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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너머로 보이기 시작하는 풍력발전기. 그 옆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깨알처럼 보인다.
 능선 너머로 보이기 시작하는 풍력발전기. 그 옆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깨알처럼 보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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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겨울 바다는 물론이고, 겨울 산을 찾는 사람들까지, 감히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강원도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겨울축제만 해도, 지금은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이름이 나 있는 산천어축제를 비롯해,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태백산 눈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등 일일이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겨울축제란 축제는 모두 다 강원도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사람들이 겨울 여행하면 먼저 강원도를 떠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겨울 눈밭 위를 걷는 트레킹이 또 하나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 바람을 타고, 강원도 산골 깊숙이 눈 덮인 겨울 산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하얗게 눈이 덮인 산 위에서 또 다른 형태의 '겨울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 끊이지 않는 '선자령 풍차길'

풍력발전기가 줄 지어 서 있는 초지. 꽃밭양지로 불리는 곳이다. 꽃밭양지는 해가 꼬박 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이름은 선자령 일대가 봄마다 야생화 밭으로 변하는 데서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풍력발전기가 줄 지어 서 있는 초지. 꽃밭양지로 불리는 곳이다. 꽃밭양지는 해가 꼬박 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이름은 선자령 일대가 봄마다 야생화 밭으로 변하는 데서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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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자작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는 등산객들.
 선자령, 자작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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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산을 잘 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겨울에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 위를 걷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녹은 눈이 다져져 빙판처럼 매끄러워진 산길을 걷는 일은 그보다 더 힘들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힘든 산길을 줄을 지어 걸어 오른다. 살을 에는 것 같은 추운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사람들이 떼를 지어 눈 덮인 겨울 산을 걸어 오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창 눈이 퍼부을 때, 겨울 산에서 산등성이를 온통 하얗게 뒤덮어버린 눈꽃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감동적인 것도 없다. 그런 광경을 접하면, 누구나 황홀한 기분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한겨울에 눈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다. 그런 곳들 가운데 강원도에서는 대관령과 선자령을 오가는 '선자령 풍차길'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선자령 풍차길은 풍차를 배경으로 풍성하게 피어오른 눈꽃이 유독 아름다운 곳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를 오르내리는 이 길은 또 얼어붙은 두 뺨을 후려치는 매서운 칼바람으로도 유명하다. 선자령 능선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대부분 나뭇가지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골짜기를 타고 올라오는 골바람이 나무들의 성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때로 산길을 걷는 고통 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그 바람이 평소 까맣게 잊고 지내던 생존 본능까지 일깨워준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대관령 일대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눈이 내린다. 매년 눈이 내리는 날만 60일 가까이 된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 중에 하나다. 바람이 거칠기로는 대관령을 따라올 곳이 없다.

사람들이 이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이 길을 걷는 이유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 때문이다. 선자령 풍차길은 산 정상에서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푸른 바다를 함께 바라다볼 수 있는 묘미 때문에 사시사철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선자령 부근에서 보는 풍력발전기는 모두 44기다. 총 발전량은 98Mw다. 국내 최대 규모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풍력 발전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이처럼 많은 풍력발전기들이 들어설 수 있었던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나무들의 키가 점점 더 낮아지는 걸 볼 수 있다. 정상 부근에는 대부분 바람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 키 작은 관목들만 자라고 있다. 선자령 풍차길은 강릉바우길의 일부분으로, 그 길이 시작되는 첫 번째 구간에 해당한다. 강릉바우길은 강릉시를 대표하는 도보여행길이다.

산을 넘는 세찬 칼바람...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유혹'

선자령 정산 부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선자령 정산 부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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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보통 '옛날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한다. 휴게소에 도착하면, 근처에 선자령으로 향하는 안내판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옛날 대관령휴게소는 2001년 영동고속도로가 새로 건설되면서 휴게소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관령 양떼목장과 선자령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시 그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선자령에 오를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선자령은 한겨울 주말이면 산길을 걷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등산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때로는 걸음을 옮겨 딛기 힘들 때도 있다. 한적한 산행을 원한다면, 가능한 한 주중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산을 오르기 전에, 날씨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눈이 너무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분다 싶을 때는 가능하면 산행을 그만두는 것이 좋다.

