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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말을 안 한다고 학생을 쫓아내는 대학교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비싼 학비 내고 학교에 다녀주는 것만도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거 아냐? 요즘 세상에 자기 학교 다니겠다는 학생을 쫓아내는 학교가 어디 있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런 학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 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나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세인트 존스 칼리지(St.John's College)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뉴욕의 세인트 존스 대학교(St.John's university)와는 다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와 뉴멕시코주 산타페라는 두 도시에 위치한, 캠퍼스 2개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즉 인문학 중심 대학이다.

우리학교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같은 유명한 아이비리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앰허스트, 스미스 같은 유명한 리버럴 아츠 칼리지 또한 아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냥 '듣보잡'이라고 하면 섭하다).

산타페, 아나폴리스 두 도시의 캠퍼스
▲ One college, Two campuses 산타페, 아나폴리스 두 도시의 캠퍼스
ⓒ St.John's Col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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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절한 우리 학교에 대한 표현은 아마 '특별한 리버럴 아츠 칼리지'쯤이 되겠다. 미국에서도,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한국에서도 특별한 커리큘럼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커리큘럼이란 바로, 4년간 고전 100권을 읽는 커리큘럼이다.

가끔 '4년간 고전 100권만 읽는 학교'로 소개가 되기도 하는데 그건 틀린 설명이다. 우리 학교는 4년간 고전 100권'만' 읽고 졸업하는 학교가 아니라, 4년간 고전100권'을' 읽고, (앞으로 설명하게 될) 그 외 등등의 공부를 하고 졸업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가 한국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이란 책 덕분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것을 시작으로 몇 년 뒤 베스트셀러가 된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에서도 세인트 존스가 언급이 됐고 그 후로 가끔씩 교양 다큐 프로그램들에도 나온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 EBS 다큐 프라임에 세인트 존스가 또 한 번 소개됐고 많은 한국의 고등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4년간 고전 100권'만' 읽는 학교? 아닌데

4년간의 세미나 수업에서 읽는 고전 100권
▲ 고전 100권 4년간의 세미나 수업에서 읽는 고전 100권
ⓒ St.John's Col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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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0년 세인트 존스를 입학해 현재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소소한 일상을 적은 일기를 써 왔지만 특히 한국에선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인트 존스의 특별한 커리큘럼과 공부 법에 관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4년간 고전 100권'만' 공부하는 대학이라고만 한국에 알려지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세인트 존스가 정말로 어떤 대학인지 알고 싶어하는 한국의 학생들, 학부모님들께도 현재 재학중인 학생의 입장에서 더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세인트 존스라는 배를 타고 4년간의 항해를 거의 마쳐가는 학생으로서, 생생함을 가득 담아 일 주일에 한 번씩 연재를 해볼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많이 써왔기 때문에 이런 기사 형식의 글은 어색한 게 사실이다. 평소 일기에 쓰던 대로 그때 그때 감정에 따라 가끔씩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내기도 하고, 엔터도 화끈하게 치고 싶지만 처음 해보는 도전인 만큼 어느 정도는 형식에 맞춰서 쓰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하지만 가끔씩 일기에서 쓰던 편안한 말투나 스타일이 나오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세인트 존스는 정말로 수업 시간에 말을 안 하면 학생을 쫓아내는 학교인가? 많은 분들이 상당히 궁금하실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 학교가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 것이다.

우선 답을 얘기하자면, "그렇다, 쫓겨난다"이다. 정말로 세인트 존스에선 학생이 수업시간에 말을 안 하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조용한 한국 학생의 전형이었기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해 딘(Dean, 학장)과 개인 상담을 밥 먹듯이 했고 결국에 우리는 '베프(베스트 프렌드)'를 먹었다.

어떻게 학교가 수업시간에 말 안 하는 학생을 쫓아낼 수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선 먼저 '수업시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수업시간은 말 그대로 모두가 숨을 죽이고 교수님의 뛰어난 지식을 경청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학생이 그 지식의 파도에 감히 뛰어들어 말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인트 존스에서의 수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얘기해보자.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

대학생이 되기 전, 나는 '대학' 하면 접었다 펼 수 있는 귀여운 책상이 달린 1인용 의자가 빼곡한 커다란 강의실을 상상했었다. 그 1인용 의자 책상은 내 상상 속 대학의 '로망'이었다. 책가방이 아닌 옆으로 메는 여대생 가방을 메고, 무거운 책들을 팔에 안고 교실로 들어와 1인용 의자 책상에 앉아 모두 함께 저~ 멀리 강의실의 제일 앞에 있는 커다란 칠판과 교수님을 바라보는 것. 키야~ 대학이당.  

