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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당이 선거 전략으로 이기고 진다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다"며 "시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당이 선거 전략으로 이기고 진다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다"며 "시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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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2일 서울시청사 시장실에서 박원순 시장과 만나 신년인터뷰를 했다.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은 박 시장은 올 한 해 불신과 불안, 불평등과 불통, 불안정 등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신년 페이스북을 통해 '불신(不信), 불안(不安), 불평등(不平等), 불통(不通), 불안정(不安定)'을 강조했습니다. '불(不)'을 끄는 시장이 되겠다, 이른바 '소방관 시장론'을 폈는데요. 유독 올해 소통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갑오년 청마의 해에 말을 끄는 마부가 되겠다고 했는데 또 그렇게도 해석이 되는군요. (웃음) 소통은 취임 후부터 계속 강조해왔습니다. 진리에 접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논쟁과 토론입니다. 또 그걸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늘 공유, 개방돼야 합니다. 서울시가 결정한 정책이 엉뚱하게 흘러가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려면 서울시도 모든 정보를 내놓고, 누구나 그 정보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가장 시민들에게 와 닿는 정책이 뭔지 결정할 수 있어요. 그 결과로 시민들과 신뢰도 쌓을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지금은 집단지성의 시대 아닙니까. 한두 사람의 전문가에 의존하기보다는 어느 누구라도 그 정보가 틀렸다고 말할 권리를 보장할 때 가장 좋은 정책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비판하고 참여했기 때문에 시민참여로 만들어진 정책은 추진력을 갖게 됩니다. 그동안 이런 걸 많이 실험해왔습니다. 서울시 정책 중에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게 거의 없습니다. '서울시민복지 기준선', '2030서울플랜' 등이 예죠."

- 지난 임기 중 25개 구청 가운데 20개 구청에서 현장 시장실을 운영했습니다. 시민들이 서울시장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불만은 많았나요?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또 매우 어려운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용산국제업무지구였는데요. 취임할 때부터 큰 골치였습니다. 딱 보기에도 이게 잘 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주민 의견이 찬반양론으로 갈려 있었고 시행사도 끝까지 된다고 주장했으니까요. 또 처음에 이걸 시작하고 주창했던 서울시가 시장 바뀌었다고 도중에 안 된다고 하면 그것도 곤란하다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참 조심스러웠지요.

그런데 지난해 10월 초 용산구청에 현장 시장실을 만들고 대화를 추진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했습니다. 주민들은 '동네로 찾아오지 않고 구청에 오라고만 하느냐' '서울시가 무슨 염치냐' '개XX' 소리도 나왔습니다. 대화가 잘 안 됐지요. 그렇다고 포기하면 됩니까? 10월 말 또 갔습니다. 오후 1시부터 그분들이 요구하는 대로, 하고 싶은 말씀 다하도록 했습니다. 주민들이 가자는 데로 다 갔습니다. 지하실도 가고 옆 동네도 가고. 오후 8시부터는 모든 주민들이 다 모여서 무엇이든지 말씀하시도록 했고 다 들었습니다. 그때 술 취한 분들이 험상궂게 말씀하시기도 했고, 솔직히 시장 체면이 말이 아닐 정도였지요."

- 어떻게 마무리가 됐습니까.
"마지막에 박수치고 끝났습니다."

- 네? 정말요?
"정말이에요. 저는 그게 경청의 힘, 소통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답이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서울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맞춤형으로 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답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들어줬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서울시장이 주민들에게 갖은 욕을 다 들으면서 긴 시간을 함께 한 것이 바로 신뢰의 원천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험악한 상황과 거대한 민원조차 해결되는데 나머지 해결 안 되는 게 뭐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박원순표' 상품 뭐냐고 물었더니...


- 박원순 시장 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처럼 딱 떠오르는 상징적인 정책사업이 없다, 이런 비판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가요? (웃음) 지하철9호선도 실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계약한 내용을 다 뜯어고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면 (맥쿼리에) 지급했을 3조2000억 원을 아꼈습니다. 시민펀드로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것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을까요?

한양도성도 그렇습니다. 40년 서울에 살았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임형균 서울시의원이 시정 질문을 하는데 40분 내내 서울의 성곽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솔깃했습니다. 그 후 바로 걸었지요. '대단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한양도성도감과를 설치했습니다. 3월 말 한양도성전시관이 개관합니다.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입니다.

제가 몇백 조 원의 예산을 끌어온들 한양도성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한양도성 주변 22곳의 마을이 문화예술 마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화동 벽화마을, 장수마을 대단합니다. 한 번 가보세요."

