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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식 과천시의장
 황순식 과천시의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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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7만 남짓의 작은 도시 과천시가 주목받고 있다. 38세 시의장이 가장 유력한 시장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황순식 과천시의장은 1977년생으로 7명의 과천시의원 가운데 가장 젊다. 

과천의 정치지형은 상당히 흥미롭다. 3선인 여인국 시장은 새누리당 소속이고, 과천시의회는 7명의 시의원이 새누리당 소속 3명, 정의당 2명, 녹색당과 민주당이 각각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수당은 새누리당이지만, 전반기 시의장은 서형원(녹색당) 의원이, 후반기 시의장은 황순식(정의당) 의원이 선출됐다. 

황 의장은 지난 2006년, 갓 서른의 나이로 시의원이 됐고 2010년에 재선에 성공했으며, 2012년에는 과천시의장이 되었다. 그가 이번에는 과천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그는 과천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시장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황순식 시의장을 의장실에서 만났다. 황 의장과 인터뷰는 지난 2012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는 여전히 젊고 풋풋했다.

황 의장은 "젊지만 8년이라는 의장활동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과천을 잘 알고 있다"며 "과천의 새로운 비전과 변화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시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 의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그의 블로그 <황돌이의 블로그>를 살펴보았다.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대부분의 후보들이 출마할 때는 블로그질을 열심히 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그대로 내팽개친다. '선거용'인 셈이다. 하지만 '황돌이' 황 의장은 2004년,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시의장으로 재임하는 현재까지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있다. 그의 성실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2013년 읽을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오뒷세이아>

그의 블로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13년의 독서이력이었다. 지난 2013년에 43권의 책을 읽었고, 24편의 영화를 보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도서목표는 48권이었으나, 5권 미달이란다. 2012년에는 1달에 3권, 36권의 책을 읽었고, 2013년에는 매달 4권으로 목표를 높였지만,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

그의 독서이력은 다양했다. 한나 아렌트, 발터 벤야민, 아리스토텔레스, 조정래, 황석영 등의 책을 포함해 동·서양의 고전을 두루 섭렵했다. 마주앉아서 그 이야기부터 풀어나갔다.

- 독서목록을 보고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는구나, 했다.
"작년에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 공부 모임이 여러 개 있었다. 그 가운데 야당의원들이 하는 독서도임이 있는데, (여인국) 시장님도 끼었다. 시장님이 나중에 좋았다면서 끼워줘서 고맙다는 말도 하셨다. 재미있게 서로 다른 생각들을 확인하면서 같이 읽었다. 또 인문학 강좌도 있어서 고전을 많이 읽었다."

여인국 시장이 야당 시의원들과 독서모임을 함께 하면서 고전을 읽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박정원 시의원이 농담으로 "시장님도 같이 하자"는 말을 건넸는데 여 시장이 '진짜' 참여했다는 것. 황 의장은 지난 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아주 '오래된 고전' <오뒷세이아>를 꼽았다.

- 카드대란이라고 하는데 개인정보는 안 털렸는지?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겠다. 농협이 주거래은행이기는 하지만 카드는 잘 쓰지 않는다. 제가 핸드폰을 포함한 개인정보가 상당히 털려 있기 때문에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저는 정치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다 털려 있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포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생년월일에 키, 몸무게 하다못해 뱀띠라는 것과 별자리가 사수자리라는 것까지 나와 있다. 정치인으로 입문하면서 뿌린 명함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니, 핸드폰 번호는 널리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단다. 

- 시장 출마 결심은 언제부터?
"작년 중반부터 출마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는 2012년 총선이 끝나면서 하게 되었다. 과천을 바꿔야한다는 건데, 지금까지는 여당에서 너무 오래해, 과천시민들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높다. 그것을 담아내기 위한 적절한 후보가 필요한데, 제가 나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저와 주변 사람들이 했다."

"시장후보 단일화 해야 당선 가능성 높아질 것... 멋있게 하겠다"

황순식 과천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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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의장은 현재 시장후보로 꼽히고 있는 서형원(녹색당) 시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단일화가 안 된다면 당선이 어려울까?
"힘들다. 서 의원과 저는 단일화를 할 것으로 분명히 생각하고 있다. 멋있게 해야죠."

- 시기는?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본 선거 들어가기 직전까지 갈 수도 있다."

