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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로의 한 골목길, 눈에 묻힌 차.
 임영로의 한 골목길, 눈에 묻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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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에서는 오늘(17일)도 계속 눈이 내리고 있다. 오전 11시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릉시에서는 6일부터 14일까지 155cm의 눈이 쌓였다. 이 적설량은 1911년 기상청 계측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 셈이다.

그런데도 앞으로 이삼일 동안 최고 30cm가량의 눈이 더 내린다는 예보다. 그로 인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렇게 쌓인 눈 위로, 또 다시 눈이 내려 쌓이고 있다.

도로 위에 쌓인 눈을 깨끗이 치워 없애는 제설 작업에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도로 곳곳에서 제설 작업에 나선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로 위로, 적재함에 눈을 가득 실은 덤프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하지만 눈은 치워도 끝이 없다.

주요 도로는 대부분 제설이 끝난 상태다. 차량 소통에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면 도로나 좁은 골목길은 사정이 다르다. 이면 도로와 골목마다 여전히 산처럼 높이 쌓여 있는 눈을 볼 수 있다.

제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이면도로.
 제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이면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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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을 실어 나르는 트럭.
 잔설을 실어 나르는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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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위에 쌓인 눈을 치우는 시민들. 이런 날이 12일째 계속되고 있다.
 인도 위에 쌓인 눈을 치우는 시민들. 이런 날이 12일째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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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도로마다 제설 작업에 나선 굴삭기와 덤프 트럭들이 길을 막고 있다. 제설 작업으로 이면도로가 통제되면서, 그곳을 지나가려는 차량의 운전자들과 통제 요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시작된 제설 작업은 저녁에 해가 질 무렵이 될 때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좀처럼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거리에 눈이 쌓이기 시작하자, 주민들도 삽과 넉가래를 들고 나와 다시 눈을 쓸기 시작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눈을 치우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그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해서 길 위에 쌓인 눈을 언제 다 치울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제설 작업을 지원하러 나온 차량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다행이다.

강릉시 내 원대로의 한 이면도로에서 제설 작업을 돕던 한 주민은 "제설 작업에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강릉시 말고도)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도움을 주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는 "이곳 동네 주민들은 고령자들이 대부분이라 제설작업은 그 사람들 없이 우리끼리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는 말로,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 그곳의 제설 작업 현장에는 다른 지자체나 기업체에서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여러 대가 있다. 그는 또 '오늘도 꽤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는 "이제 30cm 눈은 겁도 안 난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얼마 전까지 눈이 155cm 높이로 쌓이는 걸 견뎠는데, 거기에서 30cm 더 쌓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눈 때문에 옆 집 담장이 무너질 것 같아 눈 치우고 있다"

눈에 파묻힌 주택. 입구마저 눈에 막혀 있다.
 눈에 파묻힌 주택. 입구마저 눈에 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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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덮인 강릉, 한 시민이 집 안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눈에 덮인 강릉, 한 시민이 집 안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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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굴삭기들.
 이면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굴삭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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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작업은 도로 위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다. 눈은 집 안 마당과 지붕 위에도 두텁게 쌓여 있다. 임영로의 길가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주택가에서는 한 노부부가 집 안에 쌓인 눈을 밖으로 퍼내느라 여념이 없다.

노부부는 "이 많은 눈을 어떻게 퍼내야 할지 엄두를 못 내다가 눈 때문에 옆 집 담장이 무너질 것 같아 오늘 눈을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문 안을 들여다보니, 좁은 마당 안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눈이 꽉 들어차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 또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평소 몸이 편치 않다'는 노부부는 눈을 치우다 말고 한숨을 폭 내쉰다. 그들은 "지붕에 쌓인 눈도 큰 걱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손을 댈 수조차 없다. 이곳에도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해 보인다.

도시에서 거둬낸 눈을 도시 밖으로 내다버리는 것도 큰 문제다. 덤프 트럭에 실어 담은 눈은 강릉 시내를 관통하는 남대천이나 시 외곽의 공터 같은 곳에 버려지고 있다. 남대천에서는 버려진 눈이 점점 더 높이, 더 넓게 쌓여가고 있다. 남대천 한쪽 둔치가 이미 버려진 눈으로 가득 뒤덮인 상태다. 이제는 눈을 내다버릴 공간을 찾는 것도 일이다. 강릉시는 눈을 내다버릴 새로운 장소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거리에서는 강릉시가 시민들에게 제설 작업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강릉시는 시민들에게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는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도로 위에는 눈에 갇힌 차들이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다.

제설 작업 현장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한 경찰관은 "도로에 방치된 차들이 제설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지금 도시 전체가 눈을 치워 없애는 작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도로에 버려진 채 방치된 차. 이런 차들로 인해 제설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도로에 버려진 채 방치된 차. 이런 차들로 인해 제설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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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도로 사이에 쌓인 눈.
 인도와 도로 사이에 쌓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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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하루 4만여 명 동원, 장비 2천여 대 투입

강릉시는 현재 제설 작업을 돕고 있는 군부대와 자원봉사단체 등에 좀 더 오랜 기간 작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강릉시는 지금 정부의 지원과 일반 시민들의 자원봉사가 그 무엇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17일 하루 동해안 전 지역의 제설 작업 등에 4만여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여기에는 공무원 3천여 명, 군인 6천여 명과 자원봉사단체 회원과 주민 등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장비는 하루 2천여 대가 투입됐다.

눈이 내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폭설로 인한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오늘로 동해안 폭설 재산 피해액이 110억 원을 넘어섰다는 발표다.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강원도는 앞으로 폭설 피해 시설을 신속하게 복구하는 한편, 정부에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영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특별교부세를 추가로 지원해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남대천에 눈을 밀어넣고 있는 트럭과 굴삭기들.
 남대천에 눈을 밀어넣고 있는 트럭과 굴삭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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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는 14일 현재 강릉에 155cm, 동해에 118cm, 삼척에 116cm, 고성에 129cm, 양양에 107cm의 눈이 내렸다. 고갯길에는 더 많은 눈이 내렸다. 미시령에 184cm, 댓재에 160cm, 진부령에 142cm, 대관령에 141cm, 한계령에 96cm의 눈이 내렸다. 강원도는 지난 7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재난안전대책 비상안전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강릉시청에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해 폭설로 인한 피해와 제설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태그:#폭설, #강릉, #강원도, #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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