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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2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의원 등 야당인사와 종교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 국가기관 선거개입 진상규명 연석회의 출범 2013년 11월 12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의원 등 야당인사와 종교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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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5당은 민주주의 후퇴, 민생 파탄, 평화 위기로 특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독주를 막고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하여 2010 지방선거에서 연합하여 공동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0년 2월 10일.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 5당의 지방선거 연합 합의문이 발표됐다. '희망과 대안' 등 시민사회단체 4곳과 함께 9번의 실무협상을 거친 뒤 마련된 '중간안'이었다. 야5당은 이를 통해 정책연합과 선거연합 원칙을 확인한 뒤, 설 연휴(2010년 2월 12~16일) 이후 공식적인 협상기구를 띄우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이후 진보신당이 협상기구에서 이탈하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경기지사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등 많은 진통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연합은 전국 곳곳에서 성사됐다. 결과적으로 야권은 압승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당시 야 5당은 여전히 야권의 자리에 있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공식협상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야권의 연대·연합 논의는 극히 미미하다. 오히려 "야권연대는 없다"는 얘기마저 공공연히 나온다.

[4년 후①] 재구성된 '야권팀' 생각마저 다르다?

그 차이를 알려면 연대·연합의 당사자, 즉 '선수'들의 변화부터 짚어야 한다. 야 5당은 현재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안철수신당(가칭 새정치신당)으로 재편됐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을 지배했던 통합과 연합정치 담론에 따른 결과였다.

민주당은 시민사회세력을 중심으로 한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 등과 통합, 2011년 새롭게 출발했다. 같은 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를 한데 모은 통합진보당도 출범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듬해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을 거치면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으로 분화됐다. 문국현 전 대선후보의 창조한국당은 '소멸'됐다. 그러나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벌였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가칭, '새정치신당'이 실체화 되고 있는 중이다.

주체가 바뀐 만큼 연대·연합을 둘러싼 셈법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4년 전에는 172석이라는 절대 과반을 차지한 여권에 고군분투하느라 '생존'이 절대명제였다. 그러나 야권은 19대 총선에서 138석(민주당 127·통합진보당 6·정의당 5, 2014년 1월 3일 기준)을 확보하면서 '생존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일단 현재 연대·연합 논의의 초점은 야권 진영의 양대 축인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에 쏠려 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안철수신당에 있다. 그러나 '독자세력화'를 택한 안철수신당은 "야권연대는 없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안철수 의원 측 신당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금태섭 대변인은 2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창당하는 입장에서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연대불가 의견을 밝혔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과 '종북몰이'로 상처 입은 진보정당들은 아직 '생존'이 목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권의 단합"을 주문하면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후보 출마' 방침을 밝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 역시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우리 당을 알리려면 광역단체장 후보는 꼭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야권연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엇갈리고 있는 야당을 중재하고 '판'을 만들 바깥의 힘도 보이지 않는다. 4년 전 연대·연합 논의의 참관인(옵서버)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희망과대안', '시민주권', '한국진보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등 연대의 '판'을 짰던 시민사회세력은 각 정당 간 통합·연합 논의에 참여하거나 본래의 시민사회 영역으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냉정히 말하자면 4년 전 야권연대도 야당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결집한 결과는 아니었다"면서도 "6.4 지방선거에서 연대연합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이슈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것이 사회적 흐름과 맞물리면서 부각된 것"이라며 "무상급식 관련 활동을 했던 이들이 먼저 결집하고 그 위에 야당 정치인이 합류했고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에도 자발적인 결사체들이 먼저 움직이고 정당들이 그 위에 얹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연대·연합이) 최근 몇 년간 드러난 경향이긴 하나 야권의 리더십 부재가 가져온 일시적 패턴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2010년 지방선거와 같은 패턴이 저절로 오길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4년 후②] 무상급식 이을 '연합 의제' 존재하나?

"야권연대가 없었다면 무상급식, 무상보육은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라는 공격에 무기력하게 좌초되고 말았을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16일 "2010년은 오래된 미래다"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 중 일부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당대표로서 "통합은 최선, 연대는 차선, 분열은 최악"이라고 무던히도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도 좋고, 새정치도 좋지만, 모든 과거를 구태로 모는 행태야말로 구태"라며 연대·연합에 소극적인 안철수신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2010년 야권연대는)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세력 간의 연합이었고 공동의제를 합의한 정책연합이었으며 지역에서 합의하고 중앙에서 추인하는 상향식 연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4년 전의 중요한 교훈이었다. 가치연대와 정책연합이란 '내용'이 있었기에 야권은 '자리 나눠먹기'라는 여권의 비난에서 한 발짝 비켜설 수 있었다.

