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에 개봉하는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하루>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16일에 개봉하는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하루>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 영화사 진진

사람의 인생은 때론 잔혹하다.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인생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주인공은 오스카 그랜트.

지난 2009년 1월 1일 꼭두새벽. 새해를 맞은 기쁨도 잠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 프룻베일 역에서 한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당시 22살이었던 오스카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지하철 안에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고, 연락을 받고 출동한 한 경찰관이 과잉 진압을 하던 도중 발생한 것이다.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이후 이와 관련해 흑인 수백 명이 항의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행동을 통한 내면과 우연이라는 코드를 합쳐 그의 마지막 하루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그려낸다. 이를 통해 관객은 그를 이해하고 동시에 추모하게 된다.

새로운 출발...하지만 마지막이 되고만 그의 하루

오스카(마이클 B. 조던 분)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사랑스런 여자친구 소피나(멜로니 디아즈 분)와 딸이 있지만 정식으로 결혼한 상태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마약 딜러로 활동하다가 경찰에게 잡혀 감옥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한 때 나쁜 길로 빠져들었지만, 자신이 일하던 매장에 온 손님에게 생선요리를 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개를 부여잡고 슬퍼할 정도로 원래 심성은 착하다. 유치원에 딸을 데리러 가서 달리기 경주를 하는 모습에서는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같다.

 오스카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오스카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 영화사 진진


한 해의 마지막 날. 그는 더 이상 마약에 손을 대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동안 돈벌이를 제대로 못해 구박을 자주했던 여자친구도 "이제는 합법적인 일을 하고 싶다" 고 말하는 남자친구에게 새로운 희망을 걸고 웃음으로 화답한다.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맞이한 엄마 완다(옥타비아 스펜서 분)의 생일파티에서 그는 설거지를 하고 어머니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듬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또, 여자친구에게는 정식으로 프로포즈하기로 결심한다.

"누군가의 삶이 사라지면, 비극의 본질은 가까운 사람들만 기억한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퍼즐을 어떻게 끼워 맞추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오스카의 마지막 하루도 사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집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하자는 오스카에 반해, 소피아는 시내에 나가자고 제의한다. 완다는 그날따라 오스카에게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한다.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의 한 장면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둘 중 하나만 성사되지 않았더라면 영화의 결말은 바뀔 수 있었을까?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의 입장이기에 이 부분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24시간이라는 짧은 하루동안 일어난 일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오스카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오랜만에 찾아온 행복이자 동시에 잊을 수 없는 마지막이 되고야 말았다. 새해를 기념하는 축포는 거꾸로 비보가 됐다.

"누군가의 삶이 사라지면 비극의 본질은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이 기억하게 된다" 라고 말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말처럼,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화는 그 사명을 다한 셈이다.16일 개봉, 85분.

오스카 그랜트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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