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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 창구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수십 명의 고객들이 피해 방지를 위해 카드 재발급과 개인 업무를 보고 있다
▲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 창구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수십 명의 고객들이 피해 방지를 위해 카드 재발급과 개인 업무를 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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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 카드 정보로 결제를 시도한 것 자체가 너무 기분 나쁘다고요."

신아무개(30, 여)씨의 격앙된 목소리가 객장을 뒤흔들었다. 20일 오후 2시 30분경 KB국민은행 상암DMC지점을 찾은 신씨는 "내 카드정보가 누군가에게 악용된 것 같다"며 은행 직원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KB국민은행 상암DMC지점은 일반 예금·송금업무를 하려는 사람들은 물론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확인을 위해 몰린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 중 한 명인 신씨는 "바꾼 카드이긴 하지만 내 정보가 누군가에게 유출돼 결제가 시도됐다"며 자세한 정황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측은 "절대 2차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2차 피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 대한 신뢰성 저하는 물론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오후 '카드 정보 유출 2차 피해 추정자 발생, 금융권 비상'이라는 뉴스가 속보로 보도됐다.

"2주 전 카드 교체 안 했으면 결제됐을 수도..."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국민은행 지점의 경우 평소 2배 넘는 고객들이 몰려 대기 시간이 2시간 가량 걸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국민은행 지점의 경우 평소 2배 넘는 고객들이 몰려 대기 시간이 2시간 가량 걸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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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평소 이용하던 KB국민카드를 2주 전 다른 카드로 교체했다. 그런데 20일 오전 신씨의 휴대전화로 2주 전 사용하던 카드번호와 함께 '카드 거래가 시도됐으나 거래 승인은 되지 않았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마침 지난 17일 카드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신씨는 누군가 자신의 정보를 악용해 카드거래를 시도한 것 자체에 찜찜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곧장 KB국민은행 콜센터(1588-1688)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원 연결이 어렵다'는 기계음만 되돌아왔다.

신씨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은행으로 달려왔다. 은행에서는 콜센터 전화번호 대신 국민은행 대표번호(1599-9999)를 알려줬다. 신씨가 그 번호로 통화를 시도하자 곧장 상담원과 연결됐다. 상담원은 "새로 발급받은 카드가 아닌 전에 쓴(취소된) 카드로 결제가 시도된 것인 데다 기본적인 정보만으로는 결과적으로 승인이 안 된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신씨는 "만약 2주 전에 카드를 안 바꿨으면 결제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며 "어떤 경로로 내 정보가 유출됐는지 자세한 정황도 알 수 없고 이런 사태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는 은행이 참 답답하다"며 분노했다. 결국 신씨는 "무작정 3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 다른 날 와서 카드를 해지하겠다"며 은행을 나섰다.

이날 오후 이 지점 대기인원은 오후 2시 25분경 최대 168명까지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신규·일반창구부터 대출, 외환창구도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업무를 보도록 했지만 창구 직원을 통해 업무를 본 고객은 10명에 불과할 정도로 일은 더디게 처리됐다.

객장 안에서는 "현재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범죄 목적에 사용되기 전에 모두 압수되었기 때문에 불법적인 예금 인출 등 피해는 없을 것으로 확인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지만, 고객들은 발을 구르며 난감해 했다.

회사 업무 중 은행을 찾은 고재선씨는 "주말에 뉴스를 못 봐서 오늘 회사에 출근해서야 알았다"며 "잠시 짬을 내 유출된 정보를 확인하려 왔다"고 말했다. 고씨처럼 개인정보유출 사건 때문에 은행을 찾은 고객은 대기 인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었다.

이아무개(45·남)씨는 유출 정보를 확인하고 카드를 재발급하기 위해 오후 2시 10분경 은행을 찾았으나 빈 손으로 은행을 나서야 했다. '대기시간이 2시간'이라는 직원의 말에 "좀 있다 다시 오겠다"면서도 "홈페이지 팝업창에만 안내 메시지를 띄우고 별도의 사과공지나 문자가 없는 게 말이 되냐"며 화를 누르지 못했다.

새 통장을 발급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김순란(67, 여)씨도 개인정보유출 건으로 평소보다 더 오래 대기했다. 그는 "서민들은 은행을 믿고 목돈도 맡기는데 어찌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냐"며 "자식한테도 주민번호나 개인정보는 주지 않는데 정작 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관리를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보이스피싱 등을 하는 사기꾼들을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빈틈을 보인 은행과 금융감독원이 1차적으로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칠년 부지점장은 "오늘 은행을 찾은 고객 중 50% 이상이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건으로 온 사람들"이라며 "평소 업무 마감시간(4시)보다 더 늦어지더라도 번호표를 뽑은 고객에 한해서는 업무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머리만 숙이면 끝? 카드사가 보이스피싱보다 더 잘못"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창구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수십 명의 고객들이 카드 재발급과 개인 업무를 보기 기다리고 있다.
▲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창구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수십 명의 고객들이 카드 재발급과 개인 업무를 보기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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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다른 지점도 마찬가지였다. KB국민은행 서소문 지점 출입문에는 '고객정보 유출 대고객 안내자료'가 붙어 있었다. 안내 자료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와 '2차 피해 현황은 없으니 안심하고, 보이스피싱에 유의하라'는 내용이다.

은행 내부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러나 대기표를 발급하는 기계는 쉴 틈 없이 종이를 내뱉고 있었다. 20일 오후 2시 30분경에 발급된 대기표에는 '55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카드사 정보의 경우, 고객님의 카드번호, 비밀번호, 유효기간, CVC 번호는 유출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태로 고객님께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안내음이 울리자 손님들이 일제히 대기표와 전광판을 번갈아 확인한다.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고객은 다시 휴대전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안내음이 멈추자 방송이 흘러나온다. 방송은 입구에 붙여진 안내자료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내 방송에 귀 기울이는 고객은 없었다.

"잘못했다고 머리만 숙이면 끝입니까? 은행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런 은행을 어떻게 믿고 거래합니까?"

한 남성이 10분 정도 서서 기다리다 인상을 찌푸리며 은행 밖으로 나갔다. 이창호(61)씨는 국민은행 신용카드를 해지하러 왔다가 대기가 길어지자 포기했다. 근무시간 중 짬을 내어 방문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발길을 돌린 이씨는 차분하면서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씨는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국민은행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책임감 있는 은행으로 거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재발급을 위해 은행을 방문한 임칠성(48)씨도 "어이가 없고 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간, 평소에 오지 않던 스팸 문자가 온다"며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서소문 지점 김용태 부지점장은 "평소보다 4~5배 정도 많은 고객이 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방문을 하고 있다"며 "점심도 먹지 않고 고객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 창구에는 다섯 명의 직원이 담당 업무를 할 뿐, 추가 인원 투입은 없었다.

NH농협 광화문금융센터 역시 개인정보유출 탓에 이날 고객이 부쩍 늘었다. 20대 커플부터 50~6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카드 재발급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 상담 창구 2곳과 빠른 창구 3곳 모두 개인정보유출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농협 역시 개인정보유출 관련 전용 창구를 운영하지는 않았으나, 모든 창구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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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