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플랜맨>에서 유소정 역의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플랜맨>에서 유소정 역의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이처럼 사랑스러운 배우가 또 있을까'라면 너무 격한 표현일까. 한지민이 대놓고 발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청춘남녀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말이다.

영화 <플랜맨>으로 한지민은 첫 로코물의 주연이 돼 이야기를 끌었다. 그것도 '(띠)동갑' 정재영과 함께 말이다. 마냥 청순할 것 같고 가녀려 보였던 그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록보컬 유소정이 됐다. 풍부한 표정에 쏟아지는 감성, 잠시 바라보기만 해도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쾌활하고 밝은 캐릭터다.

"무대 위 기타치고 노래하는 모습...새롭게 다가왔다"

 영화<플랜맨>에서 유소정 역의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읽던 중간에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모습이 제겐 새롭게 다가왔거든요. 무조건 예쁘게만 보이지 않으면서도 남자 캐릭터와 상반된 모습이 좋았어요." ⓒ 이정민


첫 로코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어둡지 않고 밝은 캐릭터라는 점에서도 욕심이 났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울고, 아파했던 그녀 아니던가. 게다가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이후 2년 만의 영화다. 한지민은 소정이란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감독과 '매우 적극적인' 소통을 자처하며 작품에 빠져들었다. 

"시나리오를 읽던 중간에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모습이 제겐 새롭게 다가왔거든요. 무조건 예쁘게만 보이지 않으면서도 남자 캐릭터와 상반된 모습이 좋았어요. 소정이 성격이 또 오지랖도 넓고 엉뚱하잖아요. 그런 점을 갖고 싶기도 했고요. 매니저에게 남자 캐릭터는 누군지 물었는데 정재영 선배인 거예요. 마음이 확 갔죠. 가볍게 웃기기보다는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는 작품인 거 같았어요."

긴 머리를 흔들며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정은 그 자체로 여운이 오래가는 캐릭터다. 그룹 UV의 뮤지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가사로 틀을 잡았고, 한지민이 특유의 고음으로 매력을 살려냈다. 사실 이 지점에 우려할 부분이 있긴 하다. 노래와 로맨스라는 조합이 자칫 진부한 설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그간 여러 작품이 노래를 중심으로 남녀의 사랑을 숱하게 다뤄온 탓이다.

"당장 <미녀는 괴로워>도 있잖아요. 그것과 별개로 <플랜맨>은 인디 음악이 소재이긴 해요. 사실 제가 그쪽 노래를 잘 몰라서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가요에서 찾을 수 없는 메시지가 많더라고요. 또 홍대 밴드하면 히피 같은 모습을 상상하는데 실제로 보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감독님과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했어요."

적극적 소통이란 건 곧 의견 교환내지는 설득의 작업이었다. 한지민의 매력이 여기서 드러나는 게, 현장에서 스태프와 감독과 대화하는 법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본래 성시흡 감독은 보다 파격적인 여자 캐릭터를 생각했지만, 한지민과 긴 시간 대화 끝에 지금의 소정이 탄생했다고 한다. 머리스타일과 패션 등이 한지민과 성 감독이 함께 머리를 맞대 나온 결과였다.

<플랜맨>,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조카까지 따라하는 중독성

 영화<플랜맨>에서 유소정 역의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인들이 노래 가사를 듣고 속이 시원하다고들 해요. 극중 소정이가 복수를 하는 설정이 있으니 좀 쎄게 불렀으면 좋겠다고 뮤지씨가 기획을 했는데 맞아 떨어진 거죠. 극중 유부남을 향해 '핸드폰은 왜 두 개니, 반지는 왜 빼니' 이러는데 가사가 재밌지 않나요?" ⓒ 이정민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플랜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음악이다. '삼각김밥', '개나 줘버려', '유부남' 등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유세윤과 뮤지, 그리고 작사가 이정아가 함께한 노래는 하나같이 '사실주의'를 표방한다. 영화 속에서 유부남인지 모르고 한 남자를 좋아했다가 상처받는 소정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인들이 노래 가사를 듣고 속이 시원하다고들 해요. 극 중 소정이가 복수를 하는 설정이 있으니 좀 세게 불렀으면 좋겠다고 뮤지씨가 기획을 했는데 맞아 떨어진 거죠. 유부남을 향해 '핸드폰은 왜 두 개니, 반지는 왜 빼니' 이러는데 가사가 재밌지 않나요? (웃음) '개나 줘버려'는 알람 음악으로 쓰면 좋을 거 같아요. 근데 제 조카가 네살인데 언젠가 이 노랠 한 번 듣더니 막 따라하더라고요. 순간 헉! 어떡하지 싶었죠.

노래 역시 음을 계속 높여가면서 소리를 지르며 했어요. 여자분들 입장에선 속이 시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신기한 게 이제 포털사이트에서 제 이름을 치면 노래가 검색되더라고요. 검색하면서 한지민이라는 동명의 트로트 가수 분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어요."

