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별에서 온 그대> 18회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의 일기를 읽고 놀란 천송이(전지현 분).

SBS <별에서 온 그대> 18회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의 일기를 읽고 놀란 천송이(전지현 분). ⓒ SBS


1회 연장을 결정한 탓일까? 19일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 18회는 약간 지루한 감이 돌았다. 중요한 장면이 있었다면 이휘경(박해진 분)이 이재경(신성록 분)의 소시오패스적 살인행위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 천송이(전지현 분)가 도민준(김수현 분)이 지구에 남아있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알게 되었다는 점 정도일 뿐이다. 그 외에 결말에 연관된 다른 에피소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민준과 천송이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로의 감정이 온전히 드러난 순간, 그들은 곧장 공식적인 커플관계에 들어섰다. 도민준은 천송이를 품에 안은 채 운전을 하고, 같이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남산에 올라가 커플 자물쇠를 채우기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도 한다. 여느 커플들처럼 아기자기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토라지고 입을 삐죽 내미는 여자, 속을 몰라주는 무뚝뚝한 남자가 되기도 한다. 천송이는 옆 테이블에서 아름다운 장미꽃다발과 프러포즈 반지를 받은 여자를 바라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 앞에 있는 남자 도민준은 그러한 부러움을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다. 빨리 먹고 가자며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는 것 말고는 달리 마음을 추스를 방법이 없다.

초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도민준은 여자의 심리를 잘 모르는 과묵한 보통 남자가 되어가는 듯하고,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천송이는 남자친구의 행동에 따라 기분이 좋아졌다 싫어졌다 하는 보통 여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그들은 더 이상 머나 먼 별에서 온 외계인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한류스타도 아니다. 평범한 연애를 하는 흔하디흔한 커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야기 방해하지 않는 과하지 않는 PPL, 영리하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 간접광고로 등장하는 어플리케이션.

SBS <별에서 온 그대>에 간접광고로 등장하는 어플리케이션. ⓒ SBS


<별에서 온 그대> 18회의 대부분은 도민준과 천송이의 평범한 연애로 채워졌다. 그렇게 극의 긴장감이 살짝 빠지다 보니, 순간 다른 부분을 관찰하게 된다. 요즘 드라마에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불고 있는 PPL(간접광고) 전쟁이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유심히 살펴보니 다른 드라마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도민준이 천송이와의 데이트를 위해 남성복 매장에서 정장을 구매한다. 옷을 입어보는 장면에서 벽에 남성복 브랜드 로고가 보인다. 협찬이며 PPL이라는 뜻이다.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차 트렁크를 열어 보라고 말한다. 천송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트렁크를 열어본다. 그 때 트렁크에 붙어있는 자동차 회사의 엠블럼은 흰색으로 가려져 있다. 광고가 아닌 셈이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광고 효과 덕을 가장 톡톡히 보고 있는 PPL은 문자 송수신 앱이다. 도민준과 천송이는 매 회 때마다 이 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휴대폰에는 이 앱의 이름이 선명하게 나온다. 그러고 나서야 이들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앱으로서는 <별에서 온 그대> 를 통한 PPL 광고가 단연 최고의 선택이었을 테다.

그런데 <별에서 온 그대>에서의 PPL 광고는 생각보다 잡다해 보이지 않는다. 문자 송수신 앱 외에 딱히 두드러지게 보이는 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PPL 광고를 위해 생뚱맞은 장면을 첨가한다거나, 어이없는 설정을 연출한다거나 하는 꼼수를 부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를 가리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면서 PPL 광고를 자제하는 듯한 인상까지 심어주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 SBS


대신 다른 방법으로 다른 제품을 광고하는 모습이다. 모델은 바로 천송이. 그녀가 입고 나오는 의상과 액세서리, 구두들이 다른 PPL 광고 제품들보다 훨씬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를 시청한 여성의 대부분은 천송이 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다. 브랜드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아 그 호기심은 몇 배의 구매욕으로 작용하게 된다.

천송이가 몇 회 때 둘렀던 숄, 입었던 치마와 블라우스, 신었던 구두, 머리를 묶었던 헤어밴드 등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어디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꾸미고 나온 모든 것이 기가 막히게 근사하고 스타일리시하다. 천송이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은 충동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다.

천송이가 여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스타일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일반인은 아닌, 하지만 그녀에게도 일상이라는 것이 있음을 보여주고, 스타의 일상 패션을 약간은 과하게 드러냄으로써 이야기를 무리 없이 진행시키고, 더불어 여성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광고 효과까지 알뜰하게 챙기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천송이는 한 두 컷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다. 1분 정도가 지나고 나면 그녀는 다른 옷으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천송이를 연기하는 전지현을 모델로 삼아 의류 광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진다거나,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는다. 드라마 흐름을 방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잘 차려 입고 나온 천송이가 오히려 사랑스럽기만 하니까.

이런 식의 광고야말로 표 나지 않으면서 효과는 만점인 광고가 아닐까? 무조건 브랜드 이름을 줄줄이 등장시키고, 그것을 위해 억지스러운 장면들을 쉴 새 없이 연출하는 드라마는 PPL 광고 효과는커녕, PPL에 휘둘려 작품을 망친다는 폄하만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별에서 온 그대>는 이러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꽤 영리했다. PPL의 모범답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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