가 13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 CJ E&M


살기 어렵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먹는 일만큼은 여전히 즐거운(아니, 즐거워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탓일까? 유난히 이곳저곳에서 '먹방'의 위력이 거세다. 음식을 맛깔스럽게 먹는 이들에게는 '먹방 종결자' 등의 찬사가 이어지고, 누리꾼들은 화면에 나온 맛집의 위치를 알기 위해 검색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니 먹는 것으로 시작해 먹는 것으로 끝난 <식샤를 합시다>는 가히 시대의 '트렌드 종결자'라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으며, 클로즈업된 그들의 얼굴은 포만감으로 가득했고 입에서는 감탄사가 떠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들을 부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는데, 분명 현실에서도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음식들은 화면에서는 더욱 뽀얗고 맛깔스럽게 비춰졌고, 한껏 치장된 모양새는 새삼스레 우리 음식의 다양함에 대해 느끼게 만들었다. 경쾌한 음악에 실린 지글지글 구워지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들은 "그래. 행복이 별 거냐. 먹는 게 남는 거지."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단순히 '가볍기만 한' 먹방으로만 그쳤다면 우리가 이 드라마를 보며 느꼈던 행복감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소통부재의 시대에 소통을 이끌어내고, 또 그것을 통한 사랑과 우정, 우애 등을 성공리에 마감한 <식샤를 합시다>는 한마디로 거대한 판타지의 장이었다.

1인 가구, 시의적절한 소재에 버무려진 맛깔스러운 먹방 행진

'식샤를 합시다' 구대영은 마침내 이수경에게 달콤한 고백을 했다. 이 드라마는 먹방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사랑, 우정 등의 이야기들 또한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냈다.

▲ '식샤를 합시다' 구대영은 마침내 이수경에게 달콤한 고백을 했다. 이 드라마는 먹방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사랑, 우정 등의 이야기들 또한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냈다. ⓒ CJ E&M


이 드라마는 네 가구 중 하나가 1인 가구라는 현재의 우리네 젊은이들의 일상을 다루었는데, 그것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소재라 할 수 있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개인적 차원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민적 무관심은 도시 생활을 형성하는 매커니즘 중 하나라고 하는데, 혼잡한 군중과 무수한 비인격적 접촉을 하는 것이 도시생활이 갖는 특징이라 한다. 익명성이 중시되는 도시의 삶에서 우리는 자칫하면 소통의 부재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식샤를 합시다>의 미덕은 바로 그러한 점에서 빛난다. 현관문만 닫으면 그 뿐일지도 모를 이들을 서로 소통하게 만들었고, 비인격적 접촉에 그칠 수도 있는 관계들을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이끌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매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데 때로 추리력이 동원되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멜로라인을 엮어내 드라마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보기도 좋고 맛도 아주 좋아 보이는 수많은 음식들은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일등공신이었다. 이 드라마는 또한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배우들의 외모와 성격까지도 십분 고려한 듯한 적절한 캐스팅이 큰 몫을 했다.

음식과 캐릭터, 그리고 적절한 사연들까지 적재적소에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먹방 종결자', <식샤를 합시다>는 시즌2를 만들어낼 것인가? 또 다시 먹방의 마법에 빠질 그날을 기대한다. 

식샤를 합시다 먹방 이수경 윤두준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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