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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은폐·축소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재판부(형사합의 21부. 부장판사 이범균)의 판결 요지다. 6일 오후 2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편집자말]
○ 공소사실의 개요

허위의 수사 결과 발표의 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 피고인은 제18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12. 12. 11. 국정원이 인터넷으로 대선 및 정치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였다는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관서인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로 하여금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가 포함된 중간수사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 및 배포하고 언론 브리핑을 하게 함.

-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과 아울러 경찰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하여 선거운동을 하고(공직선거법 위반) 특정후보자를 지지하기 위해 정치운동을 함(경찰공무원법 위반).
분석 결과 등 회신 거부 및 지연의 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제18대 대통령선거일 전날까지 서울수서경찰서에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등의 회신을 거부하고 지연시킴.

-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들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방해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검사의 주장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의 선거 및 정치개입과 관련된 다수의 증거를 포착하고도 '문재인 및 박근혜에 대한 지지·비방 게시글 또는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허위의 언론 발표를 한 다음 서울수서경찰서에 증거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 또는 지연하였고, 허위의 언론 발표가 정상적인 업무처리의 결과임을 가장하기 위해 임의제출자의 임의제출 범위 내로 분석이 제한된다는 이른바 '분석 범위 제한 논리'를 사후적으로 개발하였는데, 피고인이 선거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할 의도로 이 모든 것을 지시 또는 승인하였다고 주장하였음.

○ 피고인(김용판) 및 변호인의 주장

선거에 개입하거나 실체를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언론 발표를 승인한 사실은 있으나 증거분석 결과 그대로를 발표한다고 인식하였을 뿐 그것이 허위라고 인식하지 않았으며, 증거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라고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분석의 범위는 적법함 임의제출의 범위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일 뿐 허위의 발표를 정상적인 것으로 가장하기 위해 특별한 논리를 사후적으로 개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음.

○ 핵심쟁점과 판단의 방법

- 결국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피고인에게 '선거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하려는 의도' 및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하고 지연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임.

- 다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증거는 전혀 제출되지 아니하였음.

-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의도 및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충분한 간접사실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제시한 여러 사실관계를 검토하여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주관적 요소가 인정되는지와 나아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음.

○ 범죄사실의 성부에 관한 판단

-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의 입증을 필요로 하고, 간접사실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도 간접사실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이 뒷받침되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함.

- 검사가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 중 하나인 권은희의 진술은, 서울수서경찰서가 이미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이후에 '피고인이 신청 보류를 종용했다.'라는 것이거나, 2012. 12. 18. 저녁 1차로 송부된 분석 결과물에 아이디와 닉네임이 들어 있었음에도 '위 결과물에 아이디와 닉네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분노하여 2012. 12. 19. 새벽에야 위 아이디와 닉네임을 받아 왔다.'라는 것이거나, 통화내역 상 그러한 통화의 기록이 없음에도 '국정원 직원이 분석 과정에 개입하는 문제로 수사2계장과 전화통화를 하였다.'라는 것인 등 그 진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남은 물론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것임.

또 권은희를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수사 및 분석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특정한 결론이 도출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서로 일치하는 진술을 하고 있고 그 각 진술이 CCTV 또는 분석 결과물이 든 하드디스크 등 객관적인 자료의 내용과도 부합하는 반면, 권은희만은 피고인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는 정황이 있다며 위 증인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고 있는데, 객관적 사실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진술 상호간에 모순이 없는 다른 증인들의 진술을 모두 배척하면서까지 권은희의 진술만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특단의 사정이 보이지 아니함.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권은희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음.

- 분석 범위의 문제에 관하여, 증인들의 진술은 물론 CCTV의 영상, 분석 결과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 등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해 보면 분석의 범위는 분석관들이 분석 초기부터 피고인의 지시나 관여 없이 임의제출자의 의사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고, 달리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분석 도중 국정원의 개입 의혹에 관한 단서가 발견되자 이를 은폐하려는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분석 범위 제한 논리'가 사후적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함.

- 나아가 검사가 제출하는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서울수서경찰서의 압수수색영장 신청 지침을 보류토록 했다거나, 국정원 여직원을 증거분석 과정에 개입시키려고 했다거나, 분석 결과를 은폐하기 위해 분석 과정에서 서울수서경찰서를 배제하고 연락을 차단하려고 하였다거나,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 발표의 내용과 시기를 미리 정해 놓고 증거분석에 활용되는 키워드 축소를 강요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함.

- 오히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분석의 전과정을 영상녹화하고 분석 과정에 선관위 직원 및 서울수서경찰서 직원을 참여시키도록 하는 등 분석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 사실이 인정됨.

- 증거분석 결과물이 다소 늦게 반환된 것은 맞지만 분석관들이 분석 종료 이후에 기자간담회 등의 후속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던 점 등 지연된 사유에 충분히 수긍할 만한 점이 있고, 증거분석 결과의 회신과 같은 단순한 절차업무는 통상 상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고 실무자 선에서 처리되는 업무로서 수사과장이 반환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일단락되어 피고인은 그에 관한 사정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됨.

- 결국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에게 실체를 은폐하고 국정원의 의혹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거나, 허위의 언론 발표를 지시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거나, 분석 결과의 회신을 거부 혹은 지연을 지시하였거나 그러한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

○ 결론

- 피고인에게 실체를 은폐하고 선거에 개입하기 위하여 허위의 언론 발표를 함으로써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의사 또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거나 특정인을 지지하려는 목적 및 분석 결과물 회신을 거부 또는 지연함으로써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들의 정당한 수사권을 방해하였거나 그러한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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