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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모습
 전남대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모습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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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에서 '박근혜 정부 대학구조개혁안,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교수토론회운영위원회(사학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민주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가 주최하고 민교협 전남대 분회가 주관했다.

지난 1월 28일 발표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정책를 두고 대학 교수단체들이 '공교육의 정상화 해체를 야기하고, 대부분의 지방대학과 교수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껴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권역별로 전국순회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8일 전남대에서 열린 토론회는 부산경남, 충청권에 이어 열린 자리였다.

토론회는 제1부 발제와 제2부 토론회 순서로 진행됐다. 제1부는 민교협 전남대 분회 이강서 교수의 사회로, 제2부는 민교협 광주전남지회 김성재 조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대학 체제, 왜 공공대학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 정부 구조조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적 방향'을 통해 "문제점으로 전국 대학의 서열화,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의 과다에 비민주적인 족벌지배구조의 운영에 따른 부정비리가 반복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구조개혁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도권과 지방대의 서열구조를 완화하고 지방대의 궤멸을 막기 위해서는 정원 감축을 '전체 정원축소 규모 중 50%는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일률적으로 정원을 축소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들의 혼란이나 경쟁이 완화되고 지방대도 불리한 지표경쟁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둘째, 사학 중심의 고등교육 체제를 공공대학(public university)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구조로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퇴출되는 사학들을 여건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공공형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써야 한다. 부실대학이든 비리부정대학이든 퇴출되는 대학은 지역 여건에 따라서 인근 거점대학인 국공립에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지자체 단위에 따라 도립이나 시립으로 공영화하거나, 아니면 사학으로 남되 운영비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받는 '공공형 사학'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 있다.

셋째, 한국 대학들을 그 특성과 목적에 따라 재배치하는 작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즉 일반대와 전문대의 성격을 분명히 구분하여 조정하고, 일반대도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을 구분해 지원 및 발전시키는 것이다. 현재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수도권의 소위 일류대학들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추구하는 목적과는 어긋나게 과도한 학부생 수(2만 명을 상회하는 대학들만 12개 대학) 때문에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중심인 대형대학들은 학부생을 대폭 감축하도록 하고, 대신 대학원 교육 및 연구를 지원하는 정책을 써서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중심대학은 취업 위주의 교육방침을 자제하고 일반대의 본령을 찾도록 해야 하며, 기술 및 취업은 전문대로 특화되도록 전문대를 육성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넷째, 장기간에 걸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은 국가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대학현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학생들의 수업권은 명시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즉 대학이 폐쇄되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경우, 통폐합된 인접대학이나 공공형으로 전환된 대학에 재학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퇴출되는 대학의 교수도 전문성을 가진 인적 자원으로서 마땅히 그 권리가 명시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아울러 구조조정 국면에서 예상되는 사학재단들의 횡포로 분규가 발생하는 경우, 즉각 이를 공영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대학을 안정시킨다는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조선대 백수인 교수는 '조선대의 설립배경과 공영화의 당위성'을 통해 조선대학의 '민립대학으로서 설립배경'과 지금까지의 법인 이사회 파행 등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선대 공영화의 당위성을 주장해 큰 공감을 얻었다. 백수인 교수는 "구 경영진의 퇴진 이후 임시이사 체제에서 조선대는 놀랄만한 발전을 이룩했다"면서 "22년간의 임시이사 체제를 종식하고 정이사 체제에 들어서면서 조직 이기주의와 기득권 싸움에 편승한 일부 구성원들의 편 가르기가 비리로 물러난 구 경영진의 조선대의 복귀 움직임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영화의 당위성에 대하여 다섯 가지로 요약하였다.

첫째. 진정한 주인, 즉 설립 주체가 경영 주체가 돼야 한다. 조선대의 진정한 주인은 7만2000여 설립동지회 회원 등 호남 지역의 주민이요, 크게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둘째, 수조 원에 달하는 조선대의 자산을 조선대의 설립이나 운영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특정 개인들에게 맡길 수 없다. 더구나 40여 년간 대학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면서 비리를 저질러 퇴출된 구 경영진 혹은 그 상속자에게 다시 대학 경영을 맡긴다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다.

셋째, 조선대는 설립 당시 애초에 사립이 아니었다. 조선대가 설립될 당시는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난 바로 다음 해로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을 때였다. 조선대는 설립 초기 재단법인 형태였지만 설립과 운영의 주체는 '조선대학설립동지회'였으며, 이 동지회의 회원은 10여만 명을 상회했다.

넷째,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광주와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조선대가 공립화 되면 국립 전남대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고등교육과 학문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도시·문화도시에 상응하는 대학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반값등록금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조선대의 경영권이 비리로 물러났던 구 경영진으로 급속히 이동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조선대의 공영화는 광주 시민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그리고 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

민교협 김성제 광주전남지회장의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민교협 김성제 광주전남지회장의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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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민교협 광주전남지회 김성재 교수의 사회로  질의응답 및 각 대학별 상황 청취와 대응방안 제시 등의 토론에서 필자, 전주대 남상윤 교수, 동신대 민정식 교수, 대불대 김영록 교수, 광주대 은우근 교수 등 토론자들은 현재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구조개혁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열악한 대학의 처우문제 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이 시간은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의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필자는 토론문을 통하여 이번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의 문제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양적팽창을 주도했던 정부가 그 책임을 고스란히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고 진단하고,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성과에 급급해 문제를 해결하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대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영화 방안의 하나로 우선 가칭 '조선대학교 공영화를 위한 시·도민 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해 공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방청석의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정영일 상임대표는 자신이 속한 대학의 현실과 전문대학의 실태를 여과 없이 발표했다. 광주전남의 사학과 전문대학의 열악한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많은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들을 대구와 서울의 토론회를 거쳐 오는 3월 14일 국회에서 전국교수대회를 갖기로 하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한겨레>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대학 구조개혁, #대학 서열화, #대학 공영화, #조선대 공영화, #전국 교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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