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상속자들> 이민호

배우 이민호 ⓒ 화앤담픽쳐스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이민호는 참 잘 생겼다. 자신의 셀프 카메라 사진을 남의 SNS에 올리는 SBS <상속자들> 속 김탄의 뻔뻔함도, 온갖 여자들이 다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만 아는 착각쟁이에 한글 맞춤법 따위는 애당초 안중에 없었던 KBS 2TV <꽃보다 남자> 속 구준표의 대책 없음도 어느 정도 '잘생긴 이민호'에게 빚을 졌다. 자칫 타박을 받을 수 있었던 캐릭터가 그토록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었다.

실제로 만난 이민호는 드라마 속 잘생긴 그들과는 조금 달랐다. 별것 아닌 농담에 '핫핫핫'도 아닌 '핥핥핥'에 가까운 폭소를 터뜨렸고, 노래방 18번은 한 키 낮춘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라거나 인터넷 게임에 빠진 탓에 '네티즌의 상징'과도 같은 손바닥과 손목 사이 굳은살을 얻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모든 캐릭터를 다 가지고 있다. 이미 '만렙'이다"라고 자랑하다가도 민망한 듯 배시시 웃어 보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20대의 모습이었다.

"'잘생긴 사람'보다는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드립'을 잘 칠수록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사람의 심리를 역으로 꿰찰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 유머러스한 사람이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고요. (장난을 치려고) 일부러 노력하진 않지만, 말장난을 종종 하죠. 상대방이 웃는 거, 그런 게 좋더라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사람과 사람 간의 진지한 대화,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교류도 반기게 됐다는 그다. "예전엔 대화가 진지하게 흘러가면 일부러 장난을 치거나 말을 돌리기도 했는데, 이젠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는 이민호는 '그게 다 서른 즈음이라 그렇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런가?"라며 고개를 갸웃하고는 "확실히 수다 떠는 걸 안 좋아했는데, 요새 심리상태로는 그런 게 좋다"고 털어놨다.

"생각할 게 많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며 '남자 나이 서른'을 앞둔 속내를 토로하면서도, 이내 눈빛을 빛내며 "20대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민호. "만약 나에게 4년의 무명 시절이 없었다면 <꽃보다 남자>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운이 온다고 해도 그걸 못 잡는다"는 이민호의 말에선 앞으로도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흘릴 그의 땀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민호는 '잘생긴 배우'이기 이전에 '참 멋진 사람'이다.

'스타'라는 두 글자의 무게..."주인공 맡을 때보다 더 큰 책임감 느껴"

 SBS <상속자들>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예전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피하고 싶었어요. 소질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왕 하는 바엔, 소질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노래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민호만의 공연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죠."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상속자들>의 흥행으로 너나할 것 없이 '왕관의 무게'를 운운했던 때가 있었다. 그 표현을 빌리자면, 이젠 어엿한 한류스타이자 흥행배우가 된 이민호에게도 나름의 무게가 지워졌다. 이민호는 "예전 같으면 국내 작품을 우선으로 검토하고 해외를 두 번째로 놓았는데, 이젠 동등하게 놓고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라며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느끼는 책임감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그 계기는 어느 해외 팬과의 만남이었다. 이민호의 손을 부여잡은 그 팬은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겼다가 이민호의 <시티헌터>를 보면서 위로를 얻었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단다. "이 작품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그의 말에, 이민호 또한 자신의 일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고.

연기를 업으로 삼으면서도 콘서트를 여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을 통해 팬들을 만나는 것 또한 커다란 일이지만, 그 전에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동남아 등지에서의 공연에 이어 18일 서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글로벌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민호는 이렇게 '스타'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는 중이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피하고 싶었어요. 소질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왕 하는 바엔, 소질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노래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민호만의 공연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죠. 다만 춤엔 정말 재능이 없어요. 공연할 때도 보면 춤이 아니라 율동 수준이에요. (웃음) 그래도 그런 곡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잖아요."

"이제 20대 후반...첫 영화를 끌어나가도 될 나이"

 SBS <상속자들>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이제 28살이니 20대 후반에 딱 접어든 거잖아요. 소년을 버리고 남성미가 있는 작품을 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28살이면 첫 영화를 끌어가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게 됐죠."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물론 배우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무료한 일상에 설렘을 줄 수 있다는 게 작품의 커다란 힘"이라고 정의한 이민호는 "그만큼 최대한 진실된 연기로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그런 책임감에 점점 생각도 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그가 택한 차기작은 바로 영화 <강남블루스>다. 1970년대, 강남개발계획이 발표될 무렵을 배경으로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그려내는 이 영화에서 이민호는 강남 판자촌 출신의 조직폭력배 김종대 역을 맡았다. 또 한 번의 변신이다. 어느덧 무겁게 다가오는 '책임감'이라는 세 글자를 가슴에 새긴 채, 이민호는 그의 말처럼 최선을 다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내보일 것이다.

"스물여섯, 스물일곱은 소년과 남성의 중간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더 늦기 전에 둘 다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이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이 원하는 내 이미지에 맞춰서, 지금의 외모와 지금의 분위기로 학원물 같이 외모적으로도 부각되고 신경 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상속자들>을 했던 거예요.

반면 <강남블루스>는…이제 28살이니 20대 후반에 딱 접어든 거잖아요. 소년을 버리고 남성미가 있는 작품을 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28살이면 첫 영화를 끌어가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게 됐죠. 사실 그전까진 영화를 조금 피하기도 했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요. 1월부터는 진짜, 최대한 상스럽게 욕하기 시작할 거예요.(웃음) 그간 욕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잖아요. '이민호가 이런 욕도 해?' 하실 거예요."

이민호 상속자들 강남블루스 시티헌터 꽃보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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