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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구치소 풀려나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28일 오후 법원의 보석 허가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고 있다.
 대법원이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징역 8월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은 조 전 청장이 지난 2013년 2월 28일 오후 법원의 보석 허가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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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3일 오후4시 40분]

현직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치안총수라는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올랐던 조현오(59) 전 경찰청장이 결국 "찌라시에서 본" 허위 사실 때문에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청장에 대해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1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10만 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에 이르렀고, 권양숙 여사가 특검을 막기 위해 민주당에 부탁했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2012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1심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노 전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수감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 전 청장은 항소심에서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징역 8월의 실형을 받고 다시 수감됐다.

보수언론은 키우고 법원은 질타한 '조현오 거짓말'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 원짜리 수표가 타인으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표돼, 발견이 됐는데, 그거 가지고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2010년 3월 31일 당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동부대 지휘요원 398명을 대상으로 열린 특별교양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둔 시점에 나온 그의 발언에 여론의 시선이 집중됐다. 서울경찰청장은 고급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청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내가 말하면 큰 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2010년 12월 26일)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차명계좌의) 연결계좌까지 포함하면 거액이라고 진술하는 등 자신의 강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2012년 9월 검찰은 조 전 청장을 '사자 명예훼손 및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청와대 여직원의 차명계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건의 쟁점은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대한 조 전 청장의 발언이 허위인지, 그리고 조 전 청장이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로 모아졌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조 전 청장 발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 명의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막중한 지위를 스스로 망각하고 대중 앞에서 경솔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조현오)의 태도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기는커녕 도대체 강의 내용을 알게 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 입장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지만, 법원 인사로 교체된 재판장이 곧 보석을 허가해 8일 만에 석방했다. 조 전 청장은 이후 재판과정에서 발언의 출처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했다.

항소심에서 임경묵(68)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국가정보원 산하) 이사장을 발언 출처로 지목했지만, 정작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임 전 이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인규(55) 전 대검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는 아예 기각됐다. 특히 조 전 청장은 속칭 '찌라시'를 발언의 근거로 들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발언에 근거가 없고, 계속 주장을 바꿨다"며 재판부에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는 요청서를 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변호인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보인 태도를 두고 법조인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조 전 청장 측 변호인이 결심공판에서 "국민 화합과도 직결되는 사건"이라며 선처를 호소한 것. 변호인은 최후변론 과정에서 방청석을 향해 "노무현 지지자들은 손을 한번 들어봐 달라"고 말했다가 방청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재판장으로부터도 "변론권을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으며 제지당했다.

조현오 전 청장 역시 최후변론을 통해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 송구스럽다"면서도 "수도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는 청장으로서 질서를 유지하고자 충정에서 한 말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심 재판부는 "(조현오 전 청장은) 자신이 발언의 근거라고 제시했던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들의 말을 믿었다는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등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근거 없이 많은 의혹을 확산시키고 국론 분열을 초래해 죄질이 무겁다"고 적시했다.

실제 조 전 청장은 발언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정보의 진위에 관해 다른 경로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특정, 사자(死者)의 명예훼손죄의 심판대상과 판단기준,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 차명계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증명책임을 전도하여 사실을 인정한 잘못이 없다"면서 조현오 전 청장 측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조현오 전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을 '거짓'으로 판명한 반면, 보수 언론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을 재확산 시키는데 공을 들였다.

검찰이 조 전 청장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하기 직전인 2012년 5월 <동아일보>는 "조현오 前 경찰청장 '어느 은행, 누구 명의인지 다 까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 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고 말했다"며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둘러싸고 커다란 정치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 다음 날인 5일에도 "'조현오 파일 실체' 존재한다면 대선판 전체 흔들 '뇌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조현오 파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조 전 청장이 검찰에서 '노무현 차명계좌'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야권의 대선 후보 구도는 물론이고 대선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근거로 작성됐다.

"조현오 망언 확산에 일조한 언론들, 책임지고 사과해야"

지난해 항소심 판결 당시 노무현 재단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했다. 노무현 재단은 "조 전 청장의 패륜적 행태는 또한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중계보도를 통해 증폭됐다"면서 "이들 언론은 조 전 청장의 일방적인 허위주장을 사실인 양 받아 적으며 진실과 여론을 호도했다. 이번 판결로 조 전 청장은 물론, 망언 확산에 일조한 언론들도 합당한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재단은 또 "사법부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유죄를 거듭 선고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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