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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打)는 손(手)으로 못(丁)을 치는 손동작으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좋지 않은 기운을 때려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에서 뜻이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 打 타(打)는 손(手)으로 못(丁)을 치는 손동작으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좋지 않은 기운을 때려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에서 뜻이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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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魯迅)은 그의 산문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論'费厄潑賴'應該緩行)에서 린위탕(林語堂)이 '물에 빠진 개는 때리지 않는 것이 페어플레이(Fair play)'라고 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루쉰은 '물에 빠진 개는 더 때려야 한다'(打落水狗)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는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않고 살려줬다가 되레 그 개에게 물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논지다.

루쉰은 서양 열강이 비열한 방법으로 중국을 공격해오는데 중국은 도(道)와 이치만을 논하며 번번이 당하고만 있는 당시 시대상을 통렬히 비판했다.

중국인들은 폭력에 반대한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 "군자는 입을 사용하지 손은 쓰지 않는다"(君子動口不動手)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폭력적인 수단으로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이치에 맞게 설득하는 게 군자의 도리라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때려서 길들이는 것보다 말로 타이르는 것이 낫다고 할 때 "말로 꺼꾸러뜨리는 것이 때려눕히는 것보다 낫다"(打倒不如說倒)고도 표현한다.

'때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 중국인, 하지만...

중국인들이 손으로 때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언어생활에서는 때릴 '타'(打)를 거의 모든 동작에 널리 사용한다. 전화도, 인사도, 농구도 '때린다'는 말을 쓴다. 심지어 우산을 바쳐 드는 것도, 물건을 사는 것도, 하품을 하는 것도 모두 '때린다'고 표현한다. 음식이 매우 짠 것을 두고 평가를 할 때도 "소금장수를 때려 죽였나"(打死賣鹽的)라고 말한다. <현대한어사전>(現代漢語辭典)에 '打'는 24개의 동사 의미가 등재돼 있을 정도다.

타(打, dǎ)는 손(手)으로 못(丁)을 치는 손동작을 나타내는 형태를 가리킨다.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좋지 않은 기운을 때려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에서 뜻이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서로 격의 없는 사이가 되면 툭툭 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리는 것은 친함이요, 욕하는 것은 사랑이다'(打是亲, 骂是爱)는 말도 있다. 관심이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책망과 질책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천둥과 함께 내리는 비는 오래 가지 못한다"(打雷的雨下不長)고 한다. 격렬한 행동이나 자극은 순간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쉬워도,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천둥소리가 크면 오히려 비는 적게 내리는 법이다.

물론 루쉰이 밝힌 바대로 물에 빠진 상대가 사람인지, 그냥 개인지, 나쁜 개인지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건드려도 노하지 않는다'는 관용과 비뚤어진 왕도(枉道)에 머물며 당하기만 하는 것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군자라 할지라도 손을 써야 하는 상대를 만나면 손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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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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