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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번에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은 김재철 전 사장, 결국 MB정권 탓이었다, 하지만 MBC 해직언론인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MBC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어 박근혜 정부는 이 상태를 즐기고 있지만, 언젠가는 곪은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다, 독박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번에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은 김재철 전 사장, 결국 MB정권 탓이었다, 하지만 MBC 해직언론인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MBC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어 박근혜 정부는 이 상태를 즐기고 있지만, 언젠가는 곪은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다, 독박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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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신 분인데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1층 안내데스크에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이하 노조위원장)의 이름을 댔을 때, 돌아온 말이다.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다"고 하자, 그 직원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옆에 있던 선배 직원이 그에게 "전 노조위원장"이라고 귀띔해주면서, 기자는 노조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영하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해고된 지 1년 9개월 만에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해직언론인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판사)는 회사가 정 전 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에게 내린 해고·정직 등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공정보도는 근로조건에 포함된다"면서 노조가 2012년 1월부터 170일간 진행한 파업은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파업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노조원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지만, 회사는 판결 2시간 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이다. 이날 밤 MBC <뉴스데스크>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언론사 노조는 공정성을 걸고 언제든지 파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공정성을 판단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맹공격했다.

"MBC가 JTBC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줄 몰랐다"

노조를 향한 회사 측의 일방적인 비난만 담긴 MBC의 보도는 노사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한 손석희 사장의 JTBC <뉴스9>과 비교됐다. 손 사장은 MBC 뉴스 앵커 출신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MBC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MBC 구성원들은 '망가진 MBC'에 대한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MBC가 JTBC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고·정직 등 파업 참여로 받은 징계는 무효’라는 판결을 보도한 17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사진 위)>와 같은 내용을 다룬 JTBC <뉴스9(사진 아래)>.
 ‘해고·정직 등 파업 참여로 받은 징계는 무효’라는 판결을 보도한 17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사진 위)>와 같은 내용을 다룬 JTBC <뉴스9(사진 아래)>.
ⓒ 방송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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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전문가인 국민이 보더라도 (MBC <뉴스데스크> 보도는) 이상한 보도였다, 극한의 대치상태에 있는 북한에 대해 보도할 때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면서 "무조건 '공산당을 때려잡자'는 얘기가 통하는 시절에나 먹히는 보도다, 현재의 국민을 1970년대 시절의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은 "'손석희 선배'가 JTBC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MBC를 앞지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JTBC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손석희 사장의 이미지 탓도 있겠지만 'JTBC가 MBC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MBC는 지난 20일 <조선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 등에 법원 판결을 공격하고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1면 광고를 실었다. 같은 날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유감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김종국 MBC 사장의 발언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이를 두고 정 전 위원장은 "수치스럽다"고 했다. 그는 "MBC가 판결문도 읽지 않고 대응을 하는 것 같다, 판결문을 반박하는 근거나 논리가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며 "어떤 정치세력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재판부나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판사들이 봤다면,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사이자 공영방송이 저렇게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나', 'MBC는 없어져야 할 회사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MBC의 경영진이나 간부는 편향적이고 무능력하다"면서 "질적으로 떨어지긴 하지만 명확히 '김재철 시즌2'"라고 꼬집었다.

정 전 위원장은 "이번에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은 김재철 전 사장, 결국 MB정권 탓이었다, 하지만 MBC 해직언론인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MBC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어 박근혜 정부는 이 상태를 즐기고 있지만, 언젠가는 곪은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다, 독박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영하 전 위원장과 한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17일 해고 무효 확인 소송 판결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방송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방송의 결과가 아니라 그 방송의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결 후 만난 YTN 해직언론인들도 반가워했다.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다',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은 정당했다' 등의 판례는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감명 깊은 판결문이었다."

-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재철 전 사장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재철 사장이 정례 공정방송협의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구체적인 사례를 80여 쪽에 달하는 판결문에 담았다. 재판부가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김재철 전 MBC 사장과 이명박 정부의 인과응보라고 생각한다. 김 전 사장이 뿌려놨던 것들이 빌미가 돼 파업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징계까지 나왔다. 이런 것들이 공정성과 연결이 돼 판결문에 담겼다."

- 회사는 판결 직후 판결문을 공격하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일에는 <조선> 1면 등에 비슷한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판결문이 상세했다는 것에는 '판결문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일단 읽어 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본다. 하지만 회사는 1심 판결 선고 후 2시간 만에 항소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판결문이 나오기도 전이다. 판결문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판결요지만 보고 항소한 것 같다. 판결문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으면 저렇게 주장하지 못한다. 마치 어떤 정치세력처럼 막무가내로 항소했다. 정치적인 행동이다. MBC 일원으로서 낯 뜨거웠고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 판결이 나온 17일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판결문을 공격하고 노조를 비판했다.
"정 그러한 보도를 내보내고 싶었으면, 직업윤리 생각해서라도 노조 인터뷰를 땄어야 했다.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일방적인 주장만 하니 비전문가인 국민들이 봐도 이상한 것이다. 극한의 대치상태에 있는 북한을 보도할 때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무조건 '공산당을 때려잡자'는 얘기가 통하는 시절에나 먹히는 보도다, 현재의 국민을 1970년대 시절의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보도가 나올 수 없다."

