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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고위험군 87.3%. 불안증상 고위험군 81.9%.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 10.7%. 마을 주변 헬리콥터 소음을 '심하게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들이 '약간 경험'했다는 응답자에 비해 3.7배."

이는 밀양 송전탑 공사 이후 주민 정신건강 실태 보고서에서 나온 결과다. 이번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3~5일 사이 밀양 송전탑 경과지 4개면(부북․산외․단장․상동) 주민 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남성 136명(42.9%), 여성 191명(57.1%)이 참여했고 평균 연령은 64.1세다.

2013년 10월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에서 헬리콥터를 통해 장비를 철탑 현장으로 실어나르는 작업을 벌였다.
 2013년 10월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에서 헬리콥터를 통해 장비를 철탑 현장으로 실어나르는 작업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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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는 2013년 5~6월에도 송전탑 공사를 하면서 주민과 충돌했는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지난해 6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벌였다. 두 실태조사를 비교해 보면, 지금 주민들의 정신건강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기 소음 경험 수준에 대해 77.0%가 '심하다' 응답

조사대상자 71.9%는 한국전력공사․시공업체․용역직원․경찰 등이 '위협적이고 무례한 행동을 취하여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63.4%는 이들이 '모역적인 말․욕설 등을 하여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수치심을 느끼도록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주민 56.8%가 각종 고소․고발을 당한 경험이 있고, 17.4%가 '뺨을 맞거나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았다'고 응답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지난해 6월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한전과 시공사, 용역직원, 경찰 등에 의한 각종 학대와 폭력이 더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송전탑 공사장비를 헬기로 이송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헬기에 따른 소음․공포․불안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기 소음 경험 수준에 대해 77.0%가 '심하다'고 답했고, '상당히'는 16.7%, '약간'은 5.4%,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는 1.0%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헬기 소음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헬기 소음을 약간 경험한 군, 상당히 경험한 군, 심하게 경험한 군으로 나누어 불안감 증상 유병률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며 "그 결과 헬기 소음을 심하게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이들이 약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들에 비해 3.7배나 더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이는 헬기 소음이 지역 주민의 불안감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유추하게 하는 결과이다"고 분석했다.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우울증상 주민 87.3%

주민들은 또 우울 증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진단검사를 활용해 우울․불안 증상을 조사했는데,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우울 증상을 보인 주민들은 87.3%였고,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불안 증상을 보인 주민은 81.8%였다.

2013년 6월 조사 때는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우울 증상을 보인 주민은 40.5%였고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불안 증상을 보인 주민은 48.1%였는데, 지금은 두 배 정도 증상 유병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는 초기 불안감이 주종이던 감정 상태가 우울감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결과"라며 "불안감에 비해 우울감은 만성화되고 고착되어 정신심리적 질병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우울 증상 중 특히 심한 증상들을 살펴보면, '나는 모든 것이 다 불만스럽고 짜증난다'고 응답한 주민은 59.0%, '나는 너무나도 슬프고 불행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57.7%, '나는 앞날이 아주 절망적이고 나아질 가망이 없다고 느낀다'는 56.2%였으며,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고 응답한 주민도 10.7%에 달했다.

불안 증상 중에서는 '편안하게 쉴 수가 없다'는 주민이 57.4%,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는 주민은 53.0%에 달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송전탑 건설에 대한 심리적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심리적 고착 또는 회피 증상에 대한 설문을 하였을 때, 회피 증상보다는 고착 증상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현재 지역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문제에 심리적으로 강하게 고착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갈등이 종료되더라도 주민들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이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현재 헬기 소음은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으며 우울감도 확산시키고 있으므로 주민들에게 정신심리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러므로 당장 이러한 가해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헬기 소음 관련 재정신청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헬기 소음과 관련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 재정을 신청한다. 대책위는 10일 오후 밀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 증언과 함께 "주민한테 집단적으로 고문을 자행하는 현재의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전은 2013년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으며, 대규모 경찰이 투입되어 주민들과 충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밀양 4개면에 총 52개의 송전탑을 세우는데 현재 절반인 26곳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태그:#밀양 송전탑,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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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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