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아>의 촬영 현장.

영화 <노아>의 촬영 현장.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성경에서 말하는 구약시대, 즉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인 당시는 곧 온갖 전설과 신화의 시대기도 하다. 특히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기독교인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알고 재생산하는 대중적 텍스트다.

소재와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블록버스터 급이다. 악을 일삼는 인간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는 창조주의 선택은 물론 '신은 왜 인간을 만들어 놓고 다시 멸망시키냐'는 반론과 함께 무신론자 및 타종교인들의 비판이 되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택권, 즉 자유의지라는 걸 통해 설명한다. 신은 자신의 형상을 빗대 만든 인간이 꼭두각시이길 원하지 않았다면서 말이다.

영화 <노아>의 고민 지점도 여기에 있어 보였다.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자본력이라면 충분히 거대 홍수와 멸망하는 인류의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터. 문제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이야기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설득시키고 받아들이게 하는 지가 아니었을까.

 영화 <노아>의 한 장면.

영화 <노아>의 한 장면. ⓒ CJ E&M


노아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를 비롯해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그리고 안소니 홉킨스는 성경 속 인물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묘사했다. 종교적 텍스트가 혹여나 기독교계와 그 외 관객들 양쪽에게 질타를 받지 않을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역시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노아와 다른 사람들을 선과 악으로 양분하지 않고, 모두가 악함을 지닌 인물로 묘사하면서 가족과 사람들의 미움과 분노를 받아야했던 노아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 <더 레슬러>와 <블랙스완>에서 보이기도 했지만,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인간 내면의 감정에 대해 감독 나름의 통찰력을 갖고 있음을 <노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볼거리도 풍부하다. 고대 신화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묘사와 주술을 쓰는 므두셀라(안소니 홉킨스 분)의 설정은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신이 부여한 인간의 자유 의지로 인해 모든 사건이 발생한다는 대전제는 놓치지 않는다.

성경에 나온 대로 <노아>에서 그의 가족을 제외한 인간은 몰살당했다. 그리고 새 땅에 다시 선 최후의 인류는 동시에 새 역사를 위한 새 인류가 됐다. 그의 후손인 우리는 과연 창조주가 보시기에 아름다운 존재일까. <노아>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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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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