특히 정 상임고문이 예시로 들었던 '무상급식'은 당시 대표적인 야권의 어젠다였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 5당은 시민사회연대체인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와 함께 공동전선을 폈다. 지방선거 후 야권이 다수당이 된 서울시의회에서는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반대했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주민투표 결과 '사퇴'하고 말았다. '보편적 복지'의 아이콘인 무상급식을 통해 야권의 재구성을 골자로 한 복지국가 담론도 풍성하게 열렸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 야권은 무상급식과 같은 어젠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24일 오찬 회동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도입·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을 '고리'로 한 반(反) 새누리당 전선을 확인한 정도뿐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4년 전에는 4대강 사업 반대, 무상급식 찬성 등 쟁점이 있었는데 올해는 뚜렷한 정치적 쟁점이 없는 편"이라며 "빨리 야권이 자기 혁신하고 정비해서 정책적 연대가 필요한 부분들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문제로 볼 수 있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복지 공약 후퇴 등은 지방선거의 이슈가 되리라 본다"면서 "무상급식·보육 등 생색은 박 대통령이 내고, 고생은 지자체가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경제민주화 추진의지도 후퇴하고 있다, 각 야권후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반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이에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안 처장은 "여기에 관해서는 야권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고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동 캠페인을 펼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야권이 개별적인 부응을 넘어 연대까지 할 수 있지는 미지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도 연대한 만큼 정책연대를 복원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4년 후③] 2010년 '연합정치 실험' 지방자치에 통했나?

연대가 필수였고 공동의제마저 확실했던 4년 전에도 야권연대는 쉽지 않았다. 각 정당·정파 간 힘겨루기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모든 협상을 '불발'로 끝나지 않게 한 것은 공동정부·연합정치·주민참여자치·민관거버넌스(협치) 구축 등으로 표현된 새로운 지방자치 실험에 대한 기대였다.

예를 들어 경기 고양시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공동정부' 공약을 내걸고 전국 첫 야권연대를 일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방선거 당시 '연합정치'를 약속했던 자치구는 모두 11곳이었고, 이 중 선거 이후 당시 연대했던 정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한 자치구는 2011년 1월 현재 7곳에 이르렀다.

이 같은 '실험'은 지금 상황에서도 유효하다. '연대 파트너'에 대한 신뢰 등이 지난 4년간 어느 정도나 형성됐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 유무에 따라 야권연대 필요성에 대한 가치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지난 4년간 진행한 '실험'의 수위와 결과물은 각 지자체별로 다르다. 특히 공동정부·연립정부 등 상당히 높은 수위의 지자체 운영권한 배분을 약속했던 합의는 사실상 이행되지 못했다. 고양시 역시 '시정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가 2012년 1월 자문·협의기구인 '시정주민참여위'와 주민참여단 구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운영위가 법·제도상 미비점으로 공동정부 공약에 걸맞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근 2년 가까이 표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은 "공동정부는 사실상 가동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연합에 참여한 야5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운영위가 시정에 대해 공동결정은 하더라도 시만 책임지게 된다는 논리가 앞섰다"면서 "그러면서 (관련 법·제도가 없었던) 공동정부 실험은 무산됐고 자문협의기구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4년간의 경험을 통해 사실상 공동정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그 정신은 현재 협의기구를 통해 이어가고 있다"면서 "공동정부 성패와 야권연대 문제는 별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자문·협의기구를 구성했던 기초단체에서는 주민참여의 씨앗을 뿌렸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서울 성북구의 '생활구정운영위원회'의 1기 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면서 "예를 들어 상당수 지자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개발중심적인 행정을 바꾸고 기존 행정의 관성을 이길 수 있는 외부자극을 줄 수 있었다"면서 "연립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다, 자문 역할을 통해 구청장의 개혁적 입장을 관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태그:#지방선거, #야권연대, #안철수, #민주당,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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