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중국 영화 <향기>(가제) 촬영을 마친 박시후.

지난 2월 중순 중국 영화 <향기>(가제) 촬영을 마친 박시후. ⓒ 박시후&시후랑


27일 오전 배우 박시후의 복귀 소식이 전해졌다. KBS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후속작으로 4월경 첫 방송을 앞둔 <골든크로스>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박시후가 제안 받은 역할은 억울한 누명을 쓴 가족을 위해 복수극을 펼치는 주인공 강도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SNS와 포털 댓글 등이 실시간으로 요동쳤다.

"어이 없음... 그 좋은 배우들 다 놔두고 왜 하필... 국민 수신료를 이따위로 쓰지 마라." (dhdm****)
"드라마 내용 보소. 억울한 누명쓴 주인공이라네 ㅋㅋㅋㅋㅋㅋㅋ 아주 개그를 해라." (imsr****)
"아직은 아니다. 조금더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chol****)
"이야, 박시후 복귀? 도박한 가수 노래는 금지 시키면서 성범죄자 복귀시키는 KBS 클래스 대다나다. 공영방송 KBS는 여러분의 수신료를 소중하게 생각합.....?" (@J_******)
"KBS는 수신료는 그렇게 인상하고 싶으면서 범죄자들 캐스팅해서 드라마 방영하는 그 마인드가 궁금함. 배우가 그렇게 없나? 대체 공영방송이 수신료 2배 인상하는 감성감성 광고해대며 돈 뜯으려 혈안이면서 박시후 캐스팅."‏ (@su**********) 

요약하자면, '복귀는 너무 이르다'와 '왜 하필 공영방송 KBS가...'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엇비슷한 시각, KBS는 방송출연규제 심사위원회를 통해 토니안, 탁재훈, 이수근에 대해 방송출연 정지를 결정내렸다. 상습불법도박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 KBS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을 선고받은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와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판결 받은 가수 고영욱에 대해서도 방송출연을 정지시킨 바 있다.

사건 이후 1년 만에 공영방송으로 복귀...'무혐의'의 힘인가

 지난해 3월 14일 새벽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약 8시간 동안의 대질심문을 마치고 귀가하는 배우 박시후가 고개를 숙인채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지난해 3월 14일 새벽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약 8시간 동안의 대질심문을 마치고 귀가하는 배우 박시후가 고개를 숙인채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 이정민


지난 2월 박시후는 연예인 지망생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양측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폭로와 해명, 인용보도가 난무했다. 진실 공방 끝에 같은 해 5월, A씨가 박시후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7월, 검찰 역시 박시후와 전 소속사 대표의 고소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과 각하처분을 내렸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하는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가깝게는 가족으로, 대외적으로는 배우의 소속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를 드린다. 강한 질타와 격려를 주신 모든 분들의 깊은 뜻을 겸허히 받들어 타의 모범이 되고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로 거듭나겠다."

박시후 측이 10월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 중 일부다. 이러한 사과와 함께 복귀도 일사천리였다. 여론을 의식한 듯 한국이 아닌 중국활동이 먼저였다. 작년 12월 중국 상해로 출국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중국 멜로영화 영화 <향기>(가제)의 촬영 소식을 전했다. "<향기>를 시작으로 매 작품 팬들과 교감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도 함께였다.

정확히 만 1년. 박시후의 성폭행 사건이 터진 이후 <골든크로스>로 지상파 복귀 소식을 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필 같은 날, KBS는 불법도박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탁재훈 등에 대해서는 출연정지 결정을 천명했다. 불기소와 무혐의, 그리고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의 차이일까.    

기계적 균형을 논할 수 있는 사안은 물론 아니다. 방송출연정지 요건도 KBS 사측의 내부 규정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탁재훈, 이수근, 토니안 모두 집행유예란 판결 자체는 물론 여론에 미친 파장 역시 고려해야 한다. 출연정지 요건이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박시후의 복귀를 KBS가 앞장서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사건 시작으론 1년이지만 일단락 된 시점으로 따지자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시후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시간은 고작 6개월 남짓이다. 그 중 3개월은 중국에서 아무런 재제없이 영화 촬영에 임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이 생업에 다시 복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행과 관련됐던 인물을 이처럼 빨리 공영방송 드라마 주인공으로 마주해야한다는 사실은 꽤나 당혹스럽다. 심지어 그 복귀가 '창조방송'을 천명하며 수신료 인상을 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공영방송이라니.

KBS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연예인들에 대해 자체적인 규정을 통해 출연정지 결정을 내렸다. 반면 진실공방까지 죄다 까발려지며 매스컴 뒤덮었던 '무혐의' 연예인에 대해서는 드라마국에서 캐스팅을 제안하는 '묘수'를 부렸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창조적'인 계산일까,  악명이어도 그 이름값을 활용해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꼼수일까. 무혐의를 제재할 규정 따윈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KBS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규정에 앞서는 시청자들의 심리적 저항감 말이다. 이를 무시한 채 박시후를 기용하려는 KBS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골든크로스>가 차질없이 방영된 이후엔 알게 될 수 있으려나.

박시후 골든크로스 향기 탁재훈 토니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