-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비교하여 딱 눈에 띄는 사업이 없다는 비판에는 어떤 견해입니까.
"청계천은 사실 대단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정말 아쉬운 것은 (이명박 전 시장의) 임기 안에 모든 걸 다 끝내려고 무리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 토목 기술의 총합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잖아요. 청계천에서 파헤쳐진 유물들이 중랑천에 버려져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그것도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 무조건 돈을 쏟아 붓고 사회적인 논쟁이 크게 벌어져야 좋은 거다.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소리 소문 없이 바꾸고 만들어놓은 게 정말 말도 못하게 많습니다."

- 너무 성과 위주로만 설명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예전에 시민운동 할 때는 사람들이 막 자기 자랑하는 걸 보고 진짜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가 이렇게 됐네요. 정말 정치인 다 됐습니다. 하하하."

"경전철은 선심성 사업 아니다... 꼭 해야 할 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나 바라는 점을 적은 포스트잇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 의지를 밝힌 박원순 시장은 수많은 시민의 염원과 소망을 어떻게 충실하게 이행해 나갈지 관심을 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나 바라는 점을 적은 포스트잇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 의지를 밝힌 박원순 시장은 수많은 시민의 염원과 소망을 어떻게 충실하게 이행해 나갈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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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타운 문제는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뉴타운도 박원순 시장의 성과로 꼽을 만합니까. 아니면 여전히 정리가 필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계십니까.
"서울에서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모두 합쳐 1000개 넘게 지정이 됐습니다. 도시가 오래 되면 당연히 노후화 되니 고쳐야지요. 그러나, 뉴타운 사업은 돈을 벌겠다는 개인적 탐욕, 무책임, 미래에 대한 부족한 통찰력이 빚어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한꺼번에 집들이 철거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 겁니다. 그 과정에 '용산참사' 같은 강제 철거도 발생했지요. 업자들만 몇백 억 원씩 챙겨가는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그런데 건설경기가 둔화되면서 동력을 잃게 됐죠. 그래서 결국 뉴타운 출구전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주민들께 개발에 대한 판단을 맡겼습니다. 서울시는 얼마를 더 내야 재개발이 가능한지 실태조사를 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민 10%가 원하면 실태조사를 해주고 실태 조사를 가지고 조합미결성 지역 주민 30%가 찬성하면 뉴타운 지구 지정 해제에 들어갔습니다. 조합 결성 지역은 50%가 찬성하면 해제해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뉴타운 해제가 되는 방향이고 추진하는 쪽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 애초 공약으로 서울시 채무 7조 원을 갚겠다고 했는데 지난해 12월 20일 기준으로 2조5000억 원을 줄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인데 과연 이 공약은 달성 가능합니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던데요.
"아닙니다. 거의 다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에서 31일 사이에 추가로 6000억 원을 줄여서 채무 감축은 3조1000억 원이 됐습니다. SH공사(서울도시개발공사), 서울메트로공사가 빚을 더 갚았습니다. 서울시 채무는 대부분이 SH공사 것입니다. SH공사의 채무는 사놓은 땅을 임대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임대가 잘 안 돼서 불어난 것입니다. SH공사 걸 팔면, 2014년 연말까지 6조5000억 원의 채무가 해결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임기 중에 달성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은평뉴타운의 중심상업지구였던 알파로스가 개발 해제되고 롯데그룹에 팔렸습니다. 알파로스 때문에 그 인근 1조 원이 묶여 있었는데 이게 팔리면서 그쪽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입니다."

"시정 올인이 최고 선거 대책"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 책상에는 옆을 지나가다 발걸음 소리에 쓰러질 정도로 자료와 서류가 잔뜩 쌓여 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지방선거 6개월 안 남은 시점에서 시정 챙기다 보면 정작 선거 준비를 전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크랩하는 것을 포기 안 했다. 시정에 올인하는 것이 최고의 선거 대책이다"며 "결국은 진심은 통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 책상에는 옆을 지나가다 발걸음 소리에 쓰러질 정도로 자료와 서류가 잔뜩 쌓여 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지방선거 6개월 안 남은 시점에서 시정 챙기다 보면 정작 선거 준비를 전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크랩하는 것을 포기 안 했다. 시정에 올인하는 것이 최고의 선거 대책이다"며 "결국은 진심은 통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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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서울의 부채를 다 갚는 겁니까.
"아니요. 원래 채무가 20조 원이었으니 13조 원이 남는 겁니다. 그래도 임기 중 그 정도 갚았으면 꽤 많이 갚은 거라고 자평합니다."

