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부동산 혹은 집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우리 삶을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불안해 하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불안하게 만드는 주거정책을 좀 바꾸어 보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주장만으로 설득이 안 되니까 직접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새동네연구소 이재준 소장이다. 그는 주택에 대한 인식부터,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 임대 방식 모두 전환하자고 말한다. 그의 정책적 제언이 얼마나 실현가능하고 현실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만으로도 가격과 크기 등의 숫자로 표현되는 우리의 주택정책을 재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오픈테이블:일상폴폴2014'에서 그의 이런 주장을 놓고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달 18일 이재준 소장과 마주앉았다.

"집은 삶의 다양한 이야기 담긴 문화적 공간이다"

이재준 소장.
 이재준 소장.
ⓒ 하승창

관련사진보기


- 새동네연구소에 대한 소개부터 해달라. 이름대로라면 새동네를 연구하는 곳일 텐데. 영어로 하면 '뉴타운' 아닌가?
"뉴타운은 아니다. 여기서 '동네'는 타운도, 빌리지도 아니다. 커뮤니티를 말한다. 도시에 살면서 마을에 산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동네라 부른다. 사는 곳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근처도 우리동네이다. 우리에게만 있는 특별한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시작한 연구집단이다. 영화, 문학,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분들이 모여 있다."

- 새동네연구소와 영화는 어떤 관련이 있나?
"집은 물건이 아니라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는 집을 소유하는 물질적 가치로만 생각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집은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문화적 공간이다. 이 파란만장한 요소들을 하나의 서사로 만든다면 감동적인 한 편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하간 이렇게 연구집단의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실제 사업도 하고 있어서 주식회사이기도 하다."

- 집 혹은 부동산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이유는, 오르는 가격과 그 때문에 자주 이동해야 한다는 불안정성 때문이다. 동시에 재산가치 문제일 테고.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문제인데, 이 소장의 진단은 어떤 것인가?
"집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불안이다. 월세 사는 사람도 불안하고, 전세 사는 사람도 불안하고,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불안하다. 이 모든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선진화된 주거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집을 사든 빌리든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주택을 사용할 수 있다. 혼자 살 때, 신혼일 때, 자녀가 생길 때, 집을 소유하고 싶을 때 등. 다만, 집을 소유하면 세금이 많다. 빌려서 잘 살 수 있는데, 비싼 세금까지 내면서 사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임대방식에 대한 사회적인 혹은 제도적인 합의점이 있다. 임대인 단체가 임대료의 인상률을 정하면 임차인 단체들이 수용조정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다. 합의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오를지 알 수 있고, 계획을 세우고 대비를 할 수 있다."

- 문제와 함께 나름의 대안도 함께 이야기 한 셈인데, 극복할 문제도 있을 듯하다. 
"당장이라도 해야 하는 일은 주택공급방식을 아파트 중심의 대규모 방식에서 소규모 공급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1000세대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정리부터 약 6년이 걸린다. 하지만, 방식을 바꾸어 소규모 필지를 활용하면, 1년 동안 300㎡에 10~15가구 정도를 서울시내 곳곳에 100여 가구 지을 수 있다. 더구나 총비용도 더 적게 든다. 택지개발 한다고 산 깎고 사는 사람 쫓아내고, 이런 거 안 해도 되니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 아파트 짓지 않고, 주택을 다양하게 만들면 된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현재의 주택제도나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도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도 소규모의 주택들은 지어지고 있다. 별도의 새로운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집을 공급하는 방식을 대규모로 하지 않고, 소규모로 하자는 것이다. 단, 분양하지 말고, 임대해야 한다. 그동안의 정책이 집을 사고 파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집을 지어서 빌려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임대주택 수를 늘리는 게 최선

자료사진
 자료사진
ⓒ @sxc

관련사진보기




- 빌려주는 것은 임대주택을 많이 짓자는 것인데...
"그렇다. 현재 가장 좋은 해법은 임대주택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공급주체가 문제인데, 공공은 형평성의 문제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하여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 혜택을 제공하되, 임대료의 산정과 인상에 대한 규제가 동반되도록 해서, 공급자와 사용자가 동시에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준공공임대주택의 경우 10년의 임대기간과 5% 이내의 인상률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만약 시장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면 공급의 수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고정된 규제는 공급주체의 실행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도 있다."

- 주택공급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입주할 사람들이 책정된 임대료를 감당해야 가능하지 않겠나. 그런데 사적임대에서 수요자들이 감당가능한 수준의 낮은 임대료를 정하면, 반대로 공급자의 이익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나? 새동네연구소가 말하는 '공정주거시스템'이라는 것이 극복 방안인가?
"임대가격을 시세대로 하되, 나누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서울시 서대문구에 6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을 지었다. 새동네의 주민이 되어 10년 동안 월세 살면 5년 무료, 20년 동안 살면 20년 무료로 살 수 있다. 임대료의 반값실현과 전액환급까지 의미한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월세가 50만 원이라면 50만 원 월세를 계속 낸다. 10년을 살면 6000만 원, 20년 살면 1억2000만 원이다. 6가구가 함께 한다면, 20년 동안 7억2000만 원이다. 이걸 저축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내자는 것이다. 먼저 20년 동안 월세를 내면 이게 저축이 되어 20년을 더 살 수 있는 집을 빌려 준다는 개념이다. (20년 후에는 무료로 집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집을 20년간 운영하면 공급자의 이득은 거의 없다. 그럼 왜 하느냐? 지금의 주택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 채의 집을 지어서 가능하다면 100채, 1000채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서로 조금씩 생각만 바꾸면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다.

- 이 소장님은 지금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 즉 사는(Buy)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 이라고 했다. 주택공급방식이 대규모단지 중심에서 소규모필지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필요한 조언이 있다면.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40년을 비교하면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주택 공급을 주도했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사고 팔아야 한다고 했고, 한쪽에서는 열심히 지어서 빌려주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 주었다.

누가 맞았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민이 빚을 지고, 정부가 부채를 만들어 공급숫자를 광고할 것이 아니라, 집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가능하도록 저축을 유도해서 정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임시적이고 일시적으로 비용을 낮추려는 정책은 총채적 부실을 만들 뿐이다. 정말 사고 싶다면, 지금 팔고 싶은 집을 사려고 하는가, 살고 싶은 집을 사려고 하는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팔 수 없으면 집은 재산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오픈테이블:일상폴폴2014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오픈테이블, #주거, #데어, #THERE, #이재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