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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소셜픽션랩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소셜픽션 특강에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원재 소셜픽션랩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소셜픽션 특강에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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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자들이 할 일이 없다. 대기업 실적 발표부터 주식·환율 시황, 프로야구 경기까지 결과가 나오는 족족 '로봇기자'가 단 몇 초 만에 기사를 써준다. 그것도 그럴싸한 그래프까지 곁들여서. 이러니 기자가 로봇만 못하단 소리도 예사다. 신문도 없어지는 마당에 기자란 직업도 곧 사라지고 마는 걸까?"

적어도 십여 년 뒤 미래를 예상한 '소셜 픽션(Social Fiction)'이지만 실제 몇 년 전 미국엔 '로봇기자'가 등장했다. '스테츠 몽키'란 프로그램은 미리 짜인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기사를 써주고, '스태트시트(http://statsheet.com)'에선 이미 미식축구, 메이저리그, 대학농구 등 스포츠 기사를 자동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스포츠 기자들은 앞으로 일자리를 잃었을까? 오히려 기자들은 경기 결과만 전달하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심층 분석이나 인터뷰 등 깊이 있는 기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30년 뒤 어린이대공원은? 첫 소셜픽션 콘퍼런스에 100여 명 몰려 

'소셜 픽션'이란 로봇이나 무인 자동차, 영상 전화기처럼 과거 '과학소설(Science Fiction)'에나 등장하던 물건들이 오늘날 현실로 나타났듯, 이상적인 미래 모습을 먼저 상상한 뒤 현실적인 걸림돌을 차례차례 해소해 나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이원재 소셜픽션랩(http://socialfiction.tistory.com) 대표가 그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소셜픽션 특강에는 저녁 늦은 시간인 데도 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오는 2월 출간을 앞둔 책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는가?>(가제) 내용을 미리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청중들 중에는 지난해 11월 30일에 열린 첫 번째 '소셜픽션 컨퍼런스' 참석자들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열린 '소셜픽션 컨퍼런스@어린이대공원'의 결과물들. 당시 참가자들은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이 30년 뒤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온갖 상상력을 쏟아냈다.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열린 '소셜픽션 컨퍼런스@어린이대공원'의 결과물들. 당시 참가자들은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이 30년 뒤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온갖 상상력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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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콘퍼런스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이 30년 뒤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각계 전문가와 시민 10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온갖 상상력을 쏟아냈다. 소그룹으로 나눠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청사진을 신문잡지 등을 오려 콜라주로 표현하거나 기사 형태로 정리해 서로 공유했다. '소셜 픽션'이란 주제가 낯선 데도 '소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모인 자발적 후원금이 목표액보다 2배 많은 6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일반인들의 관심도 컸다.

이원재 대표는 "불특정 다수가 모인 콘퍼런스 논의 결과가 실제 어린이대공원 모습에 반영되는 건 아니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해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면 실제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도 청중들에게 10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이나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주문했다. 30초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선뜻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는데 최적화돼 있지 않고 당장 눈 앞의 일에만 반응하게 돼 있다"면서 "누군가 황당한 상상을 하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데, 사람들의 염원이야말로 모든 기획의 출발점"이라고 '역방향 사고'를 강조했다.

'그라민 은행'도 소셜 픽션 산물... "먼저 상상해야 달라진다"

이원재 소셜픽션랩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소셜 픽션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이원재 소셜픽션랩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소셜 픽션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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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다른 저자 6명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이번 책에서 세계의 다양한 '소셜 픽션' 사례들을 다룰 예정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줘 자립을 돕는 '그라민 은행'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전혀 다른 은행을 상상해 지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는 "SF가 결국 과학을 움직였다"면서 "먼저 상상해야 변화가 일어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소셜픽션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소셜 픽션' 사례들을 4가지 화두로 정리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알고리즘 사회'다. 앞서 '로봇기자'나 지난해 아마존이 발표한 무인 택배 비행체 '프라임 에어'처럼 단순 업무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오리라는 것이다. 다만 이를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다는 부정적인 상상이 아닌 남은 노동 자원을 사람이 더 바라는 일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상상으로 전환하는 게 '소셜 픽션'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밖에 ▲집단 지성, 공유경제, 직접민주주의 같은 '참여와 공유' 문제 ▲스페인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 운동을 촉발시킨 '자립' 문제 ▲ 성과 중심 정부의 대안을 고민해보는 '다른 정부'도 대표적 화두다.

물론 상상만으로 끝나선 안 되고 이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유명 경제학자인 존 메이나드 케인즈 역시 대공황 직후인 지난 1930년 100년 뒤 미래 모습으로 ▲생산력이 8배 정도 늘어 하루 3시간, 주간 15시간 노동만 하는 사회 ▲사람들이 경제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문화, 예술만 생각하는 사회 ▲돈만 밝히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사회를 상상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은 많다. 그 사이 세계 경제력은 이미 8배 이상 성장했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분배 문제, 인간의 탐욕,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제평론가이기도 한 이 대표는 "분배 문제는 경제민주화 등으로 제도적 해결하고, 탐욕 문제는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공유경제와 경제문제뿐 아니라 사회, 환경까지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서 "노동 문제 역시 일의 결과가 경제적 성과가 아닌 다른 형태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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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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