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고 김동준씨 노제 당시 오열하는 유가족 2014년 1월 20일 CJ진천공장 기숙사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고 김동준씨의 유가족들이 마이스터고 졸업식을 2주가량 앞두고 마이스터고 교정에서 노제를 치르고 있다.
▲ 고 김동준씨 노제 당시 오열하는 유가족 2014년 1월 20일 CJ진천공장 기숙사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고 김동준씨의 유가족들이 마이스터고 졸업식을 2주가량 앞두고 마이스터고 교정에서 노제를 치르고 있다.
ⓒ 강수정

관련사진보기


지난 2월 6일은 제 조카 동준이의 졸업식날이었습니다. 동준이가 젊은 장인을 만든다는 D마이스터고에 합격했다며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3개월여를 앞두고 동준이는 CJ진천공장에 입사했습니다. 동준이가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깡총거리며 좋아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해맑던 아이는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졸업식날 입고 가려고 사둔 새 양복을 두고 언니와 형부는 망연한 한숨만 쏟아낼 뿐입니다. 저는 앞으로 동준이 같은 친구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D마이스터고 3학년이던 동준이는 지난 2013년 11월 12일 CJ에 입사했고, 1주일 교육 뒤 CJ진천공장에 투입됐습니다. 동준이는 입사일로부터 3개월인 '2월 11일까지를 현장실습기간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입사 2개월 가량이 지난 지난 1월, 동준이는 가족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회사(공장) 생활이 힘들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동준이는 1월 19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1월 13일부터 설 특수 기간이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CJ진천공장과 동준이 그리고 D마이스터고 3자가 서명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현장실습시간은 1일에 7시간이다, 다만 갑(업체)이 을(현장실습생)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1일에 1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상에 명기된 내용대로 노동 시간이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또 동준이는 "1월 16일 공장 분임조 회식 당시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 오전 7시 40분께 동준이는 CJ진천공장 옥상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습니다. 동준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앞으로 8시 30분에 출근하고 싶어요"

 동준이가 목숨을 끊은 날 아침, "앞으로 8시 30분에 출근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동준이가 목숨을 끊은 날 아침, "앞으로 8시 30분에 출근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강수정

관련사진보기


 고 김동준씨가 서명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①)과 근로계약서(②).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현장실습기간 동안 1일 7시간(동의 하에 1시간 연장 가능), 근로계약서에는 주 5일 근무 40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고 김동준씨가 서명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①)과 근로계약서(②).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현장실습기간 동안 1일 7시간(동의 하에 1시간 연장 가능), 근로계약서에는 주 5일 근무 40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 강수정

관련사진보기


동준이는 20일 월요일 오전 6시 20분께 늘 같이 출근하던 입사동기들 카카오톡 대화방에 "어제 몸살로 고생했어요, 앞으로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하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동준이의 메시지를 본 동기 중 조장 역할을 하던 원아무개씨는 "일단 오늘은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한다고 보고는 해둘게"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동준이를 비롯한 CJ진천공장 일부 사원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초과근무를 했습니다. 조기출근을 하는 경우에는 오전 7시에 출근했습니다.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동준이는 조장 역할을 하던 원아무개씨를 통해 시정을 요청한 것입니다.

회식 뒤 엎드려 뻗치고 뺨까지 맞아

 2014년 1월 16일 동준이는 분임조 회식 후 폭행을 당했다. 카카오톡(①)과 트위터(②)를 통해 다른 동기들에게 두려움을 드러냈다.
 2014년 1월 16일 동준이는 분임조 회식 후 폭행을 당했다. 카카오톡(①)과 트위터(②)를 통해 다른 동기들에게 두려움을 드러냈다.
ⓒ 강수정

관련사진보기


저와 언니 그리고 형부는 동준이가 보낸 다른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인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1월 16일 동준이가 당한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1월 16일, 동준이가 속한 분임조에서 회식이 있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같은 공장 3년 차 선배에게 원아무개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원아무개는 3년 차 선배에게 "너희에게 기대하는 게 크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원아무개는 동준이와 동기 오아무개를 불러 '엎드려 뻗쳐(얼차려)'를 시키고, 일으켜 세운 뒤 동준이와 오아무개의 따귀를 때렸습니다. 원아무개는 "(선배에게 맞은 게) 너희들 때문"이라며 폭행을 가했다고 합니다.

