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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도봉서비스(주)에 업무용 리스차량이 입고됐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14곳에서 총 376대의 차량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 차량에 위치추적장치, GPS가 장착돼 있어 노동자 감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도봉서비스(주)에 업무용 리스차량이 입고됐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14곳에서 총 376대의 차량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 차량에 위치추적장치, GPS가 장착돼 있어 노동자 감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삼성전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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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가 위치추적장치(GPS)가 설치된 업무용 차량을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지급해 논란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GPS가 노동자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노동 인권 실태 조사를 지난 1월 발표한 바 있다.

GPS 설치된 업무 차량 논란

11일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외근 노동자들에게 3월부터 지급될 업무용 차량의 사용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 동의서에는 '업무차량의 부속설비 및 부착물(OBD, GPS, 블랙박스) 등을 임의로 변경, 탈착하지 않겠다'는 항목이 있다.

이 항목을 본 일부 노동자들은 동의서 작성을 거부했다. 업무용 차량에 GPS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자기 차량을 이용해 고객 방문 수리 업무를 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삼성전자서비스는 1차로 업무용 차량 376대를 전국 협력업체 95곳에서 일하는 외근 수리 노동자에게 지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차량 지급에 대해 "외근 노동자, 협력업체, 삼성전자서비스 모두가 '윈윈'하게 됐다"며 "노동자들이 근무지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상생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향후 5월 말까지 총 3000여 대의 업무용 차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많은 노동자들은 GPS가 설치된 차량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 통제와 인권 침해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이 고층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이 고층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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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광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부산센터 분회장은 "(GPS가 설치된 차량을 이용하면) 노동자가 수리하러 간 집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디서 점심을 먹었는지 등을 사장이 다 알게 된다, 말 그대로 사생활이 없어진다"며 "노동자가 다른 일로 담당 구역을 벗어나면 '지역 이탈'로 여기는 등 감시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울양천센터 분회장도 "사장이 실시간으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살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다"며 "GPS로 감시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홍명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은 "GPS는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총과의 임금협상에서 GPS로 인한 노동자 감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 "노동자 감시 우려돼" - 사측 "유류비 정산 위한 조치"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측 관계자는 GPS는 유류비 정산 등 차량 관리 목적으로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량 운행량에 따라 유류비를 지원해야 하는데, 그 근거는 GPS를 통해 산출된다"며 "오로지 차량 관리를 위해서 설치된 GPS"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청이) 협력업체에 차량을 지원하는 곳이 없어서 동종업계에서는 부러워할 것"이라며 "(저희가) 마이너스를 감수하면서 차량을 지원하는 상황인데, 이를 노동 감시라고 확대 해석하는 건 문제"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최근 외근 노동자들에게 3월부터 지급될 업무용 차량의 사용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 동의서에는 '업무차량의 부속설비 및 부착물(OBD, GPS, 블랙박스) 등을 임의로 변경, 탈착하지 않겠다'는 항목이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GPS가 노동 감시 및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최근 외근 노동자들에게 3월부터 지급될 업무용 차량의 사용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 동의서에는 '업무차량의 부속설비 및 부착물(OBD, GPS, 블랙박스) 등을 임의로 변경, 탈착하지 않겠다'는 항목이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GPS가 노동 감시 및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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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차량 지원은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씨의 장례 문제로 사측의 사과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해 왔다. 경총과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생활 임금 보장 ▲오는 2014년 3월 1일부터 업무 차량에 대한 리스 차량 사용 및 유류비 지급 ▲건당 수수료 및 월급제 문제에 관해서 임단협에서 성실히 논의 ▲최종범씨와 사망사건과 관련해 노조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향후 불이익 금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역 센터별로 90여 개의 하청업체가 있다. 이 업체들의 위임을 받아 경총이 최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2014년 임단협 등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노동자들의 실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교섭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에는 전국 57개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15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보기 : '삼성A/S의 눈물' 연속보도)

한편 이번에 논란이 된 업무용 GPS는 노동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지난 1월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따르면, 노동자들은 GPS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노동자들은 '전화 송수신 내역 기록'과 '컴퓨터 디스크 모니터링' 등도 큰 사생활 침해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 조사를 벌인 한국법제연구원은 "구체적인 사전 안내 없이 정보통신 기기가 (노동자 작업 도구 등에) 설치하거나, 아무런 논의 없이 노동 현장에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행태가 근로자의 노동 감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 #GPS, #위치추적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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