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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고백하건대 '땀나는 편집'을 연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편집부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 하기는 할까?"가 그 첫 번째였고, "어떻게 하면 많은 독자들이 읽게 할 수 있을까?"가 두 번째였습니다. 왜냐하면 '땀나는 편집'은 이슈를 다루는 기사가 아니라서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온·오프라인으로 차고 넘치는 기사들, 이걸 다 누가 볼까 싶을 만큼 폭주하는 기사들 한가운데서 '땀나는 편집'은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제목'에 유독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눈에 띄는 썸네일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었거든요. 한 마디로 땀나는 편집은 제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그런 기사였던 거죠.

가급적 많은 독자들이 기사를 보도록 노력하는 게 편집기자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고로케충격'같은 낚시성 제목은 뽑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제 자리가 제일 잘 보이는 사진을 일부러 골랐습니다. ^^
 가급적 많은 독자들이 기사를 보도록 노력하는 게 편집기자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고로케충격'같은 낚시성 제목은 뽑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제 자리가 제일 잘 보이는 사진을 일부러 골랐습니다. ^^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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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시선을 끄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언컨대 '제목'입니다. 편집기자들은 가장 최전선에서 그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이죠. 비유가 너무 전투적인가요? 편집기자는 일상이 전투라니까요. 흐흐. 여기서 잠깐, 그동안 땀나는 편집에서 다뤘던 주제를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전시회 사진 저작권' 편, 단순변심에 의한 기사 삭제 건, 인권보도준칙에 대하여, 시·소설·편지 등에 대해 등에 대해 썼군요. 딱 봐도 이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내용들로 보입니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아래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화 되었습니다.

맙소사, 사진 한 장 잘못 올렸다가 '30만원'?, 동거 기사 지워달라는 예비신부, 어떻게 할까요, 처녀작 쓰면 안 되는 이유, 잘 아시면서…주인공들의 섹스신, 두 번이나 보류한 건… 어떤가요? 좀 읽고 싶은가요?

사실 시·소설·편지 등에 대해 쓰려고 마음 먹었을 때 제 머릿속에는 이미, 제목이 나와 있었습니다. 2013년 특별상을 수상한 박도 선생님의 인터뷰 제목 "주인공들의 섹스신, 두 번이나 보류됐죠"에 응답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나온 기사가 주인공들의 섹스신, 두 번이나 보류한 건...이었습니다. 16편 통틀어 최고의 조회수. 이게 전부 '섹스신'이라는 제목 때문이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흑흑.

"제목은 알아서 달아주세요"라는 분들, 달라지실 겁니다

가급적 많은 독자들이 기사를 보도록 노력하는 게 편집기자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충격'같은 낚시성 행동은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제목은 알아서 달아 달라"고 주문하는 시민기자도 있는데요. 편집부를 무한신뢰하는 그 마음 잘 알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편집의 달인 못지 않은 제목, 시민기자도 뽑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팁 알려드릴게요.

'충격', '경악', '헉', '아찔' 등의 낚시성 제목의 표현은 '충격 고로케'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자제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이유' 혹은 "~한 까닭은?"이라는 제목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제목의 예입니다. "궁금해요? 느낌 아니까~" 같은 유행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좋습니다(물론 과하면 독이 됩니다, 철 지난 유행어도 금물입니다).

인터뷰 기사 같은 경우는 인터뷰이가 한 말 가운데 뽑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요. 후배들 '안녕' 대자보에 민주화 선배들 '응답'처럼 대구를 이루는 제목도 소개할 만합니다. 수년 전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들었던 '편집기자 실무' 강의에서 고경태(한겨레신문 토요판 에디터) 기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죠. 제목은 무조건 짧게! 그리고 재밌게! 그래야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서요.

데스킹 과정에서 1차 검토자가 뽑은 제목이 바뀌지 않고 나갔을 때,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시민기자들도 아시잖아요. 처음 송고했던 제목으로 기사가 채택이 되면 왠지 인정받은 듯한 그 기분. 그 느낌 편집기자들도 잘 알거든요. 편집수정요청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오기 전까진요.

"제목이 왜 이렇게 긴가요? 좀 줄여주세요."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네요, 바꿔주세요."
"기사 내용과 달리 오해를 살 수 있는 제목입니다, 바꿔주세요."

명명백백 보는 즉시 바꿔야 하는 실수도 있습니다만, 좋은 기사를 더 많이 읽게 하고 싶은 편집기자의 욕심과 자극적인 제목이 싫다는 기자들 사이에서 줄다리기도 생깁니다. 무난한 제목으로 1000명의 독자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요? 조금 섹시한 제목으로(상식을 넘지 않는 선) 1만 명의 독자가 보게 하는 게 나을까요. 최선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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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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