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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인대행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뒤 기자가 받은 쪽지들
 한 애인대행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뒤 기자가 받은 쪽지들
ⓒ 남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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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드네욤^^ 님이 생각하는 페이, 수위는 어케(어떻게) 되나여?

가입하자마자 받은 첫 쪽지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나마 정중한 편에 속했다. 대뜸 "나이? 가슴 사이즈는?" 등등 점점 더 노골적인 쪽지들이 쇄도했다. 답장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연락처까지 친절히 알려주면서 '일단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쪽지를 보냈다.

이런 대화들이 오가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스마트폰 어플(애플리케이션) 속이다. 주로 대행아르바이트 어플과 채팅 어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모든 대행아르바이트·채팅 어플이 그렇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대다수에서 이런 대화가 거리낌 없이 오고 갔다.

대행아르바이트의 경우, 대행인이 결혼식 하객이나 파티 참석, 골프 파트너 등 각종 역할들을 대행해주면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어플 속에선 대다수의 의뢰인과 대행인이 오로지 한 가지 역할을 원했다. 바로 애인대행이다. 겉으로는 말 그대로 애인처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그 이상'을 원했다.

대행아르바이트 어플은 성인인증을 거쳐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과 동시에 어플 내의 쪽지 서비스를 통해 자유롭게 의뢰인과 대화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가입한 A어플에서는 공개적으로 게시판에 대행인 또는 의뢰인을 찾는 글을 올릴 수도 있었다.

글 등록 규정에는 "성매매 의심이 가는 내용의 경우, 사회윤리에 반하고 회사 운영방침에 반하는 경우, 은유적인 표현의 성관련 뉘앙스를 표현하는 경우"에 "게시물이 삭제 또는 수정"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게시판에는 대부분 '편하게 ㅅㅍ(섹파, 섹스파트너) 구해요~', 's파트너 원하시는 오빠들!' 등의 글이 버젓이 게재되어 있었다.

채팅 어플에 노출 사진과 노골적 '제안' 가득

일부 채팅 어플들도 앞서 언급한 대행아르바이트 어플처럼 성매매의 창구로 이용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채팅 어플을 통해 성매매를 한 여중생 3명이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대표적인 채팅 어플 B와 C 모두 '남친, 여친, 친구, 애인을 만드는 채팅, 미팅 어플'이라 소개하면서 '영화친구, 영어친구, 쇼핑친구, 친구대행 등 다양한 알바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어플의 경우 연령대별 토크방과 미팅, 짤베(인기 사진), 채팅, 피플, 갤러리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채팅 어플인 B어플엔 평범한 글들도 많았지만 '미팅' 게시판에는 성적 만남을 원하는 각종 글들이 가득했다. "보일듯 말듯", "찢어진 바지", "죽여주는 교복걸" 등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신체를 노출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대행아르바이트·채팅 어플이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C어플 제작사 민원담당실장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불량 이용자에 대해 신고를 받으면 이용정지나 탈퇴 조치도 취한다"며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어떻게 100% 확신하나? 그냥 친구로 만나자는 걸 수도 있는데 그것까지 어떻게 제재하냐"고 말했다.

직접 성매매를 요구하는 글은 단어 필터링을 통해 걸러내지만, 단순히 '만나자'는 글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나 다른 어플 좀 살펴보면 우리가 얼마나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마트폰 어플 통한 성매매, 법적 처벌 가능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10대 역시 가입할 수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10대 역시 가입할 수 있다
ⓒ 남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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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플을 통한 성매매 가능성이 높지만 사전에 이를 제재하기는 어려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사전 심의는 검열로 간주되므로, 어플은 사후심의만 이루어진다. 특히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와 달리 어플 등록 시 유해정보를 걸러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때문에 유해한 어플이라 할지라도 일단 스토어 등록은 가능하다. 방통심의위는 자체 모니터링과 신고 접수를 통해 유해 어플을 심의한 후 바로 조치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전체 어플의 수가 90만 개에 육박하다보니 역시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동수 방통심의위 뉴미디어정보심의팀 차장은 "애플 앱스토어처럼 사전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주거나,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이런 정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유해정보를 포함하는 어플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성매매는 직접적으로 법적인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성매매가 이루어지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이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상대가 미성년자일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

파생되는 피해의 위험성 또한 심각했다. 김수진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성구매 남성이 어플 내에서 대화한 기록들을 캡처하거나 교환한 사진 등을 후기 사이트에 올리며 상대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많아 심각한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성매매 권유가 들어오면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에 응한 뒤, 노출 사진이나 자위 동영상을 보내달라는 등 각종 협박에 시달리는 사건도 많다"고 경고했다.

몇 년 전, 소개팅 어플을 성매매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준다'며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스마트폰이 자칫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길 것 같아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 남기인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태그:#애플리케이션, #어플, #성매매, #대행, #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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