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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 무죄 선고 받은 김용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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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1시 5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법정 502호. 피고인석에 등을 기대고 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재판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한 그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양복 웃옷 단추도 채웠다. 방청하러 온 지인들과 악수하던 5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약 한 시간 뒤 그는 방청석에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법원) 앞에 한꺼번에 가서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했다. 재판 내내 긴장해 있던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1심 무죄를 받는 그는 이렇게 웃었다.

검찰의 완패

사법부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판단을 내리는 날인 만큼 법정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모였다.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에 참여하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주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과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눈에 띄었다. 좌석이 없어 법정 복도에 서거나 앉아서 판결을 지켜봤다.

국정원 특별수사팀 이복현 검사는 그 틈을 비집고 검사석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에 난감해 하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선고 공판 내내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김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특히 핵심 증인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통화 내역이나 당시 수사자료, 다른 관계자들 진술 등 어느 하나도 권 과장의 말과 검찰 쪽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의 완패였다. 재판이 끝나자마자 이 검사는 곧바로 퇴장했다. 몇몇 시민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심각한 표정의 진선미 의원은 소감을 묻는 말에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무죄에도 쏟아진 질문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며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무죄' 받은 김용판 고개숙여 인사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며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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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김 전 청장이 복도로 나왔다. 한 시민은 그를 향해 "역사의 심판을 꼭 받을 것"이라고 소리쳤지만 김 전 청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법원 현관 쪽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취재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김 전 청장은 무죄 판결을 받은 소감을 말했다.

"공정하게 진실을 밝혀줌으로써 저와 경찰가족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믿고 적극 변호해 준 화우의 변호인들과 변함없이 저를 믿고 격려해 준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곧이어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쏟아졌다.

"아직 국민적 의혹이 다 규명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다."
"법정 들어올 때 표정 좋았는데 뭐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냐."
"중간수사발표 지금도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새누리당-국정원-경찰의 연결고리로 꼽히던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던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냐."

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을 에워싼 채 계속 묻는 취재진에게 김 전 청장은 "자, 좀 나갑시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 하나에만 "밥을 먹어야 한다"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엇갈리는 정치권 반응... 저녁 7시 촛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밝은표정으로 법원을 나오고 있다.
▲ '무죄' 받은 김용판 활짝 웃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밝은표정으로 법원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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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결과를 두고 새누리당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대출 대변인은 구두논평으로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과도한 정치 공세는 자제돼야 한다는 법의 엄중한 신호가 내려진 것"이라고 했다. 또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그 결과를 정치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황스러워하며 긴급 최고회의를 소집했다. 몇몇 의원은 트위터에서 재판 결과를 두고 개탄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법은 상식과 법 감정 위에 있는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국회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정청래 의원은 "정의가 죽었다"고 표현했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법원 근처에서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날 재판 결과와 관련해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태그:#김용판, #권은희,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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