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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군고구마
 요즘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군고구마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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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솔솔 부는 계절엔 그가 생각난다. 외모는 투박하지만, 속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의 옷을 한 꺼풀 벗겨 내면 노란 속살이 드러난다. 그의 몸은 고소함과 달콤함이 공존한다. 많은 여성이 그를 찾지만, 요즘 쉽게 볼 수 없다. 그의 이름은 군고구마.

운 좋게 길거리에서 그의 구수한 냄새를 맡게되도 쉽게 만나기는 힘들다.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보지만, 그는 따뜻한 군고구마 통에서 나올 기미가 없다. 문득 궁금했다. 그가 30여 분 동안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군고구마 통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요란하고 시끄러운 이곳은?

"치치칙 치치칙, 쾅쾅쾅"

17일 오후 서울시 중구 황학동 100번지 골목, 쇠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귀를 기울여 소리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중앙리어카'라고 적힌 때 묻은 간판이 보인다. 가게 외벽에는 동그란 손수레 바퀴 6개가 걸려 있다. 그 주변에는 뼈대만 있는 손수레가 보기 좋게 겹쳐져 있다.

가게 입구는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겨울임에도 환기를 위해 미닫이문이 열려 있다. 내부는 노란 불빛의 작은 작업등 2개에만 켜져 있어서 약간 어두웠다. 성인남성 허리 높이의 나무 재질 선반이 가게 내부를 두르고 있다. 선반 아래에는 자르고 남은 철로 된 재료와 쇳가루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선반 위로는 손수레의 조립 재료들이 묶여있다.

입구 우측 벽으로 얇은 재질의 영수증 몇 장과 'XX용달, 배달' 스티커가 붙어 있다. 스티커 아래에는 A3 크기 양면 비닐 코팅된 흰 종이 3장이 한 묶음으로 걸려있다. 종이에는 컬러로 된 여러 가지 손수레와 군고구마 통 사진이 프린트 돼 있다.

 손수레를 제작하고 있는 김병국씨
 손수레를 제작하고 있는 김병국씨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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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앞에서 한 남성이 얼굴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가느다란 철근을 용접하고 있다. 파란 불빛이 튀고 망치로 두들기더니 빨간 페인트칠을 하고 가게 밖으로 내어 놓는다. 손수레 한 대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뚝딱 만들어졌다. 보호구를 벗어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던 김병국(55)씨가 씨익 하고 웃었다.

세월에 따라 변하는 군고구마 통

김씨는 40년 째 군고구마용 손수레를 제작하고 있다. 16살 때 시골에서 상경해 처음 배운 일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일반 손수레를 만들지만, 겨울이 되면 군고구마용 손수레를 만드는 게 주업이 된다. 예전에는 김씨가 직접 군고구마를 굽는 드럼통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특정 업체가 군고구마용 드럼통에 대한 특허권을 갖게 되면서 더이상 김씨는 드럼통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김씨는 드럼통을 따로 구입해 손수레와 결합해서 판매하고 있다.

"장작 군고구마 통은 19만 원이고, LPG 군고구마 통은 24만 5000원입니다. 물론 배달비는 별도구요. 하하"

손수레 위에 얹혀지는 군고구마 통은 불을 피우는 재료에 따라 장작과 LPG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드럼통은 비슷하지만, 내부에 가스버너를 설치하느냐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더 잘 팔리는 건 5만 5000원이나 더 비판 LPG 군고구마 통이다. 군고구마 통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장작 군고구마 통은 연기로 인한 민원이 잦은 탓에 갈수록 인기가 없어졌다. 대신 연기가 나지 않는 LPG 군고구마 통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세월에 따라 선호하는 군고구마 통 모양과 화력 재료가 변했다.
 세월에 따라 선호하는 군고구마 통 모양과 화력 재료가 변했다.
ⓒ '중앙리어카'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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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통의 외관도 과거에는 둥근 모양의 드럼통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각진 네모 모양의 드럼통을 많이 찾는다. 김씨는 "둥근 드럼통의 경우 폐드럼통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재질이 얇고 부식이 빨리 이루어져 1년을 넘기기 힘들다"며 "하지만 각진 군고구마 통은 재질의 두께가 두꺼워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군고구마, 누군가에겐 추억"

"15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 동안 군고구마 통 300개는 팔았죠.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장작에서 LPG로, 둥근 모양에서 각진 모양으로 세월에 따라 군고구마 통이 '진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 그는 올 겨우내 군고구마 통을 30개 밖에 팔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구마 원가의 상승으로 길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고구마 10kg(특) 기준 2009년 평균가격은 2만 원대였지만, 최근 한 달 평균가격은 3만 9000원으로 가격이 2배 정도 올랐다. 또한 가정에서 군고구마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직화 냄비나 오븐을 사용하는 것도 군고구마 판매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다.

군고구마 통을 구매하는 연령층도 변했다. 과거에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지 않은 까닭에 용돈을 벌려는 10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20대가 주요 고객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군고구마를 판매하는 이아무개(29)씨는 "(도매시장에서 사오는) 고구마 가격이 비싸 하루 8시간 장사해도 2~3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며 "군고구마를 파는 게 재미있고, 삶을 배우겠다는 생각에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국씨 역시 군고구마 손수레 제작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군고구마 수레 만드는 것이 내 직업이고, 누군가에겐 군고구마가 추억 아니냐"며 환하게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안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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