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여자>의 장태정(박정철 분)과 이선유(윤소이 분).

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여자>의 장태정(박정철 분)과 이선유(윤소이 분). ⓒ KBS


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여자>에는 흔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재가 모두 있다. 재벌가에는 배다른 오누이가 있고, 오빠는 출생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쓴다. 집안이 차이난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도 있고, 헌신 끝에 남자를 마치 개천에서 난 용으로 만들고는 결국 버려진 여자도 있다. 심지어 이 여자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지만, 이것조차 말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구미가 당기는 요소들이 곳곳에 퍼져있기 때문인지, <천상여자>는 지난 6일 첫 방송 이후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부분은 어떤 드라마에서, 또 이런 부분은 다른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설정이 난무하기 때문에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새로울 것 없는 소재이지만, 다 모아놓으니 욕하면서도 보는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된 것 같다.

외국에 있는 줄 알았던 언니, 만삭의 몸으로 나타났다

9일 방송된 <천상여자> 4회에서 선유(윤소이 분)는 외국에 있는 줄만 알았던 언니 진유(이세은 분)를 찾았다. 언니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선유는 형부인줄 알았던 장태정(박정철 분)이 사실은 언니와 헤어졌고, 언니는 그의 아이를 낳아서 키우려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유는 이 소식을 장태정에게 알려서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선유와 진유 자매의 과거도 등장했다. 선유는 과거에 항암치료를 받기도 했다. 모두가 죽는다고 했고, 선유도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힘을 준 것은 언니 진유였다. 생사의 기로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건강해진 뒤, 수녀가 되려고 마음먹은 선유는 늘 밝고 건강하던 언니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저 눈물만 흘렸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장태정이 재벌집 딸 서지희(문보령 분) 때문에 오랜 연인을 버린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결혼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진유가 아이를 낳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당황한 장태정이 진유를 찾아가서 화를 내는 모습은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욕망 앞에서 흔들린 남자 VS 복수를 꿈꾸는 여자

한때 사랑했던 여자 앞에서 이제는 지나치게 뻔뻔한 장태정을 보면 사람이 욕망 앞에서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될 가능성이 누구보다 커 보인다. 진유 역시 답답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두고 "내 아이 아니다"고 큰소리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

장태정을 보면서 감정을 이입한 시청자들의 마음은 이제 이선유에게 옮겨간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언니가 미혼모가 된 것도 서러운데, 형부가 될 사람이 뻔뻔하기까지 하다니. 사람이 밉다고 해서 사적 복수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서지석(권율 분)에게 접근해서 복수를 하려는 이선유의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방송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일드라마계의 '신성'으로 자리 잡은 <천상여자>. 명확한 캐릭터 설명과 빠른 전개로 초반부터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 드라마가 이런 관심을 끝까지 지켜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천상여자 윤소이 박정철 이세은 문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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