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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아래 현지시각), <연합뉴스>는 뉴욕발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2년 호화·사치 품목을 사들이는데 무려 6억4천580만 달러(6천886억원가량)나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터프츠대학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와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8일(현지시각)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에 기고한 '북한의 헝거 게임'이라는 기고문에서 지난달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은 광범위한 북한의 반(反)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664쪽의 북한 인권보고서에 숨어있는 6억4천580만 달러라는 숫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화장품, 핸드백, 가죽제품, 시계, 전자제품, 승용차, 술 등 고가의 사치품목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돈의 규모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이러한 보도는 곧바로 다른 한국의 언론 매체들도 인용하며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호화 사치품에 막대한 돈을 썼다는 것으로 보도하였다.

북한 김정은 사치품 수입 관련 1월 11일자 한국 언론 보도 .
▲ 북한 김정은 사치품 수입 관련 1월 11일자 한국 언론 보도 .
ⓒ '다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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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이 보도는 <뉴욕타임스> 3월 7일자, '의견(Opinion)'란에 '평양의 굶주린 게임(Pyongyang's Hunger Games)'이라는 제목으로 위에서 언급한 두 기고자가 공동으로 게재한 내용이다.

<연합뉴스>가 언급한 데로 이 두 기고자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지난달 유엔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북한 관련 보고서의 664문단(paragraph)에 묻혀 있는 '$645,800,000'이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합뉴스>가 잘못 해석한 '664쪽'이 아니라 총 372페이지로 되어 있는 유엔 조사위의 이 보고서 664문단(항)에서는 "북한의 사치 품목 소비가 2012년에는 6억4580만 달러로 증가했다"며 "2013년 10월 보도에 의하면 이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 한 해 평균인 3억 달러보다도 급격히 증가했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유엔 조사위 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 근거로 (996호 주석을 사용해)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2013년 10월 14일자로 보도한 '북한 김정은 통치 강화를 위해 사치품 낭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근거로 삼았다.

유엔 조사위 보고서 북한 사치품 관련 내용 .
▲ 유엔 조사위 보고서 북한 사치품 관련 내용 .
ⓒ 유엔 조사위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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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텔레그래프>의 보도 내용은 무엇을 근거로 했을까? 이 매체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오늘(2013년 10월 14일) 한국 국회에 제출된 보고에 의하면"이라고 밝히며 그 보도의 근거로 "<연합뉴스>가 집권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이 근거는 다름이 아니라 2013년 10월 14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이다. 이미 이러한 윤 의원의 발표 내용은 지난해 10월 14일 전후에도 한국 여러 언론 매체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미학자가 이른바 '유엔 조사위 보고서'를 인용했고, 이 기고문이 <뉴욕타임스>에 실렸다는 이유로 그 내용의 근거를 확인하지도 않고, 다시 한국 언론에 보도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윤상현 의원이 발표했다는 이 같은 내용의 근거는 무엇일까? 윤 의원은 지난해 10월 14일, 이와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인 도표까지 언론에 제시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발표한 북한 사치품 수입 현황 .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발표한 북한 사치품 수입 현황 .
ⓒ 윤상현 의원실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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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상현 의원실 관계자는 이 자료의 출처를 묻는 기자와의 질문에 "자료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자료는 우리 정부가 정한 기준으로 중국 세관의 자료를 입수 및 분석하여 대북 반출 제한 품목을 분류하여 만든 자료라고 밝혔다.

따라서 유엔 조사위가 북한 인권보고서에서 밝힌 북한 사치품 수입 관련 내용의 근거는 결국, 한국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발표를 인용한 것임이 드러났다. 또한, 마치 새로 나온 듯한 이러한 유엔 조사위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재미학자의 기고문을 한국 언론들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 재탕하고 있다.

다음은 이에 관해 윤상현 의원실 관계자와 기자가 11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이다.

- 지난해 10월 북한의 사치품 수입 현황이라는 자료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인가?
"그렇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매년 관련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일부 매체에서는 이 자료가 관련 기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관련 기관은 어디인가? 아니면 의원실에서 직접 취합해서 작성한 것인가?
"관련 기관은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우리(헌법 기관인 의원)가 밝힌 것으로 하면 된다."

- 이 자료는 중국 세관의 자료를 기초로 했다고 하는 데 사치품이라는 기준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중국 등은 이러한 규제 내역이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지정한 대북 반출 제한 품목과 규정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 정부 기준으로 작성된 수치라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규제 항목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 기준이 가장 현실적으로 잘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라서 적용한 것이다."

- 발표한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12년에도 전자기기, 차량, 선박 등을 제외하면 사치품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항목의 수입이 1억 달라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 세관 자료라면 이 모든 것이 김정은의 사치품으로 수입되었다는 근거가 있는가?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지금 이런 품목보다도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쌀을 수입해야 한다."

- 질문한 것은 주장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 확인 차원이다. 이 자료가 전부 김정은 제1비서의 사치품으로 수입되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은 이렇게 드러나는 자료에서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자료에서도 사치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윤 의원의 발표와 주장이 그대로 유엔 조사위 보고에 반영되었고, 이러한 보고서 내용에 근거하여 재미학자 등이 쓴 기고문이 다시 한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직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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