- 재선되면 남은 빚 다 갚겠다, 뭐 이런 공약도 갖고 계신 것 아닙니까.
"공약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걸 아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웃음)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동명이인인 김용석 서울시의원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늘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임대주택 8만 호, 채무 7조 원 감축 두 개 한꺼번에 안 된다, 그러니 포기하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임대주택 건설은 92%가 완성됐습니다. 임기 중에 끝날 거예요. 두 분이 저한테 동시에 둘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두 개 다 달성됐어요. 그 사이 서울시 직원들만 죽어났겠지요?(웃음)"

- 경전철 사업은 한창 논란이 되다가 최근에는 주춤해졌습니다. 이것을 도시철도 제3기 사업이라고 피력하셨는데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재임을 위한 선심성 공약이라고 비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7월에 밝힌 경전철 사업 발표는 법정 계획이었습니다. 선심성이 아닙니다. 법률에 10년마다 하는 기본계획이 있고 5년마다 다시 수정하는 계획이 있는데 여기에 해당합니다. 5년 전 오세훈 전 시장이 발표했던 기본계획을 다시 추진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경전철 사업은 타당성 조사가 엄밀했습니다. 노선이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서 경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선에 굉장히 예민한데 '어느 노선을 해라, 말라' 단 한마디 하지 않고 상당히 엄밀하게 조사가 됐습니다.

또한 정말 지하철 취약 지역에 경전철을 깝니다. 취약지역인 강북, 서남(관악), 동북 이런 데를 보충하는데요. 경전철은 기존의 9개 지하철 노선을 보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수요가 많아지도록 환승역을 추가한 것입니다.

경전철을 도입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데요. 지하철로 어디든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면 굳이 자동차에 의존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서울시가 돈이 많으면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하면 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절반을 민간자본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 지난해 서울시의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는 무상보육 예산이었는데요. 얼마전 통과된 2014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국고보조율이 15% 오르는데요.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까?
"서울시와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분담율은 65% 대 35%가 된 건데요. 우리는 60% 대 40%을 원했습니다. 60%도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자고 한 게 아니었습니다. 무상보육은 정부가 시작한 사업입니다. 또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복지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주도해야 합니다. 올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도 시작되는데, 세수는 줄어들고 써야 될 곳은 더 많고…. 그런데도 중앙정부가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니 정말 힘들어요. 서울시 재정자립도가 높다고 하는데, 높으면 뭐합니까. 낮은 곳은 교부금을 줘서 보조해주는데 서울시에는 일절 없습니다. 경북 출신 한 여당 의원은 몇백 억 원의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끼워 넣었더군요. 심지어 민주당 의원도 끼워 넣었던데 서울을 위해서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 그럼 서울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잘못한 겁니까.
"아니죠. 저는 정부예산을 그런 식으로 갈라 먹기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하게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시민에게 악수 청하자 "이 빨갱이!"... "친구는 가깝게, 적은 더 가깝게"

2014년 갑오년(甲午年)을 맞이한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대표들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시민들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희망과 소통, 시민의 화합과 안녕의 한 해가 될 것을 기원하며 2014년 갑오년(甲午年)의 시작을 알렸다.
▲ 박원순 서울시장, 제야의 종 울리며 새해맞이 2014년 갑오년(甲午年)을 맞이한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대표들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시민들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희망과 소통, 시민의 화합과 안녕의 한 해가 될 것을 기원하며 2014년 갑오년(甲午年)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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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선거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이왕 재선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하니 선거가 걱정이 되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내린 결론은 시정에 올인 하는 것이 최고의 선거 대책이라는 것입니다. (스크랩한 자료들을 일일이 보여주며) 제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날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일할 것입니다. 나는 소위 선거대책이라고 해서 정치공학적으로 나서는 게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그런 정치공학을 모를까요? 결국 진심은 통한다고 봅니다."

- 신년 언론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시장 후보군에 비해 약 7~10%p 높게 나옵니다.
"시민들은 다 아는데, 정치인들과 여론조사기관만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가슴속에는 자신들이 소망하는 것을 해결하는 정치인, 공직자가 누구인가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시민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는 제가 어렵다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정말 태산처럼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이 선거 전략으로 이기고 진다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이미 마음속에 다 있습니다. 어떻게 시민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거기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선거 전략을 맹목적으로 생각하고 골방에서 전략을 만들어 낸다고 되는 일일까요?"

