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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에어(왼쪽)와 2010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아이패드
 아이패드 에어(왼쪽)와 2010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아이패드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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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완전히 반 토막 났잖아."

미안. 너희 둘을 비교했을 때 웃음이 절로 나왔어. '신상' 아이패드 에어에 비하면 1세대 넌 옛날에 쓰던 묵직한 노트북 같았거든. 앞으로 이 '물건'을 어떻게 감당할까 막막해질 정도였지.  

사실 넌 이미 우리 집 '장롱'에 처박힌 지 오래야.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종종 바깥나들이도 같이 했지만 노트북이랑 다니기엔 넌 너무 무거웠어. 그나마 집에서 웹 서핑할 땐 널 자주 찾았지만 부팅 속도가 빨라진 윈도우8 PC가 들어오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지.

200g 감량한 '장롱 아이패드'의 화려한 외출 

설상가상 지난달엔 '날씬하고 가벼운' 새 식구까지 들어왔어. 리뷰용으로 빌린 '아이패드 에어' 두께는 7.5mm 밖에 안 돼. 넌 '배불뚝이' 배로 감추긴 했지만 두께가 무려 13.4mm로 2배에 가깝지. 몸무게도 넌 680g이나 나가는 '거구'지만 그 친구는 200g이나 감량해서 470g밖에 안 돼. 그래도 화면 크기는 9.7인치로 똑같다고? 그 친구는 베젤 폭이 반으로 줄어 훨씬 더 날씬해 보이거든! 2년 전 레티나 탓에 눈은 버렸지만 몸집은 비슷했던 3세대 때랑 느낌이 다르더라고.(관련기사: 새 아이패드 1주일 썼더니... "눈 버렸다" )

아이패드 얼마나 얇고 가벼워졌나?
 아이패드 얼마나 얇고 가벼워졌나?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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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우린 너만 놔두고 '화려한 외출'을 시작했지. 올해 초 KTX 타고 여행을 떠날 때도 며칠 전 뮤지컬 공연 보러갈 때도 아이패드 에어는 늘 우리 가족들 곁에 있었어. 일단 가벼우니까 한 손으로 들고 보기 편했어. 덕분에 아이들은 차 안에서 '뽀로로', '마법천자문' 같은 애니메이션들을 모아놓은 '키즈월드' 앱에 푹 빠졌고, 나도 카카오톡 게임인 '행복한 피아니스트'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지.

이게 다가 아냐. 난 고작해야 새 아이패드로 게임나 영화 볼 궁리만 하고 있는데 우리 사진부 선배는 벌써 그 친구를 사진 취재에 투입했더라고.

선배 목표는 간단해. 취재 현장에 무거운 노트북 대신 가벼운 아이패드만 들고 다니는 거지. 처음엔 인터넷 환경이나 하드웨어 성능이 받쳐 주지 못했지만, 이젠 'USB 아답터'만으로 훌륭히 해결할 수 있대. DSLR 카메라로 찍은 고용량 사진도 아이패드로 옮겨서 사진 편집 앱으로 크기를 줄인 뒤 인터넷에 바로 올릴 수 있는 거지. 이게 사실 고성능 PC 뺨치는 64비트 A7 프로세서 덕이라고 해. 

선배 말은 노트북에서 하던 기능 80% 정도는 아이패드에서도 할 수 있고, 노트북처럼 부팅할 필요도 없어 급박한 취재 현장에서 더 요긴하대. 앞으로 좀 더 익숙해지면 90% 이상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 노트북 두고 다닐 날도 머지않은 거지. 어때? 그 흔한 '듀얼 코어'도 아닌 넌 어림없지.

사실 너를 샀을 때 내가 꿈꾸던 모습이기도 해. 이미 '펜 기자' 사이에서도 취재 현장에 아이패드만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 전용 키보드만 있으면 간단한 기사 작성은 문제 없지. 또 키노트나 프레지를 활용해 간단한 발표 자료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아직 노트북 없이 아이패드만 들고 다니는 건 여전히 불안해. 일단 아이패드용 프로그램들은 PC용처럼 다양한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 아무래도 터치화면보다는 마우스를 쓰는 게 더 익숙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플래시나 액티브엑스 천국인 우리나라에선 아이패드에서 들어갈 수 없는 웹사이트 투성이니까.

KTX 열차 안에서 아이패드 에어로 애니메이션 앱을 보고 있는 아이들
 KTX 열차 안에서 아이패드 에어로 애니메이션 앱을 보고 있는 아이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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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다녀보니 아이패드 에어도 무겁네

물론 나도 '아이포토'나 '아이무비' 같은 사진-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재미 삼아 몇 번 써보긴 했지. 그래도 손에 익지도 않아 뭔가 불편해 금방 때려치웠다. 아이패드는 역시 방 안에 편안히 앉아 웹서핑을 하고 책을 읽거나 영화 볼 때 딱 맞는 것 같아. 어차피 집에 두고 쓴다면 너도 아직 쓸 만하겠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가봐. 아이패드 에어를 한 달쯤 갖고 다녀보니 이것도 무겁게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요즘엔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에 더 눈길이 가. 사실 액정화면 크기를 빼면 성능 차이는 거의 없거든. 똑같은 64비트 A7칩에 500만 화소 카메라까지 거의 같은데 가격은 12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거야. 오히려 미니는 7.9인치인데 해상도는 같아서 인치당 픽셀수가 더 많아. 덕분에 아이패드 에어보다 더 선명해 보이지. 같이 외출할 일이 잦다면 에어보단 차라리 한손에 잡히는 미니가 훨씬 탁월한 선택이지.

사실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일은 스마트폰으로도 할 수 있어. 더구나 갤럭시노트처럼 5-6인치대 '패블릿폰'이 대세인 우리나라에선 더 그렇지. 아이패드가 지금보다 더 가볍고 날씬해지더라도 우리 사진부 선배처럼 '목적 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면 곧 싫증이 나고 말거야. 아이패드 에어 아니라 솜털이라도 너처럼 '장롱 패드'가 되기 십상이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패드 에어에겐 미안하지만 회사나 바깥나들이에 들고 다닐 거면 차라리 아이패드 미니가 낫다. 집에서 주로 쓸 바에야 지금까지 나온 아이패드도 아직 쓸 만하다. 물론 레티나도 아니고 iOS7 업데이트도 안 되는 1세대 아이패드, 넌 더 많이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고. 옛 정을 생각해서 말이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왼쪽)과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왼쪽)과 아이패드 에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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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제조사에서 한시적으로 빌린 리뷰용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태그:#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태블릿,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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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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