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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숙대표의 포옹. 그녀의 포옹은 상대에게 진심과 온정을 전하는 큰 힘을 가졌습니다.
 함경숙대표의 포옹. 그녀의 포옹은 상대에게 진심과 온정을 전하는 큰 힘을 가졌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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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양의 보편적인 인사예법으로는 목례(Bow), 악수, 손등키스(유부녀에게 하는 인사) 그리고 포옹이 있습니다. 북유럽이나 남미사람들은 포옹과 함께 양쪽 볼에 입을 맞추기도 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과 포옹인사를 나누었지만 대부분은 외국인이었습니다. 포옹인사의 대부분은 제가 먼저 팔을 벌린 것이 아니고 상대가 이끈 포옹인사였습니다.

목례나 악수보다 포옹인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마음깊이까지 이심전심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뿐만아니라 그 포옹이 반가움인지, 아쉬움인지, 감사인지, 존경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 감정은 구분해서 해독하고자 해서가아니라 포옹하는 찰나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마음에 전해집니다. 그러므로 외국인 게스트와의 작별 순간에 그 포옹인사만으로 이 분이 모티프원에서 어떤 휴식과 만족을 느꼈는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방문하는 그 분들과의 만남 포옹에서 이 분이 얼마나 이 재회를 그리워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2

간혹 한국인과도 포옹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포옹인사법이 익숙지 않기 때문에 제가 먼저 하는 경우는 드물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삼갑니다. 여성과 포옹인사를 나눈 경우는 상대가 포옹인사를 한 경우입니다. 이런 포옹인사를 하는 여성의 경우 분명한 철학을 가진 커리어 우먼이거나 서양문화권에서 생활한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 전 한 홍보대행사의 대표를 만났습니다. 기업을 대신해 최전선에서 소비자와 언론을 접촉해야하는 홍보대행사의 특성상 그 분은 클라이언트인 홍보기업의 대표와 임직원부터 각종 매체의 기자들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을 것입니다. 저와의 첫 만남에서도 자연스러운 어조와 논리로, 다양한 경험들을 설득력 있게 설파했습니다. 그 만남은 '친구네'집에서의 저녁식사로 이어졌고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홍보의 최전선을 감당해온 다양한 사례들이 그녀를 신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질 때 그녀가 말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드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안아드리는 것도요. 생존에 내몰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두 손으로 내 손을 폭 감싸안아주었고 마지막으로는 두팔 벌려 힘껏 껴안아주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그녀의 포옹에서 무언가 모를 큰 위안과 안심을 경험했습니다. 그녀와 헤어지고 그녀에 대한 신뢰가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세상을 향한 그녀의 온정이 내 가슴속에 들어찼습니다. 함경숙대표와의 인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웃인 수빈뜰의 전명현․이명희부부의 따님인 전주리양과 친구가 된지도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주리양이 수빈뜰로 부모님을 뵈러오면 모티프원에도 들리곤 합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긴 수다를 나누지요. 직장조직 속에서의 순응과 리드, 나이와 연애, 효녀 되기, 성공과 만족 등 수다의 주제는 매번 다릅니다. 저는 그녀의 눈물에 애달아하고 그녀의 웃음에 함께 웃습니다.

그리고 밤늦게 자리에서 일어서면 서재의 문턱에서 포옹인사를 나눕니다. 그녀의 깊은 포옹에서 전해지는 신뢰와 감사를 말보다도 더 정확하게 전달받습니다.

지난 12월 30일, 기업교육컨설팅 회사의 최현숙 대표님을 비롯한 일곱 분이 모티프원에 모였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상담심리, 교육학, 예술치유 등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박사들로 점점 더 정서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힐링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제공해주기 위한 힐러스(healers)들의 '협동조합' 결성을 위한 워크숍으로 서로의 전문성을 나누는 고된 일정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밤잠을 줄인 초췌한 모습으로, 그러나 기쁨이 충만한 모습으로 체크아웃을 위해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명년에는 더 행복하십시오. 누군가의 힐링을 책임지셔야하는 힐러(healer)시라면 누구보다도 행복하셔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행복을 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그분들의 협동과 연대를 축하했습니다. 일행 중의 한 여성분이 제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한 번 안아주시면 안 돼요? 새해에 선생님 기를 선물 받고 싶어요."

저는 7분 모두에게 허그를 선물하게 되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우리가 포옹을 나누는 단지 몇 초의 짧은 시간, 저의 기가 빠져나가 비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숙연해지고 충만해지는 기쁨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품에 안는 그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상처 난 마음에 새살이 돋고, 다툼에 화해가 싹트고, 분노가 사그라지며 열패감을 극복하고, 안정감을 되찾으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외로움이 소멸되며, 슬픔은 줄어들고, 기쁨은 늘어나는 신묘한 힘이 있다는 것을…….

지난해 4월,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던 피해자 할머님께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 경기도 퇴촌의 '나눔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함께 간 이말다화가가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안아드렸습니다. 포옹을 풀자 그 분들의 눈에서 눈물이 타고 흘렀습니다.
 지난해 4월,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던 피해자 할머님께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 경기도 퇴촌의 '나눔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함께 간 이말다화가가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안아드렸습니다. 포옹을 풀자 그 분들의 눈에서 눈물이 타고 흘렀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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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꼬옥 안아주세요.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위로를 선물하세요. 포옹은 상대의 진심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입니다.

학원에서 지친 모습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남편을, 아내를, 그리고 대면하는 누군가를……. 

세상의 모든 갈등과 상처 그리고 불안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포옹은 말보다 힘이 셉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포옹, #허그,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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