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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9시 24분]

"원자력에 대한 꿈을 품고 원자력 업계에 발을 들였는데, 하고 보니 원전이란 게 턱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1970년부터 원전 반대 운동을 시작했는데 벌써 44년이나 됐다. 어떻게든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원전을 중지시켜야겠다고 온갖 노력을 해왔는데 후쿠시마 사고가 터져버렸다."

일본의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씨는 자신의 탈핵 운동이 '원자력 사랑'에서 출발했다고 고백했다. 원자핵공학자 출신인 그는 지난 40년 동안 탈핵 운동을 주도적으로 해왔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기자들과 90분에 걸쳐 자신의 탈핵운동을 담담하게 펼쳤다.

 일본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임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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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처리 기술은 '독점'

고이데씨와 마주한 기자들의 주 관심사는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 문제였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국은 이미 23개 핵발전소에서 내놓고 있는 핵연료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일본의 처리 방법에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었던 것. 고이데씨는 "재처리 기술이란 원자력 폭탄의 재료인 플루토늄을 핵연료에서 추출해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재처리 기술 부재를 지적했다. 일본은 그동안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공장에 핵연료 재처리를 위탁해 왔는데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다.

사실 그동안 재처리 기술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등 5개 나라가 독점해 왔다. 5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재처리를 할 수 없을뿐더러 이들 나라에 의해 재처리 과정이 규제돼 왔다. 한국정부도 재처리에 손댈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일본은 미국과 교섭 끝에 재처리 허가권을 얻어 현재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지역에 재처리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로카쇼무라의 재처리 공장은 계속된 문제 발생으로 아직까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재처리 권한이 없는 한국이나 일본은 그런 면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포화상태에 달해 저장시설의 핵연료봉 밀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일본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와 맺은 계약은 기간이 만료됐고, 사용 후 핵연료를 둘 곳이 없는 상황에 원전부지 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간저장시설', 한국은?

그래서 일본은 '중간저장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 방출되는 독극물을 무해·무독화할 방법이 없는 지금 임시변통으로 중간저장시설을 고안한 것이다. 이 시설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는 일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깊은 구멍을 뚫어 그곳에 독극물을 메우려는 방법으로 법률을 정했다. 하지만 보관기간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반에 구멍을 뚫어 독극물을 매립하는 방법은 지진이 잦은 일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고이데씨의 주장이다.

"일본 정부는 내게 '어쩌라는 말이냐'는 식으로 물어본다. 하지만 나도 모른다. 애초에 뒤처리 할 수 없는 위험물을 생성하지 말라는 게 내 주장이다. 이미 일본에는 원전을 가동하며 히로시마 원폭 기준 130만 발에 해당하는 방사능을 생산해버렸다. 이런 것들을 무독화 하는 연구가 필요한데 언제가 될지 모른다. (매립한다면) 그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지반이 있나? 찾지 못할 거다."

'유리고화체'도 문제다. 재처리 공장을 만들더라도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준위폐기물 유리고화체를 처분할 방법이 아직은 없는 실정이다. 일본이 중간저장시설을 넘어 재처리 공장을 갖추더라도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재처리 권한이 없는 한국은 한 술 더 뜬다. 한국도 올해 끝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려 했지만 미국이 한국의 재처리를 인정하지 않아 2년 연기된 것이다.

 고이데 히로아키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통역을 맡은 김복녀씨가 발언을 정리하고 있다.
 고이데 히로아키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통역을 맡은 김복녀씨가 발언을 정리하고 있다.
ⓒ 임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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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처리 '권한'보다 재처리 '위험'

고이데씨는 재처리 권한보다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주목한다. 핵발전은 '펠렛'이라는 연료봉 안에 연료를 넣어 중성자로 핵분열을 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핵분열 물질과 플루토늄 등을 금속 연료봉 안에 가둬둘 수 있다. 원전에서 밖으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재처리를 하려면 방사성 물질을 가둬둔 펠렛을 잘게 잘라야 한다.

"재처리란 사용한 핵연료 안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때(재처리 공장에서) 꺼낸 방사능 물질 검출량은 원전이랑 전혀 다른 단위로 계량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원전 한 기에서 1년 동안 가동한 방사능 물질량을 재처리 공장에서 내게 된다. 영국에 지금은 세라피드로 개명한 재처리 공장을 1950년대 말부터 가동해왔는데 보통 때의 방출량이 히로시마 원폭 400발에 해당한다고 나와있다" 

일본은 아오모리현 로카쇼에도 재처리 공장을 지었다. 이 시설을 가동하게 되면 영국의 경우처럼 방사능 물질로 환경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고 고이데씨는 설명한다. 1942년 맨해튼에서 세계 최초의 원자로가 가동된 이후 햇수로 72년이 흐를 동안 사용 후 생성되는 방사성물질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각국의 저장소에 핵연료가 쌓여가는 가운데 유일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방사성물질을 인체에 무해한 곳에 격리하는 방법이다.

"온갖 궁리 끝에 여러 가지 안이 나왔다. 심해에 투하하거나 로켓으로 우주에 쏴 보내기, 남극에 두기 등. 하지만 어떤 방법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 시행하지 못한 채 국제조약으로 방사성 쓰레기를 밖으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방법을 모르지만) 미래세대에 떠안길 위험을 생각한다면 계속 보관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본다"

머지않은 미래 위해 공정한 보도를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장소도 문제다. 한국은 핵연료 저장시설이나 저장 장소 등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기존에 중저준위폐기장 문제로 10년간 사회적 갈등을 겪은 결과다. 고이데씨는 목적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중간저장시설처럼 보관을 이한 목적인지 재처리를 위한 저장시설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점점 차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딘가에 보관해야만 하는 일은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그럼 어디에 지어야 하는가. 지상에 보관시설을 만들라고 한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거대 도시에서 아주 많은 전기를 쓰면서 발전소를 한산한 곳에 떠밀어 보관하고 발전하게 했다. 하다못해 전기를 많이 쓰는 거대도시가 사용 후 핵연료 중간저장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즉 도시에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재처리 목적이 자원 절약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이데씨는 핵발전소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은 화석연료에 비해 매장량이 빈약하다고 말한다. 발전소 자체의 경제성도 떨어진다. 수력이나 화력발전소에 견줘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을 무한하고 값싼 에너지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다가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고이데씨는 그런 최악의 사태를 경계하고 있다.

"일본은 거짓말 선전을 해왔다. 아베 수상도 오염수를 완전 통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깨달아야 한다. 일본 매스컴도 정부쪽 선전이나 전력 말만 보도해왔다. 후쿠시마 사건 때 많은 외신 기자들이 일본 매스컴의 보도 행태에 대해 물었다. 일본 매스컴은 이미 국가의 말만 내보내는 '포로저널리즘'에 빠진 것이다. 한국은 이런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될 수 있기를, 방송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임경호 기자는 19기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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