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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 포스터

▲ <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 포스터 ⓒ (주)드림웨스트픽쳐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 연휴에 성룡의 영화가 극장가에 걸리는 것은 한 시절 한국 극장가의 공식과도 같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감상하는 명절의 안방극장을 장식했던 특선 영화도 성룡의 몫이었다.

2007년 추석 시즌에 <러시아워 3>가 개봉한 이후로 명절과 연결고리가 무뎌졌던 성룡이 실로 오랜만에 명절을 맞이해 우리 극장가를 찾았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폴리스 스토리>의 최신 편으로 돌아왔기에 반가움은 더욱 크다.

40여 년에 달하는 연기 경력 동안에 다양한 배역으로 분했던 성룡에게 가장 어울리는 역할을 생각하면 '경찰'부터 떠오른다. <프로젝트 A>에서는 해경이었고, <오복성> <복성고조> <칠복성> 등의 <복성> 시리즈에서는 열혈 경찰로 분했다. 다소 심각한 연기톤을 보여주었던 <용적심> <중안조>에서도 그는 경찰이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던 <러시 아워> 시리즈에서 맡았던 역할 역시 '형사반장 리'였다.

화려한 경찰 경력을 자랑하는 성룡에게 가장 빛나는 '경찰 영화'는 단연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다. <폴리스 스토리>(1985) <폴리스 스토리 2 - 구룡의 눈>(1988), <폴리스 스토리 3 - 초급경찰>(1992) <폴리스 스토리 4 - 간단임무>(1996)에 이르기까지 성룡은 줄곧 '진가구'로 활약했다. 시리즈의 5편이었던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 '진국영'이란 낯선 이름으로 등장했다면, 6편 격인 <폴리스 스토리 2014>에서는 '진'씨가 아닌 '종'씨로 등장한다. 홍콩 경찰이었던 신분도 이제는 중국 강력계 형사 반장으로 바뀌었다.

<폴리스 스토리>부터 <폴리스 스토리 4 - 간단임무>까지 이어지던 성룡 특유의 넉살과 웃음이 사라진 것도 <뉴 폴리스 스토리>때 부터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비록 이름은 달라져도 캐릭터의 성격과 영화의 톤은 <뉴 폴리스 스토리>를 그대로 계승한다.

영화 속 종 반장의 모습, 촬영에 목숨거는 성룡과 닮았네

<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의 한 장면

▲ <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의 한 장면 ⓒ (주)드림웨스트픽쳐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총구를 겨누는 종 반장(성룡 분)의 얼굴을 포착하며 시작한다.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다. 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 혹은 그 기법인 '플래시백'으로 시작하는 구성은 이미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종 반장의 딸 마오(경첨 분)를 이용하여 종 반장을 우 클럽에 끌어들인 우(류예 분) 사장은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어떤 죄수를 데리고 오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클럽에 있다가 우 사장 일당에게 잡힌 인질들은 모두 5년 전에 벌어진 어떠한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5년 전에 있었던 사건의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가면서 진실 게임을 벌인다.

한 걸음씩 진실에 다가설수록 영화는 종 반장의 힘겨운 경찰 일상을 마주 보도록 만든다. "총 맞아 봤지?"라고 묻는 우 사장의 질문에 종 반장은 아픈 부상의 기억을 떠올린다. 또한, 격투에서 승리하면 인질을 풀어주겠다는 우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종 반장은 온몸이 부서져라 싸운다.

맞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인질들은 미안함에 못 이겨 "못 이길 싸움은 이제 그만해"라고 외친다. 그러나 종반장은 그만두지 않는다. 비록 신체는 늙었으나 그의 정신은 시민을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경찰에서 달라진 것이 없기에 절대 굴하지 않는다. 이런 종 반장의 모습은 영화를 위해 온몸을 내던졌던 성룡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영웅...성룡만의 따뜻한 작별 인사

<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의 한 장면

▲ <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의 한 장면 ⓒ (주)드림웨스트픽쳐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뉴 폴리스 스토리>의 이야기의 한 축이 온전히 가정을 이루는 것조차 힘들었던 형사의 고단한 일상이었다면,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아버지와 딸의 갈등이 강조된다. 경찰로서의 임무를 핑계로 어머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딸은 보란 듯이 비뚤어지게 행동한다. 중년의 남성과 사귀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는 딸 앞에서도 종 반장은 할 말이 없다. 그는 딸이 슬프거나, 기쁠 때에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가득하다.

'가족에게 부정당하는 슈퍼 영웅'은 성룡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목표를 상실하고 사라진 <람보>나 CG로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터미네이터>와 달리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는 부인에게 버림받고, 자식들에게 외면당하는 신세가 아닌가. 아들과의 화해를 폭력의 교감으로 시도한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가 <다이하드> 시리즈의 현주소다.

<폴리스 스토리 2014>은 성룡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대표하는 시리즈의 주인공을 어떻게 퇴장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음이 역력히 보인다. 성룡은 진가구이자, 진국영, 그리고 종 반장을 위한 마지막 종착역으로 가족의 품을 선택한다. 더는 시민의 영웅으로 활약하기보단 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가족과 화해시킨다. 그리고 그들의 품에서 쉬도록 배려한다.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의 영화 속 인물을 <그랜토리노>로 떠나보낸 것을 연상케 하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작별 인사다.

환갑에 접어든 성룡은 자신의 액션 영화에 어떤 마무리에 접어든 모습이다. 액션 활극의 모든 것을 보여준 <용형호제> 시리즈를 <차이니즈 조디악>으로 끝맺음해 주었다면, 경찰의 희로애락을 보여주었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를 <폴리스 스토리 2014>로 마감했다. 이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부인과 딸에게 돌아갔다.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성룡의 얼굴엔 주름살이 늘었고, 그의 영화를 즐겼던 관객도 함께 늙었다. 그의 영화에서 골든하베스트 로고가 사라져도, 액션의 강도가 점점 둔해져도 성룡의 영화는 언제나 '성룡 표' 영화다. 그는 우리 시대 최고의 광대이자, 불멸의 스타이며, 영원한 우리의 '따거'(형님)이다.

폴리스 스토리 2014 딩성 성룡 류예 경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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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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