- 후보 단일화가 됐을 경우 승산은 어느 정도인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지금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구도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젊은 생각과 열정이다. 지난 8년 동안 의정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과천 현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제가 지닌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잘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젊지만 세대와 성별을 넘어서서 사람들과 잘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저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통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분란이 있고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해내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저는 분명히 진보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만 저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으며, 8년동안의 의정활동을 통해 충분히 훈련이 되었다는 것이 황 의장의 주장이다.

- 정당공천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에서 정당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주제가 나오면 말이 길어져서...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정당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어떤 입장을 대변하느냐 하는 가치를 잘 잡고 있다면 당연히 지역정치에서도 정당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당구조가 그게 아니라서 문제인 것이다."

황 의장은 "장기적으로 정당제도가, 정당이 정당공천문제를 떠나서 지역에서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며, 그 안에 지역정당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독식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크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정당을 포함한 정당공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정당공천제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폐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폐지한다고 해서 대안이 될 것 같지 않다."

"가장 잘한 일은 '지속가능 도시발전특위' 만든 것"

- 8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가장 잘한 일은?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속가능 도시비전특별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과천의 비전에 대해서 시의회가 전문가들, 시민들과 함께 열심히 논의해서 미래 과천의 밑그림을 많이 그려 놨다. 그것을 선택하고 실현하는 것은 과천시민들과 다음 행정부의 역할이겠지만, 도시의 비전이나 가치에 대해서 풍부한 논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의회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황 의장은 "비전특위에서 과천에 살고 있는 전문가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했다"며 "전문가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 의장은 의정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황 시장은 "정말 멋있는 정치를 하고 싶었고,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의회의 권한이 작고, 시장이 3선장이다 보니 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여인국 시장이) 3선 시장이다 보니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안학교 급식지원이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등을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지만 시에서 받지 않으려고 했다. 시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것이다. 고인 물이 되어 버렸다."

이와 관련, 황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과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변화를 이끌어내고 실현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 3선 시장의 폐해에 관해 논란이 많다. 재선까지 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이 당선된 뒤 초반에 세팅을 해놓으면 5년 이상 되면 전부 다 자기가 한 것이 되기 때문에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 (시장은) 4년 동안 일을 추진하고, 다음 4년은 정리를 해나가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8년이라는 시간도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12년이 되면 늘어지게 된다. 적당하게 대처하고 바꿔주는 게 필요하다."

황 의장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투자하는 만큼 수준이 높아진다"

황순식 과천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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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지방자치는 의회가 시행정부의 견제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시장이 결정하면 의회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회에) 권한을 더 주면 주는 만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천시의회도 의정비를 지급하면서부터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그게 발전의 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시민들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하게 보이겠지만, 권한을 주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혼을 내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보좌관 아니면 인턴 보좌관이라도 채용할 수 있다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악용하거나 효과가 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의회에 투자해야 한다. 전국민적으로 투자를 하면 하는 만큼 (의회의 수준이) 높아진다."

- 정부종합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시는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해 입주한 미래창조부 역시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하는데?
"미래창조부 이전은 결정된 바 없다. 미래창조부 이전과 관련해서 공청회를 열어서 시민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그냥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뜨거운 감자이기는 하지만 꼭 꺼내야하는 감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이대로 지낼 수 있게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과천시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시 이슈가 된다면 강력하게 싸워야할 것이다. 미래부가 나간다면 (과천시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

황 의장은 정부종합청사 이전으로 빈 청사 건물에 대해 "청사의 담을 없애고 도시의 구조 속으로 끌어들인다면 과천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시 행정부와 계속해서 같이 논의해서 해결책을 마련할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2006년, 처음 기초의원선거에 출마할 때 시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지?
"좋은 정치를 하고 싶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어디까지 가야지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제가 어떤 자리에서 어느 위치에 가게 될 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재선을 하면서 정치가 제 소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에게 맞는 측면이 있고, 주어진 의무라는 생각을 재선을 하면서 하게 되었다. 지금 당면 목표는 시장이 돼 과천을 정말 멋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 과천이 예전에는 살기좋은 도시 1위로 꼽혔는데 지금도 그런가?
"여전히 높은 평가가 나오기는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정부청사 이전도 그렇고, 도시의 리모델링 문제, 경제적인 부분도 전과 같지 않다."

황 의장은 "과천은 애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선진국형 도시"라며 "과천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장은 2월초, 공식적으로 시장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황순식, #과천시, #과천시의장, #정의당, #시장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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