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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헤랑가르 성에서 내려다 본 블루시티(조드뿌르)
 메헤랑가르 성에서 내려다 본 블루시티(조드뿌르)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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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에는 블루시티가 있다.
광대한 타르 사막에서 푸르게 빛나는 도시 조드뿌르.
높은 구릉에 우뚝 솟은 메헤랑가르 성에 올라서면 도시가 내려다보인다.

점점이 보석처럼 박힌 푸른 집들, 푸른 페인트를 칠한 브라만들의 집이다.
이제 브라만이 아닌 자들도 푸른색으로 단장할 수 있다 해도 브라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한다.

먼 옛날, 신이 인간의 삶 깊숙이 자리하던 멀고먼 그 옛날.
제사를 올리는 대가로 암소를 차지했던 브라만은 최고의 계급으로 자리를 잡았다.

브라만을 견제하기 위한 아쇼카 왕의 통치정책이나 상업의 발달로 인한 추락,
브라만에게도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들은 약빠르게 살길을 도모했다.
불교와 자이나교의 불살생을 받아들여, 제사에서의 살생만이 성스럽고 그 외의 모든 살생은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한 브라만은 그들의 카스트를 다졌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는 광범위한 범주일 뿐, 인도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몇 천 개로 세분화 된 하위 카스트 개념 자띠(jati)이다.
사제는 브라만, 지주는 라즈뿌뜨, 가죽세공은 짜마르, 세탁업은 도비, 청소부는 방기......
이렇게 그들은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구분과 경계, 그것은 정淨과 부정不淨(오염)으로부터 온다.
청소를 하는 일, 남의 털을 만지는 이발사는 낮은 카스트.
살아 있는 소와 관계된 일은 깨끗한 일, 죽은 소와 관계된 일은 더러운 일.
하여 소가죽으로 신발을 만들거나 소가죽으로 만든 북을 치는 예술인은 불가촉천민.

불가촉천민과는 음식도 나누지 않는다. 우물물도 나누지 않는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로의 개종은 카스트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불가촉천민들의 열망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지정 카스트 할당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대부분 낮은 카스트 중에서도 경제력이 있는 자들의 몫. 할당제도는 오히려 카스트를 공고히 할 것이고, 너와 나를 가르고 구분 짓는, 그들 마음속에 버티고 있는 벽을 허물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 어디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게 아직도 존재하나 싶다가도,

불과 4.7%의 브라만이 나머지를 지배하고,
경제력을 확보한 낮은 카스트는 높은 카스트의 생활 관습을 끊임없이 모방하고,
결혼할 때에는 카스트와 궁합을 따지는 일.....

문득 드는,
지금, 여기, 우리는, 다른가......?
하는 생각.

덧붙이는 글 | 2013년 1월 한달동안 인도를 여행했습니다.



태그:#인도의 카스트(자띠), #불가촉천민, #블루시티, #조드뿌르, #인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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