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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설립을 주도, 2011년 해고당한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이 2012년 삼성그룹 양재동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 때 발언하는 모습.
 삼성노조 설립을 주도, 2011년 해고당한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이 2012년 삼성그룹 양재동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 때 발언하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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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노조 탄압은 부당노동행위란 법원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3일 삼성 에버랜드가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징계 명목으로 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조장희 삼성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자신을 해고한 삼성 에버랜드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지난해 5월과 10월, 삼성 에버랜드 쪽의 노조 활동 방해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데 이어 세 번째다. 법원이 정당한 노조 설립과 활동을 막는 기업의 경영 방식에 거듭 제동을 건 셈이다.

1996년 12월 삼성 에버랜드에 입사한 조 부위원장은 2011년 7월 18일 갑작스레 해고당했다. 회사는 그가 사내 전산망에서 회사 임직원 4300여 명의 개인정보 파일을 빼내고 수차례 무단 외출을 했다는 등 모두 8가지 징계 사유를 들었다. 조 부위원장은 곧바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지만 그해 10월 기각 당했다. 2011년 12월 그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듬해 2월, 중노위 역시 그의 해고가 정당했다며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3일 법원은 그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징계사유들이 적절하지 않거나 정상 참작할 수 있다고 했다.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는 직원들 사이에 비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조 부위원장이 자신이나 직장 동료들의 이메일로 그 내용을 보낸 것은 직원끼리 정보를 공유한 것이란 이유였다. 또 회사가 '무단외출'이라고 한 부분은 하루에 1시간씩 주어진 휴게시간을 이용한 것이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조씨에게 해고처분이 내려진 것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의 해고에는 노조 활동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삼성 에버랜드는 2011년 6월 사측에 가까운 노조를 세웠다. 한 달 뒤 조 부위원장은 박원우 위원장과 함께 삼성노동조합(삼성노조)을 출범시켰다. 이후 조 부위원장은 해고됐고, 박 위원장은 노조 유인물을 배포하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감급 3개월에 처해졌다.

집행부를 상대로 한 '무더기 징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삼성그룹 내부문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과 맞닿아있다. 여기에는 삼성그룹이 삼성노조를 막기 위해 ▲ 주동자 즉시 해고 ▲ 노조 세확산 차단 조치 등 세부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재판부는 이 문건을 증거로 인정했다. (관련 기사 : 삼성, 노조와해 문건대로 '알박기 노조' 만들었다)

조장희 부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판 결과에 기뻐하면서도 "길게 보면 오늘 소송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노동 3권을 해고 등으로 무력화하려는 삼성의 전략이 단기간에 수정되진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노조 활동을 하려는 노동자들에게 더 편한 곳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태그:#삼성노조, #삼성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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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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