사람과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를 노래로 표현하는 소정을 연기하면서 한지민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신경 쓰느라 예전엔 말 한 마디를 내뱉는 것도 힘들었다"던 한지민은 "기회가 되면 작사는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지민은 진화 중, "젊을 때 더욱 느끼고 자유로워질래요"

 영화<플랜맨>에서 유소정 역의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을 안 할 땐 인간 한지민의 삶을 살고 싶답니다. 생일 안 지났으니 서른 둘. 누구는 자꾸 '벌써 서른이야?' 이러는데 사실 아직 한창이잖아요!" ⓒ 이정민


촬영 현장과 영화 홍보 현장에서 자꾸 '여신'이라며 자신을 띄워주는 정재영 선배에 대해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죠"라며 시원스레 받아들이는 한지민. 그만큼 소탈하다. 한지민은 "상대 배우를 기죽이지 않고 함께 북돋는 배려심 있는 선배"라고 정재영에 대해 표현했다. 그만큼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느낄 줄 아는 배우였다.

일상의 소중함이 좋다고 한다. "남의 얘기를 하기보다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조곤히 대화하는 게 행복"이라며 나름의 철학도 공개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스스로 큰 내적갈등을 겪기도 했다. 한지민은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로 일찍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생각과 가치관이 정립되기도 전이었기에 사람과 일을 경험하면서 나름 깊은 상처도 받고, 고민 또한 해야 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소속사를 떠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였다.

"제가 지금 진짜 수다쟁이죠? (웃음) 아시는 분은 알지만 말이 많지 않았어요. 항상 누군가의 품에서 주변을 볼 줄 모르는 아이기도 했고요. 수능시험 끝나고 지하철을 처음 타봤을 정도로 물정을 몰랐어요. 항상 소속사 대표님에게 기댔고, 그만큼 주변 사람이 무서웠죠.

그러다 나이를 먹고 주변 사람을 많이 보게 됐어요. 성격도 지금 많이 바뀐 겁니다(웃음). 홀로서기를 늦게 한 셈이에요. 원래 밝은 편이긴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소심했거든요. 현장에서도 씩씩하게 지내고 더 많이 보고 들으려 했어요. 후회할 거 같아서요. 서른 살 때부터 바뀐 거 같은데 그때 친구 세 명과 여행을 처음으로 갔거든요. 고지식하고 답답했던 제가 여행을 다녀오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예전엔 방 안에서 가족과 술 먹고 시간 보내는 게 재밌었는데 이젠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여행 가서 클럽도 다녀갔다니까요. 힘들어서 전 빈 자리만 찾아다니긴 했지만(웃음). 즐겨보니 세상은 넓어요. 늦바람 든 거죠."

한지민의 멘토 노희경,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법 배워"

 영화<플랜맨>에서 유소정 역의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저도 언제부턴가는 유부녀 역, 엄마 역을 할텐데 그래서 더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마음이 담대해질 필요가 있겠죠!" ⓒ 이정민


큰 변화였다.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한지민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깨왔다. 여기엔 조력자 한 명이 있었다. 바로 노희경 작가였다. 한지민과는 JTBC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만났고, 전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통해 교류하고 있던 사이였다.

"노희경 선생님과 솔직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제게 마음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시고 제 얘기에 공감해주시곤 했죠. 그분과 작품을 같이 하는 게 영광이었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근데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선생님께 하게 됐어요. 작가님이 먼저 당신의 가족사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시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죠.

많이 울고 얘기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사람에게 미운 마음도 들고 해서 힘들었거든요. 제가 자꾸 울기만 하니까 선생님이 저를 4박5일 수련 프로그램에 보내주셨어요. 요즘 하는 즉문즉설처럼 절에 가서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닦는 기회였죠."

사람들의 사소한 말에 상처받고 울다가도 연예계 일을 하는 만큼 그건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모든 게 관심"이라면서 한지민은 나름의 자가발전, 자기치유법을 터득 중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 작품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자유분방하고 싶어졌어요. 그렇다고 제가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작품을 안 할 땐 인간 한지민의 삶을 살고 싶답니다. 생일 안 지났으니 서른 둘. 누구는 자꾸 '벌써 서른이야?' 이러는데 사실 아직 한창이잖아요!

자연스럽게 그 나이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게 제일 감사해요. 지금 제가 이렇게 로코인 <플랜걸>의 주인공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 전만큼 관심을 못 받는 건 사실이에요. 무관심이 가장 무섭잖아요.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졌을 때 올 수 있는 마음의 허전함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저도 언제부턴가는 유부녀 역, 엄마 역을 할텐데 그래서 더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마음이 담대해질 필요가 있겠죠!"

애교가 많을 거 같다던 취재진의 말에 한지민은 "아직 절 모르시는구나"라며 한바탕 웃었다. 여기에 사심 어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존재 자체가 애교"라고. 건강하게 마음을 가꾸는 모습이 그만큼 예뻐 보였다는 의미다. 이대로라면 그녀가 꼬부랑 할머니 역을 할 때가 와도 대중들은 그녀를 사랑해마지 않을 것이다.

한지민 플랜맨 정재영 노희경 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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