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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6일 오후 3시 55분]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려면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를 가지고 배워야 한다. 좌건 우건 이념적 편향이 있으면 안 된다. 불법 방북을 처벌한 것을 탄압이라고 한 것도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우려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이념 논쟁이 돼 안타깝다"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8종의 2014년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모두 살펴본 결과, 어떤 교과서에도 박 대통령이 언급한 '불법 방북 처벌'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교과서는 지난 2010년 검정을 통과한 미래엔(옛 대한교과서) 교과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4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교과서에서는 관련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박 대통령은 우편향 교학사 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역사 교과서 내용을 비판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있지도 않은 교과서 내용 비판

2014년 미래엔 교과서는 1989년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의 북한 방문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는 국가 보안법을 적용하여 구속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2014년 미래엔 교과서는 1989년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의 북한 방문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는 국가 보안법을 적용하여 구속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 미래엔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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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2010년 검정을 통과한 미래엔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 내용은 '6월 민주항쟁으로 통일운동이 활발해져, 문익환 목사와 대학생 임수경 등이 북한을 방문하였지만 노태우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탄압하였다'(392쪽)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미래엔 교과서에서는 박 대통령의 말과 달리, 불법 방북 처벌을 탄압이라고 서술하지 않았다. 이 교과서 353쪽에서는 '6월 민주 항쟁 이후 민간 차원의 통일 운동이 활발해졌다. 문익환 목사와 대학생 임수경 등이 북한을 방문했지만, 노태우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구속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나머지 교과서에서도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08년 정부나 우파단체가 좌편향 교과서라고 지목한 금성출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4년 이 교과서는 '1980년대 후반 대학생을 중심으로 통일 운동이 전개되었고, 일부 인사들이 정부 승인 없이 북한을 방문하는 일도 벌어졌다'(414쪽)고 서술했다.

이밖에 지학사, 비상교육, 천재교육, 두산동아, 리베르 스쿨이 출판한 교과서에서는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의 방북을 언급한 내용이 없다. 우편향 논란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서도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낸 성명에서 "친일 식민사관, 독재정권 옹호, 남북한 평화통일 노력을 축소해서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줄 수가 없다"면서 "그럼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대통령은 '이념논쟁'이 되었다고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한 "역사교과서 문제를 이념논쟁으로 만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자신"이라며 "대통령은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 독재 찬양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른 교과서만을 문제 삼으면서, 대통령 스스로가 편향된 역사인식을 공언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알아보시고, 역사교육에 대한 중요성에 맞추어 교육문제를 발언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아울러 대통령은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사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박 대통령, 2014년 교과서 지칭한 것 아냐"

청와대는 6일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기자회견 시 대통령께서 2014년 새로 사용될 교과서라고 명시한 적이 없음에도 (<오마이뉴스> 등) 기사에서는 2014년 교과서를 지칭한 것으로 객관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1989년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 방북에 대한 처벌을 탄압이라고 서술했던 과거 미래엔 교과서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과거 언론을 통해 교과서의 대표적인 종북 사례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언론은 <뉴데일리>와 <동아일보>다.

청와대는 또한 "대통령께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분명한 어조로 '좌건 우건 이념적 편향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면서 "이처럼 우편향 교과서를 두둔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박 대통령, 있지도 않은 교과서 내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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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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