- 자사 메인뉴스, 신문 광고 등을 동원해 판결 내용을 공격하는 것을 두고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나 판결 내용을 알고 있는 판사들이 '메이저 언론사이자 공영방송이 저렇게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있나', '그러한 MBC는 없어져야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건 현행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성명이라도 낼 것 같다. 항소는 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논리나 근거 없이 저렇게 일방적인 주장만 펴서는 안 된다. 반박을 하려면 판결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한다."

- 온라인 공간에서는 JTBC <뉴스9>가 노사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해 화제가 됐다.
"JTBC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손석희 선배가 '제대로 한다면 JTBC 보도가 MBC 보도를 언젠가를 앞지를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JTBC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1년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꽤 자리를 잡았다. 취재원들은 JTBC가 부르면, 간다. 하지만 MBC에 출연하는 것은 꺼림칙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면 JTBC에 어떻게 욕하겠나. '손석희'라는 인물 때문이 클 텐데, 이제는 'JTBC가 MBC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선고 공판이 23일 열린다. 어떻게 예상하나?
"17일 판결을 감안하면, 판결 내용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회사는 손해배상금에 노조 파업 기간 중에 사원을 뽑을 때 든 예산도 넣었다. 그러한 회사의 주장이 상식적이려면, 당시 노조원들이 받지 못한 임금도 포함돼야 한다. 법원이 손해배상금을 어떻게 계산할지 모르지만, 파업의 정당성을 참작해주는 판결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기 만료 앞둔 김종국 사장, 청와대와 방문진 향해... "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해직 언론인 복직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법원 판결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는데, 이제는 무효 판결이 났으니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해직 언론인 복직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법원 판결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는데, 이제는 무효 판결이 났으니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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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김종국 사장이 취임했을 때 노조는 '김재철 시즌2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확히 '김재철 시즌2'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즌2'로 평가받으려면 업그레이드된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시즌2'라고 평가받기도 어렵다. 질적으로 떨어진다."

- 지난 2012년 MBC 노조 파업 이후 2년이 지났다. 내부 구성원이 보는 MBC는 어떤 모습인가.
"김재철 전 사장은 워낙 전례가 없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저질렀다. 당시 그런 문제가 크게 부각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김종국 사장 체제에서는 경영진이나 간부들이 편향적인데다가 능력도 없다. 능력이 있으면 똑같은 뉴스를 하면서도 포장이라도 한다. 그렇다면 논리도 없이 '해고 무효' 판결문을 공격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 눈에도 MBC가 말도 안 되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 김종국 사장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해고 무효' 판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김종국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번 판결을 두고 자신의 연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김 사장은 20년 전 노조위원장을 했다. 1992년 50일간의 노조 파업 후, 이를 수습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종국 사장이 최근에 한 일을 보면, 당시 진정성이 있었던 거 같지는 않다."

- 최근 김종국 사장이 단행한 인사를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심원택 시사제작부국장을 국장으로 승진시킨 것만 봐도 그렇다(심원택 국장은 지난해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편을 불방 조치해 논란을 일으켰다-기자주). 심원택 국장은 누가 보더라도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또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을 다룬 내용이 MBC 뉴스 홈페이지에 2시간여 걸려 있었던 것 때문에 한정우 인터넷뉴스 부장이 좌천됐다. 다가오는 2월 정기인사 때가 아니라 지금 이렇게 도드라지게 인사를 단행한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 김종국 사장은 20일 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비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정상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MBC는 이를 보도자료로 배포까지 했다.
"보도자료를 보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보인다.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종국 사장이 청와대,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방문진 등 어르신들에게 자신의 경영 철학을 알리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청하지도 않은 자료를 언론사에 뿌릴 이유가 없다. 그 내용을 내부 구성원이나 국민이 봐야할 이유도 없지 않나."

-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정권이 내놓은 언론정책이 없다. 이 상태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때만큼 박근혜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쫓겨난 언론인들을 방치하는 것을 보고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여당은 해직언론인 복직 요구에 법원 판결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이제 판결이 나왔다."

- 이번 판결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버티기로 연명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에게 50%가 넘는 표를 줬던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자세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판부의 논지를 수긍하고 가장 박수칠 만한 집단은 중도 보수다. 중도 보수들이 보기에도 MBC 보도와 박근혜 정부의 대응에 답답해할 것이다. 언젠가는 곪은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독박을 쓸 수 있다."


태그:#정영하 전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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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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