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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는 노사관계가 좋기로 소문난 지방자치단체다. 1999년부터 지역의 노동단체와 상공회의소 그리고 고용노동지청을 비롯해 시정부가 힘을 합쳐 '부천지역 노·사·정 협의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후 시민단체가 가세해 '노·사·민·정'으로 성장했고, 이를 통해 지역 노동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생활임금 조례제정 등은 부천시가 낳은 굵직한 성과다. 부천시 '노·사·민·정'의 협력의 성과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의 대통령 표창, 2011년 국무총리 표창 그리고 2010년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통해 인정받았다. 부천의 노동행정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장은 "정부가 부천 노·사·민·정에는 더 이상 줄 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부로 부터 2013년 지역노사민정 협력 대통령 표창을 받은 부천지역 노사민정 협의회
 정부로 부터 2013년 지역노사민정 협력 대통령 표창을 받은 부천지역 노사민정 협의회
ⓒ 황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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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성과를 망치는 흠결을 뜻한다. 설을 앞둔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아래 부천지청)이 발표한 체불임금 관련 보도자료를 보고 이 말이 떠올랐다.

부천, 근로감독관 1인당 임금체불 사건수 전국 1위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근로감독관 1인당 체불임금 신고사건 평균처리건수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근로감독관 1인당 체불임금 신고사건 평균처리건수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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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부천지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행정인력에 비해 임금체불 사건이 과다하게 접수돼 애를 먹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3년 부천지청에 접수된 체불임금 신고사건은 총 9400여 건이었다. 20여 명의 근로감독관이 9400여 건의 신고 사건 중 8600여 건을 처리했다. 이는 근로감독관 한 사람 당 평균 430여 건을 맡아 감독관 1인이 매주 여덟 건 이상을 처리했다는 이야기다. 보도자료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감정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천지청의 호소가 눈물겨웠다.

사실, 보도자료를 보고 뜨끔했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 접수된 2013년 임금체불 상담은 약 1700여 건이다. 이는 부천상담소의 전체 상담건수 4193건의 40.9%에 달한다. 부천상담소는 이들에게 임금체불 진정 및 고소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했으니 부천상담소 역시 부천지청을 애먹인 당사자 중 하나였다.

부천지청의 보도자료를 달리 해석하면 역설적인 결론이 나온다. '부천시의 노사관계는 전국최고 수준이지만 일반 노동자들의 기본적 노동권은 안녕하지 못하다'는 뜻이니 말이다. 부천지청은 부족한 행정 인력임에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숫자는 9400건이라는 체불임금 신고사건 수다. 2013년을 기준으로 사업체수와 근로자수에서 훨씬 큰 경제규모를 가진 안산지청보다 무려 2347건이 더 많다.

유독 부천지청만 행정인력이 부족한 건 아닐 것이다. 고용노동부 본부가 부천지청에게만 행정인력을 충원해줄 리도 만무하다. 이대로라면 현재 부전지청에서 일하는 20여 명의 근로감독관을 더 닦달하는 것만이 임금체불 사건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법인 줄 알면서도 근로감독은?

지난해 9월, 고령 노동자 몇 분이 무리지어 부천상담소를 찾았다. 부천 지역의 한 병원에서 경비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24시간 맞교대로 한 달에 250시간 가까이 일했는데 월급이 80만 원 남짓이라고 한탄했다. 2013년 최저임금 4860원을 기준으로 이분들에게는 최소 121만 원 이상이 지급돼야 한다. 당연히 최저임금 위반이다.

이들을 고용한 업체는 서울 강남의 대규모 근로자 파견회사였다. 사업주는 이들 경비 노동자들이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이라며 최저임금의 90%만 지급했다. 그리고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시급의 50%를 가산한 입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 사용승인을 받지 않았다. 감시단속직 사용승인을 받지 않으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임금의 50%를 가산 지급해야 한다. 그동안 감시단속직 사용승인도 받지 않고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됐던 월급을 제대로 산정했더니 연장근로수당에서만 5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는 정상적으로 지급됐어야 할 체불임금이었다.

결국 한국노총 부천상담소는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진정서 작성을 도왔다. 부천상담소에 봉사활동 중인 노무사와 함께 해당 사업주를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진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잘못을 시인했고 해당 노동자들에게 차액을 지급했다.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회사는 여전히 감시단속직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채 진정을 넣지 않고 근무하던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했다. 진정 사건 당사자 이외에 다른 경비 노동자들은 제대로된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부천지청은 진정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을 충분히 짐작하고 진즉에 감독했어야 했다. 그러나 부천지청이 해당 사업장을 근로감독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회사는 부랴부랴 진정을 넣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동의를 구해 감시단속직 사용승인을 얻었다. 그러나 이전 근로기간에 대한 임금 차액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 경비노동자들은 퇴직 후 우리 상담소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회사가 감시단속직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급한 최저임금 미만의 월급을 체불임금으로 청구해달라고 말이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체불임금 진정인들인 셈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자

단편적인 사건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임금체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있다. 발생한 임금체불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지난해 한국노총 부천상담소는 부천고용센터의 의뢰로 매월 구직자를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업주에게도 근로기준법 교육이 필요하다. 상담을 하다 보면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조차 모르는 사업주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임금체불은 편의점·학원·미용실·음식점 등의 서비스 업종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은 노·사·민·정의 틀 밖에 있는 사업체들이다.

임금체불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민·정 협의회를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 노·사·민·정 협의회에 속해있는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도 사업주들이 노·사·민·정 협력활동을 통해 노동 기준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민·정 내 각종 협의회에서 매달 노동단체와 마주하는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했다가는 '개망신'당하기 일쑤다.

부천지청의 과제는 서비스 업종 사업체들을 노·사·민·정의 틀 안으로 묶어내는 것. 또한 시민을 상대로 하는 노동권 교육도 노·사·민·정 협의회를 이용해 할 수 있겠다. 고용노동부는 지역 노·사·민·정에 권한과 예산을 지원하면 될 일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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