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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데이> 에서 김우진을 연기하는 정문성

▲ <글루미데이> 에서 김우진을 연기하는 정문성 ⓒ 박정환


평소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배우가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기만 하면 센 역할로 돌변하는 배우를 연이어 인터뷰하게 되었다. 영화배우 장원영도 그렇지만, 오늘 소개하는 정문성만 하더라도 <유령>이나 <수상한 가정부>에서는 출연할 때 연기가 강렬해서 '저 배우 누구지?' 하고 시청자가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하기 바빴던 센 역할을 연기했다.

하지만 뮤지컬 <글루미데이>에서 연기하는 김우진이라는 역할은 드라마 속 역할과는 정반대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 속 순박한 청년과 궤를 같이 할 정도로, 극 중 사내에게 휘둘리는 유약하면서도 사랑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남성 김우진을 연기한다. 부드러운 역할과 악당 카리스마라는 야누스적 연기 모두를 커버하는 정문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정문성씨가 연기하는 김우진은 아내가 있지만 윤심덕과 교감을 나눈다. 윤심덕을 만남으로 진짜 사랑을 찾은 걸까.
"김우진은 당시 자유연애를 한 게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정해준 여자와 결혼을 해야만 했다. 일본인 애인도 있었다. 윤심덕의 경우는 이 두 여자와는 경우가 다르다. 남자가 윤심덕을 만나면서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김우진은 아내와 일본인 애인, 윤심덕 모두를 사랑하면서 혼돈을 느끼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랑이 윤심덕에게 쏠린 남자다."

- 사내는 메피스토처럼 김우진을 자신의 뜻대로 휘두른다.
"사내에게 휘둘리는 게 맞다. 만일 김우진이 사내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대본과 연출을 벗어난다. 김우진은 결함을 가진 남자다. 아내와 애인이 있어도 윤심덕을 만나는 결함 말이다. 그렇다면 김우진의 결함을 보여줘야 하고, 그 결함이 치명적이어야 한다. 치명적인 결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사내라는 인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김우진이 휘둘려야 인간의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글루미데이> 에서 김우진을 연기하는 정문성

▲ <글루미데이> 에서 김우진을 연기하는 정문성 ⓒ 박정환


- 김우진과 윤심덕이 현해탄에 투신한 결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결말의 가능성도 있는 열린 결말이다.
"두 사람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기사가 난 지 얼마 후에 이탈리아에서 두 사람이 살아있는 걸 목격했다는 목격담도 있다.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글루미데이>는 두 사람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바다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관객이나 배우가 바라는 결말로 생각할 여지가 있는 열린 결말을 보여주어서 좋다.

배우 입장에서는 결말이 하나가 아니라서 앞부분의 연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우진과 윤심덕을 알아보지 못하고 편견의 시선이 없는 곳으로 가는 걸로 설정하기는 했다. 새로운 신세계에서 살아가는 결말을 목표로 극을 진행한다."

-김우진은 사랑을 위해 부유함이라든가 기득권 모두를 포기한다. 정문성씨도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겠는가.
"김우진에 비하면 사랑을 위해 버려야 하는 게 저 자신은 많지 않다. 제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무언가를 포기하고 바다에 뛰어드는 사랑은 하지 않을 거 같다. 힘든 사랑이라 하더라도 지킬 수 있는 건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기에 어딘가에 저 자신을 던지지도 않을 것이다."

- 출연하는 남자배우들 중에서 맏형이다.
"나이 차이가 많지 않다. 초연에 출연했던 남자 배우가 셋이다. 연습 중에는 초연에 출연한 배우들이 이번에 저처럼 새롭게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형인 제가 동생들에게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오히려 연습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 극단 선배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드라마 <유령>할 때에는 장현성씨에게, 영화 <남쪽으로 튀어> 할 때는 김윤석씨에게 추천을 받았다.
"극단 학전 출신이다. '학전'은 극단 기념행사가 있으면 매 작품의 막내 기수들을 부른다. 제가 그 막내들 중 하나다. 선배들이 한 장면씩 출연하는 학전 20주년 공연기념을 할 때 막내 8명이 앙상블로 출연하기로 했다. 그런데 선배님이 중요한 배역을 급박한 스케줄 때문에 소화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 제가 선배들의 언더스터디(대역)가 되었다. 제가 대역으로 연기하는 걸 보고 선배님들이 좋게 보아주셨다. 장현성 선배님이 제 공연을 보셨다. 그 후 <유령> 감독님에게 저를 추천해주었다. 김윤석 선배님은 기념공연이 끝나고 1년 후에 <남쪽으로 튀어> 촬영으로 저를 찾아주셨다. 하라는 연기를 했을 뿐인데 잘 봐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다. 같이 일했던 배우들 중 좋은 배우들이 많았다. 인복이 많다."

<글루미데이> 에서 김우진을 연기하는 정문성

▲ <글루미데이> 에서 김우진을 연기하는 정문성 ⓒ 박정환


-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순진한 연기를 펼치지만 <유령>이나 <수상한 가정부>에서는 하나같이 악역이다.
"공연에 처음 발을 디딘 시기에는 센 이미지가 없었다. 바보같이 착한 역할이나 너무 약한 역할을 맡았지 나쁜 역할을 맡지 않았다. 장현성 선배님이 제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게 <모범생들>이었다. 거기서 맡은 역할이 만년 2등 학생이다. 서울대에 가기 위해 성적을 올리는 거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역할이었다. 만년 2등이라 불쌍하면서도 강한 역할이다.

그 공연의 잔상으로 <유령>에 저를 추천해주셨다. 시청자에게 공포를 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공포라는 느낌을 모르겠더라. 무서운 분위기를 어떻게 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고민 끝에 만든 제 연기를 감독님이 몇 번 보시더니 이런 연기가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에 맞다고 오케이 했다. 나쁜 남자지만 현실에서는 지극히 정상인 캐릭터로 변했다.

<수상한 가정부> 감독님이 전작 <유령>의 감독님이다. 전작의 분위기를 내 달라는 출연 제의 전화를 감독님에게 받았을 때 감사했다. 공연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얼굴 사진이 강하게 나온다. 드라마에서 제 얼굴로 앵글을 잡으면 굉장히 남성적이고 강한 얼굴이라는 평을 한다. 영화에서는 강한 역할이 아니지만 드라마에서는 강한 역할을 맡게 된다. 드라마 감독님이 제가 얼마 전에 공연한 뮤지컬 <빨래>를 보고 가셨다. 극 중 착한 남자 역할이다. 다음에 드라마에 출연하면 착한 역할을 맡지 않을까.(웃음)"

수상한 가정부 유령 정문성 장현성 글루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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