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샤크라 전 멤버 이은의 가족을 둘러싼 논란은 SBS <오! 마이 베이비>의 제작진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위협'이었을 것이다. 정규 편성된 이후 불과 2주 동안 방송됐을 뿐이었다. <오! 마이 베이비> 제작진 입장에서는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이은의 시댁인 아일랜드 리조트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할 줄도 몰랐을 테다. 아니 어쩌면 의혹이 있었는지도 몰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출연자를 둘러싼 논란의 여지 등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 마이 베이비>의 제작진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제작진은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출연진 가족의 개인사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했다"며 "출연에 응한 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은씨 관련 내용은 더 이상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은의 하차를 알렸다.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담겠다'던 이 프로그램은 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가뜩이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후발 주자로 참여하여 '3대에 걸친 육아'라는 콘셉트를 담아내야 하는데다가 변화에 적응할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오! 마이 베이비>는 그렇게 변화에 대비할 새도 없이 4번째 방송을 맞게 되었다.

한글 배우는 임현식 손자 VS 수영 배우는 미르 조카

3일 방송된 <오! 마이 베이비>에서 할아버지 임현식은 손자 김주환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로 했다. 사위와 뜻을 같이한 임현식은 손자를 데리고 다니며 글씨를 읽게 했다. "글씨를 잘 읽으면 장난감도 사 주겠다"고 미끼를 던지기도 했다. 어른들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한글에 영 관심이 없던 김주환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쓰는데 성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조카 조하진과 삼촌 미르는 그룹 엠블랙 멤버들과 댄스 배틀에 나섰다. 멤버들은 평소에 갈고 닦은 댄스 실력으로 하진이 이기기에 도전했다. 돼지 저금통을 걸고 열린 댄스 배틀에서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선보인 엠블랙 승호가 1등을 차지했다. 이후 '마녀'로 불리는 고모 고은아와 맞붙은 하진이는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르는 엄마, 하진이와 함께 수영장을 찾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수영복까지 사주며 하진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했던 미르는 장난을 치다가 수영장 물에 하진이를 빠뜨리기도 했다. 결국 수영은 수영 강사에게 배우기로 했다. 하진이는 미모의 수영 선생님이 등장하자 수줍어서 어쩔 줄 몰라 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동도, 재미도 없었던 이유는?...진정성 회복이 중요해

<오! 마이 베이비>는 이은이 빠진 이후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이은이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이날 방송에 앞서 미르와 하진이가 찜질방을 찾았던 과거의 방송분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과연 목욕탕을 비추는 것이 모자이크 처리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를 두고 설전이 펼쳐졌고, 제작진은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일주일 이후, <오! 마이 베이비>는 재미도 감동도 잃었다. 단순히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두 가족으로 줄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소 지루했고, 시청자의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임현식이 아무리 손자를 데리고 다니며 한글을 읽어줘도 이미 색깔을 잃은 프로그램을 짊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이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욱 신중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오! 마이 베이비>는 이미 진정성이라는 부분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오! 마이 베이비>가 위기를 진짜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면 아이들, 그리고 가족들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부터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