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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속지 마라〉
▲ 책겉그림 〈심리학에 속지 마라〉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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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치료하는 요법 중에 하나가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하죠. 식물에 거름을 주거나 특별한 영양분을 주지 않고 내버려 둬도 잘 자라듯이, 암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실 현대인들의 병이 너무 잘 먹어서 걸린 병들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루 1끼 식사나 며칠간의 단식법도 그래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건강관리 중의 하나죠. 아침과 저녁은 극소량만 먹든지 아니면 아예 금식하고, 점심을 풍성하게 먹는 것 말입니다.

심리학은 어떨까요?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이 엄청나게 다양한 학문으로 발전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것 역시 너무 과하게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실용적인 지식에서부터 영적인 지식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심리학이 이제는 심리산업처럼 변한 것 같습니다.

"치료를 빌미로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장애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악습을 '병을 파는 행위'라고 하는데 이미 오래전에 심리치료 분야에도 퍼졌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가짜 질환인 시시 신드롬(Sissi Syndrome)의 특징은 자의식이 약하고 불안감에 사로잡혀 격렬한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92쪽)

스티브 아얀의 <심리학에 속지 마라>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이 책 전부를 관통하는 말이지 않나 싶기도 하죠. 심리학도 얄팍한 의사들처럼 없는 병도 만들어서 파는 기술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몇 몇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질환을 뇌에 생긴 병으로까지 정의하려고 했다고 하니, 그게 빈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죠.

더욱이 정신의학회에서 펴낸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의 4차 개정판에 보면, 정신장애분류체계(DSM-IV)만 해도 395가지나 되는 장애목록이 실려 있다고 합니다. 앞으론 그게 더 많이 채워질 게 분명하겠죠?

이 책에 나온 내용이기도 한데, 사이비 종교와 심리집단이라는 조사위원회에서 2008년에 발표한 심리치료이론이 무려 1000여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방법에는 기(氣)요법, 생물에너지요법, 신앙요법, 두개천골요법, 정골요법, 진자요법, 양자요법, 환생요법, 그리고 수맥요법 등이 있다고 하죠. 그 밖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치료법이 900가지가 넘는 셈입니다.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을 발전시킨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스트레스가 단지 사람을 병들게만 한다는 단편적 주장은 일견 허무맹랑하게 생각된다. 스트레스의 옳고 그름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133쪽)

사실 오늘도 목이 아파 한의사에게 가서 침을 맞았습니다. 그 한의사 역시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다고 하면서 목에 침을 놔 주었죠. 그런데 그 스트레스는 한방이든 양방이든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게 뻔하겠죠. 물론 심리치료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입니다.

사실 스트레스라는 게 최근에 생긴 건 아닐 것입니다. 보릿고개 시절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더욱이 세계경제대국에 진입하는 시대에도, 그건 사라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겠죠. 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닐까요? 그것에 주눅 들거나 골몰하지 않는 것 말이죠. 적정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삶에 긴장과 도전을 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에서도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심리 문제라는 게 정기적으로 좋아졌다가 또 안 좋아지는 것들이 다반사라고 하는 것 말이죠. 그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소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듣고 보니 그렇지 않나요?

또 하나 놀라운 게 있습니다. 바로 MBTI 검사에 관한 내용이 그것이죠. 이 책에서는 그 검사를 동일인이 하더라도 아침과 저녁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그 결과에 따라 직업을 측정한다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라고 조언을 하죠.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온 게 아닐까요? 심리치료를 따로 생각할 게 아니라 '그냥 내버려 두는 것' 말입니다. '번아웃'이나 'ADHD', '인터넷 중독'도 최근에 유행하는 말이지만, 그것들도 그냥 내버려두면 자연치료가 되는 것들이라고 하죠.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지 말라는 겁니다.

물론 예방책은 필요하겠죠. 모든 심리적인 근원이 사실 가정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습니까? 그것도 어려서부터 말입니다. 가정환경과 가족구성원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래서 정말로 소중한 심리예방책일 것입니다. 가족끼리 우애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산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심리예방책은 없을 것이니 말이죠.


심리학에 속지 마라 - 내 안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심리학의 진실

스티브 아얀 지음, 손희주 옮김, 부키(2014)


태그:#심리학, #번아웃, #ADHD, #MBTI, #심리치료이론 100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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