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한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의 한 장면.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의 두 주인공, 스콜치와 게리(왼쪽부터)

▲ 13일 개봉한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의 한 장면.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의 두 주인공, 스콜치와 게리(왼쪽부터) ⓒ RAINMAKER


밥 행성의 항공우주국 '바사'에서 일하는 스콜치 슈퍼노바(브렌던 프레이저 분)와 게리 슈퍼노바 형제(롭 코드리 분)는 외양부터 성격까지 닮은 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람한 덩치의 스콜치는 다른 행성으로 침투해 억류된 주민을 구출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지만, 왜소한 몸집에 공부를 잘했던 게리는 임무통제실 컴퓨터 기기들을 조작하며 스콜치가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을 하고 있다. 스콜치는 외향적이고, 게리는 다소 내성적이다.

당연히 밥 행성의 영웅은 하는 일마다 티가 나는 동생 스콜치의 몫이다. 형 게리 대신 모든 호사를 누려서인지 건방지고 허세가 넘치는 스콜치는 이번엔 '어둠의 행성'으로 침투해 임무를 멋지게 수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스콜치는 정말 영웅심에 가득 차 있는 인물이다. 스콜치가 도전하겠다고 한 어둠의 행성은 한 번 간 외계인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무시무시한 행성. 게리는 그 정보를 듣고 스콜치를 말리지만, 스콜치는 오히려 형을 소심하다고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어둠의 행성으로 향한다. 이들이 말하는 어둠의 행성,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다.

'어둠의 행성' 지구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압권

이렇게 귀여운 '파란 피부 외계인'이 있을까? 당신이 만약 3D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노바 지구탈출기>의 게리와 스콜치를 만난다면 더 이상 스티븐 스필버그의 < E.T >를 외계인의 대표 얼굴로 기억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혹시 E.T도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근데 잘 생각해보자. 진짜 우리가 E.T의 외모를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아마도 그건 영화 속에서 E.T가 한 행동을 보고 나온 평가였을 거다. 그게 정확할 거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란 피부 외계인'은 E.T처럼 못 생기지 않았다. 일단 '캐릭터의 잘생김'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호감도는 급 상승. 파란 피부에 더듬이처럼 달린 것을 제외하고 이목구비와 체형은 사람과 흡사한 이 외계인들은 행동과 성격마저 지구인과 닮아 있다.

스콜치는 스스로를 대단한 인재라고 생각한다. 행성 사람들이 영웅으로 치켜세워주는 것을 당연시하고, 이에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낀다. 그는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한다. 주목 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즐긴다. 당연히 가만히 앉아서 계획을 세우는 일보다는 몸을 쓰는 일이 편하고, 따라서 성급한 성격을 갖고 있다.

게리는 정확히 스콜치와 반대다. 감성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일을 좋아하고,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평가하지만 게리는 자신이 신중하게 일을 처리했기에 스콜치가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쯤은 그 역시 인정하고 있고, 희한한 점 하나는 외계인인데도 불구하고 서열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스콜치보다 형이라는 것을 틈틈이 강조하는데, 이 부분이 실소를 자아낸다. 외계인에게도 서열 정리는 필수인 건가.

아무튼, 둘은 다른 성격만큼이나 부딪침이 많다. 결국 둘은 '어둠의 행성' 문제로 싸웠고, 게리는 스콜치를 조력하지 않겠다고 하며 회사를 그만뒀다. 자존심이 강한 스콜치 역시 형에게 대들며, 자신의 고집대로 일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는 역시나 모두의 예상대로, 실패다.

13일 개봉한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의 한 장면. 지구에 가겠다는 스콜치와 이를 말리는 게리.

▲ 13일 개봉한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의 한 장면. 지구에 가겠다는 스콜치와 이를 말리는 게리. ⓒ RAINMAKER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두 외계인 형제의 성장모험담을 중심으로 한다. 악당에게 갇힌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처음 모험에 뛰어든 형, 그리고 그런 형을 다시 보게 되는 동생, 뭐 그런 거 말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장르 외에도 숱하게 접해왔던 플롯을 재현하고 있기에 신선함이 떨어지지만, '가끔씩 이들이 사실은 외계인이지'하는 생각을 인지하면서 보면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외계인을 미스터리한 대상 혹은 침략해야 할 상대로만 바라봤으니 말이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그들의 눈에는 지구가 외계라는 것을 우리는 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영화에 흐르는 주된 정서는 형제애와 가족애다. 영화는 여기에 곁가지로 외계인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준비한다. 주된 정서와 곁가지가 감동과 재미의 축이 된다. 게리가 열람한 지구 사전정보에서 지구는 '어둠의 행성'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들 눈에 지구는 '국가'라는 개념을 자신의 터로 삼아 괜히 전쟁을 벌이는 유치하고 어리석은 행성이다. 과거에는 너무 미개했고, 지금은 너무 오만해진 외계인(그들 눈에는 지구인이 외계인)들이 사는 공간이어서 어떤 행성의 외계인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곳이 지구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지구에 대한 풍자와 유머를 곁들인다.

스콜치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24시간 영업 규제를 벗어나지 못한 편의점의 불빛과 그 앞에서 춤을 추며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 모양의 풍선이었다. 그들의 눈에 지구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행성이다. 사람 대신 풍선이라도 세워 놓을 수 있다면 새벽에도 일을 하는 노동과 피로의 산물이다. 검색엔진과 SNS시스템, 애플 컴퓨터와 터치스크린 등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 혁신 기술들은 사실 지구인이 천재 외계인들을 납치해 만든 것이라는 영화 속 설정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하나는 역설적인 의미.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만든 지구인은 정말 외계인만큼이나 독특하고 뛰어난 사람일 것이라는 게 긍정적인 첫 번째 해석이다. 지구인을 은근히 치켜세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구인의 약탈에 관한 것. 지구인이라면 자신의 재능으로 이 모든 기술을 만들지 못할 것이며, 정말 외계인을 납치해 그에게 이런 기술을 만들라고 강제로 시켰을 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에 기댄다. 관객의 해석에 따라 영화는 다르게 읽힐 것이다.

영화 <슈퍼노바 지구탈출기>는 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가 다분히 관객의 예상 안에서 전개되는 점과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의 변화가 특별한 기제 없이 이뤄진다는 점 등을 제외한다면 별 무리 없이 짧은 시간, 우주와 지구를 유쾌하게 오갈 수 있다. 시각적 쾌감을 만족시키는 비주얼, 영화를 더 풍미있게 만드는 음악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지난 해 영화 <그래비티>의 스톤 박사가 우주를 헤매다 지구로 귀환했다면 반대로 이 영화의 슈퍼노바 형제는 지구를 헤매다 우주 속 자기 행성으로 귀환한다. 주체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낯섦과 익숙함을 두 영화가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발을 디디며 중력의 힘으로 버티는 이 공간이 슈퍼노바에게는 끔찍한 기억을 남긴 행성이라니. 괜히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외계인에게 떳떳한 지구를 만들어 보여줘야겠다는 이상한 다짐마저 든다. 그들이 지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 게리 스콜치 애니메이션 슈퍼노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방송/공연에 대한 글을 주로 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