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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혐의의 일환으로 트위터 게시글 121만여 건을 추가 기소했던 검찰의 논리가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2차 공소장변경을 통해 기소한 트위터 게시글 121만여 건에 사용된 트위터 계정 하나하나가 왜 국정원이 사용한 계정인지를 입증하려했지만, 6일 또다시 벽에 부딪혔다. 변호인측의 반박으로 검찰의 계정 특정이 "상당 부분이 흔들린 것 같다"라는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의 말까지 나왔다.

이날 재판은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역습의 장'이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16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어떻게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의 트위터 계정과 글을 찾아냈고, 이것들이 왜 정치 개입·선거 관여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했다. 정치·선거 개입 여부를 논하기 전에 이 계정들이 국정원 계정인지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원 전 원장 등의 변호인들은 이후 보름 동안 준비, 6일 법정에서 검찰 주장을 하나둘 반박했다.

원 전 원장의 법률대리인 김승식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찰이 국정원의 '1차 그룹'으로 분류한 계정들의 허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안보5팀 직원 장아무개와 김아무개 이메일을 압수수색, 이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414개를 찾아냈다. '1차 그룹'은 이 가운데 활동내역을 확인한 383개 계정(기초계정)과 똑같은 글을 동일한 시각(시·분·초)에 트윗하거나 리트윗(RT)한 계정 1558개를 뜻한다.

이 가운데 516개 계정을 일일이 검토했다는 김 변호사는 그 중 mel****란 계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룹 활동(세 개 이상 계정이 기초 계정과 똑같은 글을 동시동분동초에 작성하거나 RT한 경우가 2회 이상일 때)이 2회, 기소 건수는 891건인데, 기소 건수 중 그룹 활동은 하나도 없다"며 "검찰 기소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룹 활동은 검찰이 공소사실과 별개로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 개입·선거 관여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어서 모든 그룹 활동이 공소사실에 해당하진 않는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 것으로 특정한 계정의 그룹 활동이 전혀 기소사실에 들어 있지 않거나, 반대로 기소당한 계정인데 그룹 활동 내역이 없다면 국정원 직원이 이 계정을 사용했다는 검찰 쪽 주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는 또 ▲ 동일한 시각에 같은 글을 작성, 그룹으로 짝지어진 계정들이 대상 트윗에 넣은 인터넷 주소가 다르고 ▲ 스크린 네임(일종의 고유번호)까지 확인한 결과 최근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일반인 계정일 가능성이 높고 ▲ '조선 오피니언(@ChosunOpinion, 조선일보 오피니언면을 홍보)' 같은 언론사 공식 계정까지 그룹 계정에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주장에 많은 문제점이 있고, 이런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는 심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장, 특위터 계정 관련 공소사실 재정리 요구

재판부 역시 변호인 쪽 손을 들어줬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기일에도 말했지만,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찰에서 해야 한다"며 "재판부로선 '그룹 활동만으로 국정원 직원 계정을 찾았다'는 검찰 논리는 변호인의 이 정도 지적만으로도 상당 부분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직원 의심 트위터 계정을) 뽑은 부분에 정말 변호인의 합리적 의문 제기가 없고 재판부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리적 하자가 없다는 검증이 끝나야 (검찰 주장이) 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소사실 재정리를 주문했다.

이에 검찰측 박형철 특별수사팀 부팀장(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장)은 "계정은 우연성을 다 제거하고 의문이 없도록 입증하겠다"며 재정리 요청을 수용했다.

그러자 판사가 다시 말했다. 재정리했는데도 또 문제점이 나타나면 또 수정할 것이냐는 문제제기였다.

이범균 부장판사 "변호인 측에서 2차 공소장 변경할 때에도 (공소사실 중 범죄일람표) 일부를 줄이고 명백한 것만 갖고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검찰에서 현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는데, 지금 벌써 상당 부분 흔들린 것 같다. 다시 일부분 정리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도 만일 이렇게 또 허물어지는 경우에는, 또 줄여서 다시 정리할 건가."

박형철 부팀장 "그렇게는 안 하겠다. 합리적 의심 없도록 저희들이 입증하고 판단받겠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특정한 계정 중)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룹 활동을 했던 것도 많다"면서 "무조건 심리진행을 방해하자는 뜻이 아니다, 재정리 후에는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초 예정돼던 13일 공판을 미루고, 이날 오후 2시 준비기일을 다시 열어 검찰의 재정리 상황과 변호인측의 의견을 취합해 향후 공판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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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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