하지만 세인트 존스에 그런 강의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선 어떤 교실에 가든지 방을 꽉 채운 직사각형의 커다란 테이블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커다란 직사각형의 테이블, 그리고 벽면의 분필 칠판이 세인트 존스 교실 가구의 전부다 (화이트보드가 아닌 고전적인 분필칠판을 고수한다).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 수업 모습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 St.John's Col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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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기 전에는 그런 교실의 모습을 봤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했다. 그때는 이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의 정체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근데 막상 이 학교의 학생이 되고 보니 제일 처음으로 느꼈던 공포가 바로 학생들끼리 서로 얼굴을 마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이 꺽정인가~' 하고 (학생이 아닌 사람은)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 같은 학생에겐 너무나 큰 걱정이었다. 왜냐면… 수업 시간에 졸려도 졸 수가 없어! 모두가 눈을 부릅 뜨고 서로를 쳐다보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하고 있다 보니 누가 졸면 그게 다 보인다.

하지만 이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고 수업을 하는 이유는 누가 조나 안 조나를 감시하려는 단순한 목적이 아니다. 이 테이블의 목적은 따로 있다. 세인트 존스에서의 수업이 진정한 수업이 되기 위해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인트 존스의 수업은 이 授業(수업)도 아니고 요 受業(수업)도 아닌 바로 이 修業(수업)이기 때문이다((부끄럽지만… 제가 한자를 잘 몰라서… 저 같은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함께 용기내기 위해서!설명 들어갑니다).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의 수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학은 분필로 풀어야 제맛!
▲ 고전적인 블랙보드 수학은 분필로 풀어야 제맛!
ⓒ 조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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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授業)은 授(줄수), 業(업업)으로 학업이나 기술을 가르쳐 '주다'는 뜻의 수업이고, 두 번째 수업(受業)은 受(받을 수), 業(업업)으로 학업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의 수업이다. 우리 학생들이 "수업 듣고 있어"할 때 그 수업은 이 받는 수업(受業)을 말하는 것이다.

이 두 종류의 수업, 즉 주는 수업과 받는 수업은 내가 어려서부터 상상한 멋진 1인용 의자 책상에 앉아 강의실 칠판을 바라보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수업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세인트 존스에서의 수업은 이 두 가지, 주고 받는 수업이 아니다. 바로 마지막 종류의 수업(修業)이다. 이 수업은 닦을 수(修)를 쓴다. 학업이나 기술을 익히며 닦는다는 뜻이다. 세인트 존스의 수업은 바로 이 학업과 기술을 익히고 닦는 수업이기 때문에 교실에 해바라기처럼 교수님과 칠판을 바라볼 수 있는 1인용 의자 책상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는 무섭고 거대한 직사각형 테이블이 있는 것이다.       

자 그럼 드디어 길고 길었던 (고작) 교실의 가구 설명이 끝났다. 그렇다면 이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학생들은 어떻게 진정한 수업, 학업을 갈고 닦는가를 얘기 할 차례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진다…. 1편 안에 '말 안 하면 쫓겨나는 대학교'에 대해서 다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욕심이었나.

계속 더 쓰고 싶지만 나름 시니어(4학년)라서 논문을 쓰러 가야 한다. 그러므로 이 첫 글은 (1) 말 안 하면 쫓겨나는 대학-1 로 만들어야겠다(이런 꼼수).  2편에서는 이 공포의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서로 노려보며 학업을 갈고 닦는지를 써야겠다. 그렇게 되면 (고작해야) '세인트 존스에서의 수업시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렇다면 '수업시간에 말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쓰고, 그 이야기를 마치면 드디어 '왜 학교가 말 안 하는 학생을 쫓아내려고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도대체… (1)-1,-2,-3...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고민해보며, 첫 글은 아쉽지만 여기서 마친다… 모두 안녕! 

덧붙이는 글 | 개인 까페 (http://cafe.naver.com/nagnegil)에도 게재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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