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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이면 돌아오는 성룡표 영화, 이번에는 액션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영화 <폴리스 스토리 2014> 포스터 ⓒ (주)드림웨스트픽쳐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오랜 경찰 생활로 늘 피곤함에 절어 있는 아빠 종 반장(성룡)은 딸(경첨 분)의 연락을 받고 '우' 클럽을 찾는다. 곳곳에서 스트립 댄서가 춤을 추고, 장식용으로 놓인 어항에는 피라냐가 들어있다. 의도적으로 감옥을 본 따 만든 것 같은 이 기괴한 인테리어의 클럽에서 종 반장은 짙은 화장에 야한 옷차림을 한 딸 마오와 마주한다.

반항기로 위악하는 딸은 클럽 주인인 우 사장을 남자친구라며 소개한다. 난생처음 보는 딸의 모습에 심란한 종 반장. 그 사이 클럽 안에서는 어설픈 인질극이 벌어지고 종 반장은 이를 해결하려 한다. 그보다 앞서 우 사장이 사태를 일단락 시키고. 어느새 둔기를 맞고 정신을 잃은 종 반장은 우 사장으로부터 포박을 당해 꼼짝 못하고 있다. 클럽 안의 손님들은 죄다 우 사장의 인질이 되어 있다. 그 안에 종 반장의 딸 마오도 있다. 종 반장은 인질과 자신의 딸을 구해낼 수 있을까.

영화의 첫 장면. 뒷모습이다. 성룡의 뒷모습. 카메라가 이내 성룡의 앞모습을 비춘다. 그는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하고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슬픈 곡조의 음악, 아련하고 무거운 분위기.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성룡이 그렇게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성룡이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화에는 다른 수사를 갖다 붙이지 않는다. 그냥 '성룡 영화'다. 그의 영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이자 장르가 돼 버렸다. 전신을 무기삼아 견고히 빚어내는 액션 장면, 긴장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 전반에서 고수하는 휴머니즘의 정서 등, '성룡 영화의 법칙'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의 영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어떨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전과 달리 무겁고 진지한 성룡의 모습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장난기 어린 그의 얼굴과 상대를 제압하는 것보다 관객을 웃기는 것이 목적인 성룡표 코믹 액션을 찾을 수 없다. 시종일관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깊게 패인 눈가의 주름은 더 이상 관객을 향해 눈웃음을 지어 주지 않는다. 잘 웃던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내고 정색하면 더 당황스러운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의 성룡의 변화는 좀처럼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유머를 제외한 나머지는 성룡 영화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든 만큼 액션의 강도와 분량은 이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성룡은 전과 다름없이 자신의 몸으로 모든 액션 장면을 소화하고 있다. 둔탁한 효과음이 실제 촬영 현장의 소리처럼 느껴지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성룡표 리얼 액션은 이번 영화도 역시나 '성룡의 영화'임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 나이로 환갑, 성룡의 대안은? '액션' 대신 '정서' 담는 것

 늘 최선을 다하는 성룡의 모습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 <폴리스 스토리 2014>의 한 장면 ⓒ (주)드림웨스트픽쳐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어쩌면 이번 영화 속 성룡은 앞으로 제작될 '성룡 영화'의 새로운 모델 혹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 한국 나이로 올해 환갑을 맞은 성룡에게 전작들과 같은 수준의 액션을 원하거나 그보다 훨씬 파괴적인 액션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 관객은 물론 성룡 자신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간단히 두 가지의 방법이 떠오른다. 하나는 대역을 써서라도 이전과 같은 액션을 보여주는 것, 다른 하나는 액션 분량을 줄이고 그 빈자리에 정서를 담는 것이다. 성룡은 이번 영화에서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성룡의 액션보다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그가 표출하는 감정은 딸을 향한 부성애다. 아빠 종 반장과 딸 마오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먹해진 사이다. 딸의 반항기를 잠재울 만큼 종 반장은 아빠로서는 유능하지 못하다. 가정보다 사회, 국가에 충실해온 삶이 종 반장을 불량 아빠로 만든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 2014>란 제목에 '성룡의 테이큰'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어울릴 정도로 이번 영화에서 성룡을 온전히 감싸는 정서는 부성애다.

딸과의 관계 회복이야 우 사장이 벌인 인질극으로 말도 안 되게 급히 봉합되어 그 둘의 관계의 심각성을 재단하기 우스워졌지만, 딸 마오를 제외하고서도 성룡은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인물 대부분을 아버지의 마음처럼 이해하려 한다. '성룡 영화' 고유의 휴머니즘은 이러한 부분에서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친 느낌이다. 성룡이 맡은 종 반장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는 이번 영화에서 확실히 액션을 통합 범인 검거보다는 협상에 탁월한 인물로 도드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협상 방식이란 게 범인에 대한 지나친 신뢰에서 비롯되어 범인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착한 범인은 자신의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종 반장에게도 알려준다. 어딘가 모르게 오글거리는 설정이다.

곳곳에 배치된 이러한 설정이 영화에 낡은 느낌을 덧씌운다. '클래식'이라기보단 '촌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다분히 옛날 영화에서 볼 법한 클리셰들이 나열된다. 착한 형사와 착한 범인이 만났을 때야 가능한 계몽·계도형의 협상 장면들이 순간순간 영화와 현실의 괴리를 깨닫게 하고, 관객의 집중력을 흩뜨린다.

좀 덜 싸우고, 좀 덜 웃기면 어떠한가..'따거' 성룡인데 

 힘겨워 하는 액션씬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성룡.

영화 <폴리스 스토리 2014>의 한 장면 ⓒ (주)드림웨스트픽쳐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이외에도 미스터리한 사건이 기대보다 미스터리하지 않아 맥이 풀려 버리고, 전체적으로 서사가 너무 전형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아쉽다.

영화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는다는 소위 '방관자 효과'를 소재로 가져와 어마어마한 인구수의 중국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가정으로 경각심을 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위해 동원된 목격자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어 되레 서사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성룡 영화'로서의 역할과 기능은 충분히 하고 있다. 전처럼 웃기지 않을 뿐, 시간은 간다.

성룡은 이번 영화를 통해 액션을 펼칠 '공간'을 줄인 대신, 제대로 된 감정 연기를 펼칠 '시간'을 늘렸다. 모든 액션을 지하 클럽으로 한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플래시백과 상상 장면으로 채워 넣었다. 재밌는 것은 영화 중간의 종종 등장하는 종 반장의 상상 장면과 잦은 플래시백이 마치 영화 밖의 성룡이 상상하고 회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종 반장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성룡의 감정과 생각으로 치환하면 그가 왜 진지해졌고, 유머를 잃었는지 자연히 이해된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1985년 '폴리스 스토리' 1편으로부터 29년이 지나 만난 여섯 번째 시리즈다. 이전 편도 2005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9년이 지난 셈이다. 유쾌한 분위기에 익숙한 유머코드, 재빠른 움직임과 기똥찬 액션의 합 등은 세월과 함께 무뎌졌지만 명절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성룡 영화를 도통 마다할 재간이 없다.

홍콩 액션의 산 역사로, 한국을 좋아하는 친한(親韓)배우로 늘 우리 곁에 있어준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고 출연해주는 것만으로 참 감사하다. 덜 맞고 덜 넘어져도 좋다. 까짓 거 덜 웃겨도 좋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성룡 따거'의 영화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에 참 고마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 성룡 테이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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