- <서울신문> 조사 결과, 시정에 대한 지지도가 긍정 평가는 49.4%, 부정 평가는 42.0%였습니다. 약 7%p 정도 차이나는데요. 이 결과는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편 정책의 수혜자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하시겠지만 그게 아니면 반대의 평가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지난 1일 우면산으로 해맞이 하러 갔는데요. 여러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제가 손을 내밀었더니 '이 빨갱이!'라면서 악수 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신년사에서 '친구는 가깝게, 적은 더 가깝게'라고 밝힌 대로 다시 그분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끝내 악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정을 100% 지지한다, 그러면 그것도 큰일 아닙니까? 민주주의는 다 찬성할 수가 없지요. 비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또 나름 좋은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 지지그룹을 분석해보면 2030세대 또는 여성에게는 지지율이 높지만 60대 이상 노인들은 지지가 낮은 편입니다. 특히 70대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무려 70%가 넘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십니까. 눈에 띄는 노인정책이 없는 것 아닙니까.
"노인정책 안 했다니요? (책장까지 걸어가서 스크랩을 가져온 뒤 일일이 펴 보이며) 자, 보세요. 어르신 복지 정책, 어르신 요양복지, 인생이모작 지원센터. 자살대비 정책, 고독사, 시립병원, 또 서울시 보훈정책(참전 유공자, 애국지사 문패 달아들이기, 보훈회관의 여가 프로그램운영, 보훈의 집 전세주택 지원, 독립유공자 지정병원 확대, 생활 안정지원, 일자리 창출 등)에 2012년에 200억 원, 2013년에 3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글쎄요. 그런데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도 나를 위해서 일 해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상에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것이지요. 빛만 있고 어둠이 없다면 재미가 없잖아요. 제가 이렇게 도인이 다 됐습니다. (웃음)"

-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무상급식과 야권연대로 선거에 대응했습니다. 2011년 10월 재보선에서도 이 전략은 유효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가치와 철학으로 치러야 한다고 보십니까. 안철수 의원 측은 세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야권재편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국회의원이라면 여러 가지 분석도 하겠지만 서울시장은 행정가입니다. 우리 사회 화두는 새로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성장 중심에서 지금은 삶의 질, 개인 행복으로, 과거 하드웨어 식 건설에서 지금은 섬세한 행정과 창조적 사회로 가는 문화예술의 상상력이 오히려 개인의 삶과 사회 발전, 그리고 경제 발전에 기여를 한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야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큰 변화는 이미 시민들이 원하고 있고 깨닫고 있습니다. 그걸 정확히 간파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거 전략이라고 봅니다. 어쭙 않은 정치 공학으로 사람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진정한 정치인이 아니지요. 우리 시대에 대한 큰 통찰과 비전으로 섬세한 정책을 만들어 시민의 삶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선거전략인 것입니다."

"부정선거는 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두고 국정원이 또 선거개입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설마 그렇게까지 또 하겠냐"며 "이렇게 경을 치고 있는데, 또 그렇게 한다면 정말 바보들이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두고 국정원이 또 선거개입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설마 그렇게까지 또 하겠냐"며 "이렇게 경을 치고 있는데, 또 그렇게 한다면 정말 바보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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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해 국정원을 비롯한 대선 개입 문제가 논란이었습니다.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사건도 문제지만 박근혜 정부 취임 1년 차에 한국 민주주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님께서도 '조선시대 만큼의 민주주의가 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는데 민주주의 문제, 또 부정선거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등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너무나 심각한 선거부정 의혹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인정하고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대책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나와서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선거부정은 민주주의 근저를 흔드는 일입니다. 저도 피해자입니다.

국정원 사찰 피해자였고, 또 '박원순 제압' 문건도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를 책임지는 처지에서 중앙정부가 잘 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단위에서 서울시만이라도 좋은 정책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파급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게 현 단계 저의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가 또 인권변호사일 때와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제 역할을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 국정원이 또 대선개입 하지 않을까, 올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는 선거부정이 없겠나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그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설마 그렇게까지 또 하겠습니까. 이렇게 경을 치고 있는데, 또 그렇게 한다면 정말 바보들인 것이지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시대적 과제들이 중첩되고 있습니다. 아까 얘기했던 민주주의 기초가 흔들리고 경제위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혼란과 갈등, 방황이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지혜롭게 화합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견디기 힘든 모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000만 시민들의 삶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 감정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삭히고, 못들은 척 넘겨야 합니다. 아무래도 서울시장은 수행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웃음)"


태그:#박원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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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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