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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유골이 안치된 하늘문 추모공원
 어머니 유골이 안치된 하늘문 추모공원
ⓒ 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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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을 벽제 추모 공원에 모시고 어머니가 계셨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베란다에는 당신이 심어놓은 상추와 파가 매서운 바람과 눈발에도 여전히 푸르기만 합니다. 아직도 방문을 열고 저를 부르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리는 듯 합니다. 어머니 이제 당신은 눈물이 없고 고통이 없는 따뜻한 곳에 계시지요?

어머니가 80세로 소천하신 날은 당신이 저를 위해 가입한 10년짜리 보험의 만기일이었습니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그렇게 막내 아들을 위하였던 당신이었음을 생각하자 제가 아무리 다 컸다고 해도 저는 역시 당신 앞에는 막내 아들일 뿐이라는 것이 새삼 눈물 겹습니다.

"산소 호흡기를 지나치게 사용해서 뇌가 모두 망가졌어요. 폐는 망가지다 못해 아예 없어졌고요. 심장도 많이 망가져 없습니다"라는 담당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니 이럴 수 가요. 저는 당신이 이 지경이 되도록 당신의 건강을 헤아리지 못했다가 왜 이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후회하며 몸부림칠 뿐입니다.

강원도 산골마을 가정에 무관심했던 아버지, 그런 남편이나마 지병으로 일찍 여의고 서른 아홉에 혼자되셔서 우리 4남 3녀를 빌어 먹이다시피 키우셨던 어머니, 홀로 온몸으로 인생의 모진 비바람을 맞으면서 인고하셔야 했던 세월들 참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당신의 인생은 정말 저희를 위해 닳아 헤져버린 인생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철이 들고 있는 건지 어머니의 그 아픈 세월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 한몸 간수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을 보내면서 어린 자식을 낳고 남편의 도움없이 키우셨던 어머니, 당신의 삶이 얼마나 무겁고 수고스러웠을지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 뭐합니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는데... 저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7남매 모두 그렇게 살았는데도 우리들 앞에서 한 번도 힘든 인생이라거나 고생스럽다거나 신세 한탄을 한적이 없으셨으니 저는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였음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만큼 다른 사람을 담아내는 크고 넓은 품이셨습니다. 제가 상처받고 아파서 다른 사람을 향해 비난하고 손가락질을 하려 할때면 당신은 늘 그 사람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하나님의 사랑으로 용서하거라 라며 당신은 사랑과 용서를 삶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당신의 향기가 여전한 당신의 집에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어머니 이제 눈물없고, 고통없고, 그리움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저는 이곳에서 때로는 당신을 그리워하면서 담담하게 인생을 살고 계시는 분들을 사랑하고 섬겨야 겠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제가 추울때는 덮어주고 배고플때는 먹여주고 외로울때는 사랑해주며 인생의 가장 깊은 곳까지 이해해주고 동행해준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쓴 편지글입니다.



태그:#어머니 , #천사, #인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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