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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저녁 서울극장에선 <변호인> 영화 상영이 있었다. 이미 1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하나의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하는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날은 영화 상영 후 우리 시대의 변호인들을 직접 만나는 시네마 토크가 이어졌다. 9시 40분, 늦은 시간임에도 시네마 토크 시간이 되자 관객 수는 점점 많아졌다. 40여 명이 가득 찬 작은 극장에선 앞에 앉은 네 명의 변호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과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관건 부정선거 공소장을 담당했던 박주민 변호사의 진행으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담당 이석태 변호사(이하 이 변호사),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담당 장경욱 변호사(이하 장 변호사), 쌍용차 해고 무효 소송 담당 권영국 변호사(이하 권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30분 만에 범생이에서 변신..."변호사는 장사 아니야"

서울극장에서 열린 시네마 토크
 서울극장에서 열린 시네마 토크
ⓒ 최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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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에서 평범했던 한 고졸 출신 변호사가 사회 불의를 마주하고 변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금속공학과를 나와 잘 나가는 공채 기술직으로 있다가 나중에서야 늦깍이 변호사가 된 권 변호사는 고등학생 시절까지 '범생이'였다고 운을 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에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공부하기 싫어 데모질 한다'며 욕하던 범생이가 변하게 된 시간은 딱 30분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우연히 사복경찰 다섯 명에게 맞아 피 흘리면서도 끝까지 '살인마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며 끌려가던 한 학생을 보고 나서였다. 그 한 장면을 보고 30분간 제자리에 선 채로 모든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제껏 믿어왔던 과거는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변호사는 장사가 아니라는 철칙으로 변호사 생활을 해 온 정 변호사는 이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이야기를 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아직도 고문과 조작이 존재하고 단순 탈북자가 간첩으로 둔갑되고 있음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했다. 그러다 이번 사건은 그가 직접 증거를 찾느라 중국에도 다녀오는 등 발로 뛰어 얻어낸 성과였다. 그는 해외로 조금만 나가봐도 다 들통 나는 거짓말을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국가보안법에 묶여 있는 한국사회의 공포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23년 만에 무죄 판결 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맡은 이 변호사는, 92년 유죄판결 이후 진실을 알지만 밝혀내지 못했음에 변호사로서 부끄러움을 느껴 자신 스스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6월항쟁 직후 사회의 민주화에 변호사들도 이바지를 하자 해서 88년 동료들과 만든 작은 단체가 지금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되었다고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 민변에서 활동했다던 이 변호사는 변호사 생활 30년이 된 지금, 열정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을 찾아오는 의뢰인들에게 최대한 공감할 수 있을까가 자신의 화두라고 밝혔다.

우리가 지켜줄테니 제발 국가권력에 농락당하지 말기를

한 시간 남짓 진행된 토크쇼를 마쳐야 할 시간이 다가왔을 땐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종일관 웃음과 감동이 오가는 동안 관객들은 영화의 연장선에서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문과 허위 진술에 의한 조작이 영화 속 옛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도 사회 곳곳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지금도 자신의 발과 의지와 공감으로 헌신하고 있는 변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변호사로서 피의자들을 털 끝 하나 다치지 않게 지켜줄 테니 제발 국가 권력에 농락당하지 말고 자존심을 지키라', '약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게 용기니 우리의 힘을 믿자'고 끝까지 당부하던 우리 시대의 변호인들. 드러나지 않는 곳곳에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우리시대 변호인 시국강연
 우리시대 변호인 시국강연
ⓒ 청년미래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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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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