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결성하면서, 19대 국회의원 전원에게 '창립준비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의 공문과 위촉장을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기총 "대통령님을 위한 기도회는 국회의원들의 직무"

서기호 의원이 공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공문.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발신 공문 서기호 의원이 공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공문.
ⓒ 서기호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한기총은 14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대통령님은 오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 국가보위와 국정수행을 위한 많은 난제 앞에 있습니다"라면서, "여야를 초월하여 기도해 드리는 것이 우리 국민의 도리요 의무"라고 조찬 기도회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어서 "대통령님을 위한 기도회는 모든 국민의 절대적 의무이며 대통령님과 국가를 보위하는 국회의원들의 직무"라고 강조했다.

한기총은 "본회는 ○○○ 의원님을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 창립준비위원으로 위촉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셔서 나라의 안녕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의원의 이름이 적힌 위촉장을 함께 보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공문과 위촉장을 공개하고 '한기총의 위촉을 정중히 거절한다'는 글을 올렸다. 

서 의원은 "대통령을 위해 기도를 하자는 취지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일방적으로 기도를 강요하는 것은 제가 아는 종교의 기도행위와 큰 차이가 있다. 대통령을 위한 기도보다는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가 더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문과 함께 발송한 위촉장. 2월 17일자로 기재되어 있다.
▲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 창립준비위원 위촉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문과 함께 발송한 위촉장. 2월 17일자로 기재되어 있다.
ⓒ 서기호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기자가 여야 국회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한기총은 국회의원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위촉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공문을 통해 "2월 22일(토)까지 회신이 없을 시는, 위촉 요청을 수락하신 것으로 알고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공문이 온 사실도 몰랐었다"며, "하마터면 회신을 안 한 채 이름이 실릴 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폭거"라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위촉장까지 만들어서 내정하는 식으로 보내다니 상당히 불쾌하다.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총 측은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종북정당해산" 촉구하더니... 통합진보당에도 위촉장 발송

한기총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직 국회의원 전원에게 동일한 내용의 공문과 위촉장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기총은 "통합과 화합의 차원에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에게도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기총은 지난 2012년 '종북정당해산촉구 심포지엄'을 개최한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내란 음모' 혐의가 있는 이석기를 철저히 수사하라" 등 통합진보당을 공격하는 성명을 수차례 내기도 했다.

한기총은 "국가조찬기도회를 하듯이 국회의원들의 조찬 기도 모임을 만들려고 했던 것 뿐"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위한 기도에는 여․야의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개인의 종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굳이 종교가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모임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종교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곽우신 기자는 서기호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조찬기도회, #정의당, #서기호
댓글8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