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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2000년 2월 22일 문 연 <오마이뉴스 >가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시민참여 저널리즘'이라는 도전이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기자라는 든든한 토양 덕분입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언론인·정치인 전문 인터뷰 100회'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영광 시민기자를 만났습니다. [편집자말]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저는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에 관심이 없었어요. 우연히 변상욱 기자를 SNS를 통해 알게 됐고, 이야기 하다 문득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우연한 마음에 끌려 사람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영광 시민기자(33, 전북 전주). 그는 최근 100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이영광 기자는 2009년 2월 17일 변상욱 CBS 기자를 시작해 최승호 PD, 개그우먼 김미화씨, 김승환 전북교육감, 최문순 강원도지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언론계와 정치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됐다.

최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100번째 인터뷰>를 마친 이영광 시민기자
 최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100번째 인터뷰>를 마친 이영광 시민기자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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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문제를 누구보다 진실되게 보도하는 시민기자"

이영광 기자의 인터뷰 기사는 구성이 간단하다. 서두에서 1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그 다음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올린다. 서두에서는 인터뷰이가 한 말 중 핵심을 짚어 간결하게 정리해 읽는 이들의 지루함을 최대한 줄였다. 기사를 다 읽고자 하는 이와 핵심만 보고 싶어 하는 이를 모두 배려한 이영광 기자만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편의 기사가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 편이다. 뇌성마비 1급을 앓고 있는 그는 비장애인에 비해 컴퓨터 자판을 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그에게 장애로 불편한 것이 있냐고 물었지만, 타자치는 것 말고는 없다고 답변했다). 1~2시간의 인터뷰를 처음에는 2~3일에 걸쳐 녹취를 풀기도 했다. 지금은 숙달되어 약 7시간으로 줄었지만, 녹취를 풀어본 사람은 긴 시간 녹취를 푸는 것이 상당히 고된 작업이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녹취를 다 풀면 그는 전문을 상대방에게 추가 질문과 함께 보내 자신이 말을 왜곡한 것은 없는지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꼭 거친다. 그렇게 해서 문제가 없다고 하면, 서두를 작성하고 기사를 송고한다. 기사 한 편을 출고하는 데 대략 3~5일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상당히 번거로울 수 있는 작업이지만, 팩트를 훼손하지 않고자 하는 이영광 기자의 철학이 있기에 이 과정을 빼먹지 않는다.

"구약성경을 보면 예언자들이 많이 나와요. 보통 사람들은 예언자를 요즘의 점쟁이와 같이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로 아는데, 예언자의 '예'는 '맡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람들로 그 당시 사회 문제점을 짚어서 올바르게 하는 것이 임무였어요. 왕이 잘못하면 직언을 하는 것이 예언자였죠. 지금으로 보면 언론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빛과 소금으로 살라고 했는데, 빛과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고 소금은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잖아요. 기자는 이 세상의 어둠을 비추고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인터뷰이들의 말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한국사회 모순을 그들의 발언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 100번째 인터뷰를 하면서 이영광 기자 자신이 정립한 철학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철학은 언론문제를 다룰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이영광 기자는 그 중에서도 언론인들과 인터뷰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아무 기준도 없이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언론 문제가 저하고 맞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언론문제와 정치문제가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언론인을 인터뷰해도) 자연스럽게 정치문제를 언급하게 되죠."

이렇게 만난 언론인들은 변상욱 CBS 기자, 김현정 CBS PD, 이상호 기자, 최승호 PD, 노종면 기자,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 조상운 국민일보 전 노조위원장, 김현석 KBS 전 노조위원장 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언론에 대한 권력의 공격이 가장 극심할 때, 다수 언론들이 침묵을 선택했다. 이 시기 이영광 기자는 언론인들을 직접 만나 기존 언론이 외면한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언론 파업, 종편, KBS 수신료 문제 등 그는 다양한 언론인들의 입을 빌어 한국 언론의 상황을 보여줬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기자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장애의 힘든 몸에도 언론문제를 누구보다 진실되게 보도하는 시민기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기자라는 생각도 못하고, 자신을 소개할 때 '저 기자 아니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광 시민기자는 이제 어느 직업기자보다 언론인들에게 인정받는 기자가 되었다.

"기자는 연필,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

"연필을 쓰려면 날카롭고 뾰족하게 깎아야하고 쓰다보면 또 닳아서 뭉툭해진다. 그러면 또 깎고 갈아야한다. 항상 날카롭게 촉을 갈아 놓아야한다. 나이가 들어서 힘 빠지고 머리도 희어져도 기자이려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깎고 갈아 놓아야 한다"

이영광 시민기자와 변상욱 CBS 기자. 5년 전 변상욱 기자를 인터뷰한 것이 이영광 시민기자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시작이 되었다.
 이영광 시민기자와 변상욱 CBS 기자. 5년 전 변상욱 기자를 인터뷰한 것이 이영광 시민기자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시작이 되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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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시민기자가 5년 전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였던 변상욱 CBS 기자에게 던진 첫 질문은 '기자는 00다'였다. 이에 변상욱 기자는 '기자는 연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답했다. 직업기자들의 연필이 참 많이 무뎌진 상황에서 이영광 기자의 연필은 여전이 날카롭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받는 적은 액수의 원고료가 그의 유일한 밥줄인 상황에서도 그는 '과외 받는 재미'라며 앞으로도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좋은 뉴스는 기자의 가슴을 뛰게 하고 그 순간에 독자는 놀라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이영광 시민기자는 심장이 뛰는 뉴스를 찾는 예언자 같다. 사는 곳은 전북 전주지만, 인터뷰를 위해 멀리 서울까지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심장이 뛰는 기자의 200번째 기사는 우리에게 어떤 놀라움을 줄 수 있을까? 그 놀라움을 기대하며 그동안 발로 뛰며 작성한 이영광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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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영광 시민기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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