선자령 정상에서 마주하는 날씨는 예측하기 힘들다. 변화가 무척 심하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휴게소에서 접하는 날씨만 믿고 떠났다간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방한과 방풍에 필요한 장비를 충분히 갖춰 떠날 필요가 있다. 눈길을 걷거나 얼음 위를 걸을 때 필요한 아이젠과 스패츠를 가져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자령은 우리가 결코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다.

휴게소에서 선자령 정상까지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곳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으로만 보는 선자령은 동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동심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상당히 좋아할 만한 풍경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자령을 눈 아래로 낮춰 보는 일이 흔하다.

선자령 정상 표지석.
 선자령 정상 표지석.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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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풍력발전기. 발전기 뒤로 멀리 수평선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동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풍력발전기. 발전기 뒤로 멀리 수평선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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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낭만이 전부가 아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냉혹하다. 선자령 정상은 시베리아를 연상케 할 만큼 맵찬 바람이 부는 날이 대부분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그 차가운 바람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선자령에는 화장실이나 쉼터 같은 시설이 따로 없다. 필요한 것은 산을 오르기 전에 휴게소에서 모두 해결해야 한다.

선자령에서는 실제로 거의 매년 한두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지난해에는 이 곳에서 70대 노부부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부부는 옛날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해서, 날이 맑고 따듯하다고 판단해 방한복을 차에 두고 내렸다. 산 밑과 산 위의 기온 차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것이 부부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할 때 찾아가는 산, 선자령

선장령 정상에 부는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
 선장령 정상에 부는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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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을 여행할 때는 이곳의 날씨가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독특한 풍경에 끌려 무작정 산에 올랐다가 괜한 고생만 하고 내려올 수도 있다. 선자령을 대관령과 같은 높은 고개들 중에 하나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선자령은 높이가 1157미터나 되는 산봉우리다.

그 위로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하지만 산이 높다고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등산로가 해발 860미터에 해당하는 옛날 대관령휴게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산은 높지만, 그 산을 오르는 데는 그다지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 코스 길이는 약 5.5킬로미터다. 왕복 약 11킬로미터 거리다. 어른 걸음걸이로 4, 5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선자령은 머리가 무겁고 가슴 속이 답답할 때, 찾아갈 만하다. 요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을 자주 접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가 다 지끈지끈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하는데, 선자령 정상에 서 있으면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머리털까지 꼿꼿이 곤두서는 걸 느낄 수 있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휴게소에서 1.5km 떨어진 거리에 대관령국사성황사가 있다. 전통신앙이 지켜지고 있는 곳이다. 가는 길에 한 번 들러볼 만하다. 강릉시에서 매년 강릉단오제가 열리는 첫날, 이곳에서 제를 올린다. 성황당은 범일국사를, 그리고 성황당 오른편 위쪽에 올라서 있는 산신각에는 김유신 장군이 모셔져 있다. 성황당과 산신각은 강릉 시도기념물 54호다. 이곳에서는 아직도 거의 매일 굿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대관령국사성황사. 오른쪽 뒤로 산신당이 보인다.
 대관령국사성황사. 오른쪽 뒤로 산신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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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성황당에는 호랑이에게 물려간 처녀 이야기가 '성황고사'로 전해 내려온다. 고사에 보면, 저녁밥을 짓기 위해 샘터에 물을 길러간 처녀 앞에 호랑이가 나타나서는 "대관령 성황신으로부터 처녀를 모셔오라는 분부를 받았다"며 처녀를 등에 업고 사라진 이야기가 나온다. 처녀는 성황신의 신부로 잡혀간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이 처녀의 넋을 달래기 위해 처녀의 화상을 그려 성황당에 걸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다시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 옛날 대관령은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던 곳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간 처녀 이야기는 그저 옛날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성황당 신선탱화에 호랑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옛날 대관령휴게소까지 가는 데는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 먼 길을 승용차로 이동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용할 만하다. 평창 횡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옛날 대관령 휴게소까지 하루 세 차례 노선버스가 다닌다. 주변에 대관령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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