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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 단편영화 <콩나물> 스틸컷
 윤가은 감독 단편영화 <콩나물> 스틸컷
ⓒ 윤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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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그 아이는 정말로 술을 마셨어요?"
"그 아이는 정말로 싸웠어요?"

지난달 15일 오전 독일 베를린의 Cinemaxx 극장, 푸른 눈을 한 조막만한 아이들이 한국에서 온 영화 감독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줄을 늘어섰다. 영화의 주인공 '보리'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제64회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분 최고 단편영화상을 받은 윤가은 감독의 <콩나물> 상영 직후다.

지난달 15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콩나물> 상영을 마친 뒤 독일인 어린이가 윤가은 감독에게 질문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콩나물> 상영을 마친 뒤 독일인 어린이가 윤가은 감독에게 질문하고 있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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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일, 제사상에 올릴 콩나물을 사러 나간 꼬마 '보리'의 모험을 담은 <콩나물>은 한국 고유의 배경과 보편적인 감성을 아우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아이는 길거리에서 익숙한 것과 낯선 것들을 마주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다. 그 이야기와 이야기가 전해지는 방식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했었는데, 처음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혼자 TV에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많은 위안과 위로가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같은 날 베를린에서 만난 윤 감독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시선은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보리가 골목 구석구석을 헤매며 맞닥뜨리는 위험과 이를 이겨내는 모습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지난달 15일 베를린영화제 사무국에서 인터뷰 중인 윤가은 감독
 지난달 15일 베를린영화제 사무국에서 인터뷰 중인 윤가은 감독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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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은 윤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가 제게 심부름을 시키고는 불안해서 뒤쫓아 온 적이 있다고 해요. 이상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잘 사서 오더라고 하더라고요."

그의 이런 경험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영화에 녹아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아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사실 아이를 관객으로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윤 감독은 "영화에 영어 자막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독일어 더빙까지 더해져 영화의 디테일한 주변 소리 등이 묻히고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중에서도 매우 특화된 섹션인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된 것이 의미가 있다"며 "아이가 나오는 영화인데 아이가 못 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여 분의 짧은 영화인 <콩나물>은 동네 골목길, 제사 등 한국 고유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 세계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 이 영화가 베를린을 사로잡은 이유다. 

"아이의 용기, 아이 나름의 재치로 장애를 넘는 것들,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이런 것들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요."


태그:#베를린 영화제, #윤가은, #콩나물, #베를리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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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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