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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24일째 파업 중인 가운데, 학교 측이 용역업체와 맺은 계약서에 불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2012년 2월 중앙대와 용역업체인 (주)티엔에스 사이에 체결된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에는 인권침해적인 내용이 발견됐다.
 2012년 2월 중앙대와 용역업체인 (주)티엔에스 사이에 체결된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에는 인권침해적인 내용이 발견됐다.
ⓒ 민주당을지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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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해당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는 지난해 2월 중앙대와 용역업체인 (주)티엔에스 사이에 체결된 문서다.

앞서 중앙대는 교내 천막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파업일 경우 '대자보 및 구호 1회당 100만원'을 지급토록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관련기사: 중앙대에 나붙은 '100만 원짜리 대자보').

"작업 도중 잡담이나 콧노래 금지"

해당 계약서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건물 22동을 포함해 캠퍼스 내·외부 22만㎡ 면적에 대한 미화관리 업무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여기에는 근로 환경과 관련해 인권침해 요소를 비롯해 독소조항들이 들어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중앙대 측은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작업 도중 잡담이나 콧노래, 고성을 삼가야 하며 휴식시 사무실 의자 및 쇼파 등에 앉아 쉬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작업시간 중 교내에서 외부인사와 면담을 일절 삼가도록 한다"고도 명시했다.

중앙대와 용역업체가 맺은 도급계약서에는 '콧노래 금지, 앉아쉬지 말 것' 등의 인권침해적 내용이 들어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중앙대와 용역업체가 맺은 도급계약서에는 '콧노래 금지, 앉아쉬지 말 것' 등의 인권침해적 내용이 들어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민주당을지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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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뿐 아니라 아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내용도 발견됐다. 계약서를 통해 법정 근로 시간을 넘겨 근무하도록 규정했지만 초과 수당을 지난해 말까지 지급하지 않았다.

계약서 상 학기 중에는 청소노동자가 주중 40시간(휴게시간 제외)을 근무하고, 격주로 토요일마다 3시간 동안 근무하면서 '법정 근로 시간을 준수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정한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으로, 결국 한 달에 2주는 이를 초과한 43시간을 일했다는 얘기다. 이 3시간에 대해 1.5배에 해당하는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노조 측은 그간 용역업체가 전혀 초과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 노조 분회 윤화자 분회장은 "(용역업체가) 계약서를 읽어볼 시간도 없이 당일에 바로 사인하라고 해서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몰랐다"며 "지난해 말 이 사실을 알고나서, 노조 출범 후 '토요근무 폐지'를 주장하니 업체 측은 초과수당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 내용을 듣고) 그간 우리 돈을 얼마나 떼어먹었겠나, 충격이었다"며 "티앤에스(하청업체)는 오는 2월 말 계약이 만료된다"며 "아예 모른체하는 상태라서, 학교 측을 상대로 계속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 "불법적인 내용 있다면 개선할 것"

파업중인 천막농성장 안 모습. 중앙대 청소노동자 40여 명은 지난 12월 16일부터 토요근무 폐지·노동시간 조절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파업중인 천막농성장 안 모습. 중앙대 청소노동자 40여 명은 지난 12월 16일부터 토요근무 폐지·노동시간 조절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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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가 넘어 근무할 때 지급하는 특근비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계약서 상에는 평일 야간 근무(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를 할 경우 5만 5000원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급의 2배인 12시간 근무 수당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최저임금을 계산해보니 시간당 4583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 4860원보다 낮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동조합 측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건 중세시대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약서는 조직 설립 이후 처음 본다"며 "중앙대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소송과 고발, 대자보 철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홍보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계약서에)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사항이 있다면 당영히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도급계약서의 위반 사항들이 사실인지 현재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중앙대 "앉아 쉬지 말라는 조항은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문안"
중앙대 홍보실은 8일 오후 5시 20분께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인 '중앙인'에 '금일 언론보도에 대한 우리 대학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학교 측은 용약계약서 상 '작업 중 콧노래 금지·앉아 쉬지 말 것' 등의 조항에 대해 "이는 청소용역 계약서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문안"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이 격주로 토요일 3시간을 초과근무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노조의 주장과 달리) 협력업체는 각 근로자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야간근무자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야간 근무자들은 야간근무만을 전담하는 인원으로, 1일 6시간 근로한 부분에 대해 당시 시급(5100원)으로 계산했으며 오히려 상향 조정해 지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대학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미화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근무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 #100만원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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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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