동준이가 동기 카카오톡 대화방에 남긴 메시지에 따르면 원아무개는 "여기 주변에 (아는) 형들 많으니 조용히 하라, (폭행 사실을 알리면) 회사 못 다니니까 말하지 말라"고 강압했다고 합니다. 동준이는 "막 나중에 찾아올 것 같아"라며 두려움을 드러냈습니다.

동준이는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트위터에도 "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라며 "내일 인사과에 나를 때렸다는 사실이 전해질 텐데 나는 과연 그 형(원아무개)의 반응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동준이는 담임선생님에게 카카오톡으로 폭행 사실을 알렸다.
 동준이는 담임선생님에게 카카오톡으로 폭행 사실을 알렸다.
ⓒ 강수정

관련사진보기


폭행 사건이 있은 뒤인 1월 18일, 동준이는 D마이스터교 담임 선생님에게 두려움을 털어놨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네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지, 월요일(20일)에 모든 것을 포함해 인사 담당자와 이야기해볼게"라고 답했습니다. 동준이는 원아무개씨가 월요일 인사 담당자에게 문책 받을 것을 두려워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준이가 세상을 떠난 날(1월 20일) 오전 0시 9분, 동준이는 "선생님, 저 무서워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걱정하지마, 네 뒤엔 이 선생님이 있잖아"라고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동준이는 담임 선생님의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회신을 남긴 건 동준이의 시신이 영안실에 안치돼 있던 1월 20일 오전 9시 13분께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동준이가 세상을 떠난 뒤, 저희 유족은 동준이를 고용한 업체인 CJ진천공장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저희 유족들은 동준이가 초과근무에 부담을 느낀 데다가 사내에서 폭력을 당한 뒤 두려움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수차례 협의를 거쳐 동준이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된 1월 27일 CJ진천공장과 합의했습니다.

동준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아직까지 수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명기된 1일 7시간 노동 원칙(근로계약서상에는 주 40시간 노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 회사 위계질서 안에서 폭력 등 가혹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요구합니다. 앞으로 '고등학생을 고용하는 기업이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을 제대로 이행해 과잉노동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할 것'과 '동준이가 겪은 사내 폭력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것'을 말입니다.

동준이는 자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마이스터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동준이의 후배들이 앞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동준이의 명복을 빕니다.

"12시간 근무 한 두번 했다... 사내 폭력 문화는 없어"
CJ 진천공장 "초과근무 동의받았다... 부서원들 간의 시비"
유족들은 김동준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 초과근무 ▲ 사내 폭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건 발생 당시 CJ진천공장 인사과에 근무한 박아무개씨는 "초과근무가 있었던 때는 설 명절을 앞둔 성수기였다, 전 사원이 바빴던 시기"라면서 "당시 사원들의 동의 하에 초과근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에 폭력 문화는 없다"면서 "고 김동준씨의 사례는 부서 회식을 마친 사원들 사이에서 시비가 있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박아무개씨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정리한 것.

- 유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 김동준씨가 12시간 노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실인가.
"초과근무가 있었던 때는 설 명절 전이 성수기였다. 전 사원이 바빴던 시기였는데, 지난 1월 13일부터 18일까지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초과근무가 이뤄졌다. 고 김동준씨의 경우, 12시간 근무를 한 적은 두 번(이틀)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사원간에 폭력이 있었다. 유족들은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길 원한다.
"CJ진천공장 내에 사내 폭력 문화는 없다. 사건 발생 후 공장 내 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사내 폭력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공장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내규에 따라 엄격하게 단속해 엄중 처벌한다. 고 김동준씨의 경우는 부서 회식을 마친 사원들 사이에서 시비가 있어 발생한 일이다. 신입사원 원아무개가 30초에서 1분 사이 같이 입사한 고 김동준씨와 다른 사원을 얼차려 준 뒤 뺨을 때렸다고 들었다."

- 유족은 회사 측에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이 있는가.
"고등학교 졸업 전에 입사하는 사원들의 근로시간 개선에 노력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사원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사내 멘토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며, 사내 심리상담프로그램에 사원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댓글1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